코로나 팬데믹이 지배한 2020년은 모든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특히 무대공연예술은 중단되는 경우가 허다하였고, 이루어진다 하여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관객만이 마스크를 쓴 채 관람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영상을 통한 온라인 소통은 무대의 호흡을 공유하는 하나의 보편적 방법론으로 수용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무대공연예술의 다양한 소통 방식은 가치판단의 문제를 떠나 하나의 자구책이면서도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연스럽게 표출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방식은 젊은 안무가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실험되었고,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문턱에 걸쳐 있는 시기이다보다 무용의 본질과 영상의 장점이 잘 융화된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용의 본질을 살려 이를 어떻게 영상에 잘 담아야 하는가의 기본적 성격이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경화 현대무용단, 홍경화 안무의
이 작품의 지향은 몸에 관한 구조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함이다. 그래서 기하학적 문양의 공간 속에서 변동성 없는 움직임이지만 제한적 공간 안에서의 조형미를 구현하려 한다. 무형의 가면을 쓴 똑같은 모습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이미지적 연속성이 그려지다가도 미시적 몸짓 속에서는 운동성에 대한 확장성도 발견하게 한다.
그러다가 정형화되어 있는 옷을 벗은 무용수가 형광을 온 몸에 바르는 동작을 분기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는 다양한 옷으로 갈아입은 무용수를 통해 단순하게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려 하는 의도 속에서 그대로 비추어진다. 또한 다양한 옷을 입은 여러 행위자의 모습이나 정상적이지 않은 착용 행위는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허상을 일깨우는 기호로 작용하여 몸에 관한 담론적 인식을 확장시키려 한다.
이는 다시 연결된 옷을 입은 두 무용수의 긴장감 있는 행위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일상적이면서도 실존에 있어서 비껴선 존재의 양태가 공존되며 몸의 구조적 탐구에 대한 의식을 넘어서며 이면적 주제의식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 한다. 이러한 행위는 사실적이면서도 몽환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복합적 인식을 공유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제한된 공간구조 속에서 동선이 이루어지고 흐름도 그리 빠르지 않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집중감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영상을 통한 근접감으로 인해 안무자가 의도한 주제의식을 함께 호흡할 수 있고, 몸에 대한 관찰을 실감 있게 수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댄스필름으로 효과적 모습을 보였다.
넓은 의미의 댄스필름 형식은 일정한 서사구조가 강한 무용보다는 몸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이미지적 표현 등에 집중한 작품에 더욱 효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무대에서 이루어진 공연을 원테이크로 진행하면서도 촬영기법 등에서 꽤 공들여 몸의 움직임을 담아내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구조적 흐름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이는 무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평면적 공연의 생동감이 아닌 몸의 움직임을 가까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여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실존적 담론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였다. 이는 이 작품이 변별성을 지니거나 새로운 감흥을 주는 기호가 크지 않더라도 흡인력 있게 다가온 것은 무용의 본질적 요소를 어떻게 영상으로 담아낼 것인가 고민한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일 것이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홍경화현대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