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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컨템포러리 발레의 진수를 보인다 -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 <사계>



 제34회 국제현대무용제 모다페 2015가 ‘춤, 삶을 수놓다’라는 주제로 5월 19~3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마로니에 야외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19일 아르코 대극장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인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사계(The Four Seasons)>는 이탈리아의 안무가 마우로 아스톨피가 비발디의 동명 음악을 사용해 계절의 변화와 그 안에서 나날이 새로워지며 생명력을 갖추며 완전체가 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하고자 의도한 작품이다. 전반적인 이미지는 아름다우면서도 치밀한 구조와 뛰어난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조화를 이뤄 나초 두아토풍의 작품과 유사한 듯 다른, 마우로 아스톨피 자신만의 색채가 확연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익숙한 음악 속에서 신체로 그려내는 <사계>는 진실로 환상적이기도 경이롭기도 했다. 이 경이로움은 영상이라는 테크놀로지가 너무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무용계의 경향 속에서, 첫 시작부터 영상의 사용으로 또 비슷한 유형의 공연이겠거니 하는 예상을 깨고 영상과 움직임이 공유될 때 영상에 압도되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에 있다. 이외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음에도 진부하지 않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작품음악을 맡은 작곡가 루카 살바토리는 새의 울음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추상적인 전자음, 과거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낯선 악기들(유리 하모니카, 베이스 플루트)을 활용해 원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재창조했다. 이 두 가지 양상은 안무가의 뛰어난 전략과 연출이라고 보이고 익숙함 속의 신선함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작품을 빛낸 또 하나의 요인은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직적이고 포즈 중심인 발레를 전공한 무용수들은 자유로운 상체 사용이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무용수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부드럽고 유기적인 상체 움직임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하체의 움직임을 통해 역동성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특히나 유연성을 바탕으로 무용수간의 신체 중심이동과 무리 없이 이뤄지는 구조의 변화를 소화해내는 능력은 탁월했다.

 

 마지막으로 상수 쪽에 계속해서 위치한 다각형의 구조물은 그 역할을 백분 다한 오브제였다. 영상을 비추는 막의 역할, 무용수들을 비바람과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감정적 안전지대, 구조물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꿔 사방으로 등퇴장을 하며 다양한 구조를 만드는 중심점 의 역할은 무대에 효용성 없이 장식으로만 위치한 오브제와는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작품 <사계>는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이 전 세계 주요 극장 및 국제페스티벌에 자주 초청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준 공연이었다. 그들은 발레단임에도 불구하고 컨템포러리 발레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현대적인 프로그램과 풍부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현대적 움직임 어휘로 유럽 무용계의 흐름을 앞서 나가고 있었다. 또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문화사절로서 이탈리아의 무용과 훌륭한 무용수들이 널리 알려지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모다페 2015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