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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새로운 레퍼토리로서의 가능성 확인한 -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

 

유니버설 발레단은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더욱 박차를 가해 공연을 진행했다. 6월에 연달아 선보인 <돈키호테>의 매진 사례 이후 2021 대한민국 발레축제에 참여해 6월 18~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을 선보인 것이다. 기존의 레퍼토리가 아닌 유병헌의 신작으로, 주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용수들의 기량을 확인시켜 준 이번 공연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더불어 발레축제에 걸맞게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아름답게 그려냈고, 발레에 있어서 창작이 어려운 만큼 초연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놀랄 만했다.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은 세 개의 신작으로 구성되었고, 유병헌 안무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들 중에서도 분(憤), 애(愛), 정(情)을 주제로 삼았다. 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하며 매혹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는데, 자유롭게 표출된 감정과 직관으로 관객과 만남으로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첫 작품, <파가니니 랩소디>는 2003년도 유병헌의 초연작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랩소디에 맞춰 ‘분노’라는 주제를 다뤘다. 감각으로 느껴지는 역동성과 큰 동선을 통한 시원한 동작 이상의 활기가 전해져 신고전주의 풍의 안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음악을 이해하고 분석해 이를 움직임에 적용함으로서 춤과 음악의 조화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또한 시선을 끄는 군무진들의 기량이 파가니니 음악의 폭풍 같은 질주와 맞아떨어지면서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 간혹 군무에서 살짝 어긋나는 부분만 보완한다면 5커플의 파드되는 훌륭했고, 분노라는 주제가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스피디한 전개로 음악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는 판단이 섰다.

 



두 번째, <사랑(Butterfly Lovers)>는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축영대’와 ‘양산백’의 사랑을 발레로 그려낸 작품이다. 스토리라인은 둘은 사랑을 약속하나 집안의 사정으로 헤어지고 ‘양산백’은 병으로 죽게 된다. 집안의 약속에 의해 억지 혼례의 날 ‘축영대’의 가마가 ‘양산백’의 무덤가를 지나고 이때 무덤이 갈라지며 둘은 나비가 되어 만나 영원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배경막의 풍경, 강민우와 홍향기의 첫 등장 신 중국풍의 복장, 음악의 분위기가 너무 중국스러워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특히 강민우와 홍향기의 사랑의 파드되가 중국풍 의상에 가려 몰입도를 낮췄다. 그래도 이들의 기량은 뛰어났고 주역뿐만 아니라 축영대와 양산백의 대역을 맡았던 서혜원과 이현준의 춤도 눈길을 끌었다. 홍향기는 혼례 거절 장면에서 애절하면서도 처절한 움직임을 잘 포현했고, 마지막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영상이 구체적이어서 이해하기는 쉬웠다. 더불어 중국 작곡가 허진하오와 첸강이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모티브로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나비 연인’의 선율은 신선했다. 

 


마지막 작품 <정(Korea Emotion)>은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인 정(情)을 아름다운 신체 언어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정서를 국악에 맞춰 표출함으로서 눈물샘을 자극했고 공감대도 컸다. 음악은 한류 드라마 OST의 대가인 음악감독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국악 크로스오버 네 곡(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을 발췌해 사용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안무도 좋았지만 ‘미리내길’에서 손유희와 이현준의 드라마틱한 움직임, ‘달빛 영’에서 이동탁의 애절한 표현력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4팀의 커플이 멋진 파드되를 선보인 ‘비연’과 마지막 ‘정선 아리랑’에 맞춰 한복 느낌을 살린 의상을 입고 춤추는 무용수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외국인 무용수들이지만 오랜 한국생활로 ‘정’이라는 감정에 동화되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음악과 움직임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무용의 춤사위와 클래식 발레가 만나 섬세하고 서정적인 몸짓으로 구현된 데는 음악도 크게 기여했다. 시청각적 자극을 통해 관객과 무용수들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트리플 빌>은 예술감독 유병헌의 네오 클래식한 안무력을 각인시킨 공연이었고, 유니버설발레단의 강단이 보이는 무대이기도 했다. 초연이었음에도 특별한 실수가 없었고, 무용수들이 진심으로 노력했음이 전해졌으며, 대작은 아니나 소소한 행복을 주면서 앞으로 고정 레퍼토리로서의 가능성이 점치게 만들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유니버설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