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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주제에 담아 새롭게 펼쳐진 정재의 여러 모습들 - 국립국악원 무용단 <춤으로 빚은 효>

 

국립국악원은 전통문화의 전승과 전통 공연예술의 활성화 그리고 국악의 확장과 내실을 기하면서 대중적 향유를 꾀하는 데 앞장서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특히 올해는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이 되는 해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도 개원 70주년 기념과 함께 무용단의 정기공연 <춤으로 빚은 효>(국립국악원 예악당, 6.24-26)를 가졌는데 새로 부임한 유정숙 예술감독의 첫 정기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모았다.

   

이번 무대는 <춤으로 빚은 효>라는 제목처럼 조선 효명세자가 대리청정 당시 아버지인 순조와 순원왕후를 위해 궁중 연회를 베풀어 효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기서 행한 정재를 펼쳐놓은 공연으로 의미가 있었다. 사후 명명된 ‘효명(孝明)’이란 이름에서 드러나듯 그의 효심은 깊었고, 그 마음이 잘 담겨진 대표적 사례가 그에 의해 정리된 정재로 이번 공연에서는 1828년 연경당 진작례 중 ‘망선문(望仙門)’, ‘춘대옥촉(春臺玉燭)’, ‘보상무(寶相舞)’, ‘향령무(響鈴舞)’, ‘박접무(撲蝶舞)’, ‘춘앵전무(春鶯囀舞)’, ‘첩승(疊勝)’을 선별하여 무대화하였다.

 

이번에 선보인 종목들은 효의식이 그대로 담겨진 작품들로 순원왕후의 생신 축하와 만수무강을 비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따뜻하면서도 화사한 분위기가 가득하였다. 이는 무용수들의 절제된 몸짓과 창사 등을 비롯한 전통 음률이 조화를 이루며 주제의식이 그대로 표현되었고, 미시적이지만 기승전결의 구성을 통해 궁중무용이 가지는 유려한 미의식이 전달되었다. 또한 영상을 통한 상황 묘사는 당대에 대한 인식을 전해주는 데 도움을 주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융합되어 전체적인 작품의 색감은 전통에만 집착하지 않고, 문화원형의 요소가 동시대적 감각으로 전해졌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공연은 문헌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더불어 단순하게 재현이 아닌 효라는 주제의식 속에서 연결성을 가지고 공연이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정재가 제한적인 시공간을 유지하기에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일정한 주제의식 속에서 응축된 구성을 보인 균질적 양상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정체성과 미시적 변용 양상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궁중무용을 마음먹고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정재 공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데다 내용에서도 역동적이거나 극적 요소도 드물고, 흥밋거리가 많지 않으니 관객의 입장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이에 대한 해결 문제, 즉 전통문화예술의 대중화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사유하였을 듯한데 기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상식적인 차원에서 그저 생각해본다.

 


궁중무용이 공간과 제한적 인원의 향유에 그치는 것에 벗어나 문화전통에 대한 확장을 이루는 방법은 대중적 노출이 가장 중요할 부분으로 다가설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에 기반을 둔 창의적 활동이 대중에 의미 있게 다가설 가장 빠른 방법임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악판타지 <꼭두> 등의 새로운 창작 형태나 수요춤전에서 이루어진 무용단 무용수 중심의 전통춤 배틀 형식의 공연 등은 대중의 흥미를 이끈 공연이란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정숙 예술감독은 그동안 궁중무용과 민속춤, 창작춤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무용축제 프로그래머 등을 거치는 등 안목이 넓은 무용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면적인 변화가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그를 통해 정체성이 다져지면서 창조적 행위가 덧씌워지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