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젊은 안무가 창작공연(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4.14, 16, 18, 21)이 펼쳐졌다. 한국무용협회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젊은 무용인들에게 안무자로 토대를 마련해 주고, 창의적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계기는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거듭나는 문턱의 공간이며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는 12명의 안무가가 소극장에서 16분에서 20분내 작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고자 하였다. 20여 내외의 시간은 안무의 기본 구조가 담겨지는 최적의 단위로 안무가들은 이 시간 안에 모든 걸 응축하려 노력하였을 것이다. 여기서는 12명 모두를 다루어 이야기하기보다는 4월 21일 금요일 공연한 박유나, 권미정, 박래영 안무가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이들을 통해 젊은 안무가들의 경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박유나 <11(2)>
박유나 안무의 <11(2)>는 양수와 음수의 결합 숫자인 3을 천지인의 구조로 살피고, 3을 이진법으로 대입하여 심오한 철학적 담론을 현대적 관점에서 풀어 놓으려 한 작품이다. 초반에는 두 줄을 가지고 대칭적 양상의 긴장감을 만들면서 3이 함유하는 변증법적 구조와 조화로움을 표현하려 한다. 여기서 중간자는 갈등적 양상에서 고뇌하지만 이를 딛고 일어서며 화해와 포용 속에서 3이 가지는 합일을 구현하고자 함이 주제적 담론으로 나타난다.
작품은 한국무용의 춤사위가 가지는 유려함과 함께 작품에서 담고자 하는 천지인(天地人)의 구조가 상방과 하방의 수직축의 영속적 동작 속에서 구체화되며 긴장과 이완을 가져주는 특질이 있다. 그럼에도 정교하게 안무한 노력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감정의 확장이 완만하게 이룬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권미정
권미정 안무의 〈Gobi〉
그러면서 후반부는 미정형의 공간을 향하는 실존 상황에서 매듭과 풀림을 통한 흐름의 변환이나 벌레 소리, 불빛 등 공감각적 이미지 속에서 호흡을 바꾸며 완만하게 감정을 고조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종결에 등장하는 손수레를 통해 응축되어 감흥을 준다. 어찌 보면 예스럽고 무대에서 어울리지 않은 이 오브제는 공존의 상징이면서 딛고 일어서며 나아가는 동력으로 전환되면서 이미지 표현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주었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의 강조점을 적절하게 묘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창작을 기대케 한다.
박래영<방백>
박래영 안무의 <방백>은 행위자들의 반복적 행위 그리고 후반부 공상적 행위의 규범적 흐름이 공연 내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전반부 입에 물고 있던 풍선이나 무대에 놓인 비닐 바닥에서의 행위는 불안감을 조성하였고, 불균형을 이룬 무용수들의 연결 행위는 실존의 공허함을 강조하고자 한 특징적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움직임과 표현 방법에 집중한 점에서 주목할 수 있으면서도 구성이 조금은 평면적으로 다가온 점도 없지 않았다. 이는 융복합 행위나 열린 공간 속에서 흡인력 있게 다가왔을 안무구성법에 기인할 듯 하다.
세 작품을 통해 이번 젊은 안무가 창작공연의 전체를 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이들을 통해 젊은 안무가들의 인식과 경향을 짧게 살펴본다면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은 상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성(旣成) 질서와 다른 새로운 관점이나 동시대가 고민하는 여러 사회적 담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해체를 통해 새로운 질서는 아니더라도 주제의식의 변별성 그리고 한 시퀀스만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뇌리 속에 남기는 요소가 무엇일까라는 점은 앞으로 창작을 하며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안무자의 토대를 살피면 한국무용이 많은 숫자를 차지하면서 그 다음이 현대무용 그리고 발레는 안무가 한 명이 참여하였다. 현대무용의 경우 이런 토대가 다양하게 펼쳐있어 참여가 적은 점도 원인으로 둘 수 있으면서, 한국무용의 창작 안무자가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확장성을 이루는 현상은 최근 일시적 모습일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반대로 발레 창작 안무가의 참여가 많지 않은 것은 최근 발레계의 전반적인 모습으로 고민거리를 안긴다.
안무자들은 이번 기회가 아쉬움도 있었고, 만족감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떠나 이 공연이 안무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서 연속성을 가지는 디딤의 시공간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_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한국무용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