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 공연에 대한 리뷰를 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전통춤이라 불리는 춤들은 원형을 유지하며 기법적인 측면에서 정형화된 측면이 강하다 보니 개성적 변별성을 따져 작품을 논하거나 춤꾼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무용의 경우 창의적 상상력에 바탕에 둔 창작 행위로 안무 의도나 나아가 사회적 의미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데 반해 전통춤은 이러한 관점에서 동시대적 담론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저어함은 한성준에 의해 고전춤이 집대성되고, 이후 몇몇 춤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전통춤에 대한 가치는 높아졌지만 전승, 보급의 과정이 집중적,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공연도 일정한 모형(模型)에 충실한 점도 원인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대개 대가들의 유파별 특질에 맞추어 수사(修辭)적 언술로 논의가 이루어져 온 감도 없지 않다. 이는 전형화된 공연 형태와 훈고적 사유와 행동으로 전통춤을 바라본 타자와 내부의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춤의 전승과 창의적 계승에 대하여 다양한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관심을 모은다. 이러한 면모는 젊은 춤꾼들의 공연에서 미시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전승에 토대를 두면서도 종목의 확대 속에서 전통춤의 새로운 동시대 감각을 확보한다는 측면과 무대공연예술의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김유나의 첫 번째 춤판 <판화(板華)>(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2021.7.11.)도 그러한 범주에서 논의가 가능할 공연이다.
김유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출신으로 김부경이 이끄는 설향무용단에 몸담고 있으면서 서울교방 동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재원이다. 이번에 첫 개인무대에서 펼친 내용은 김진걸류 산조춤 ‘내마음의 흐름’, 김수악제 김경란류 ‘의암별곡’ 그리고 김수악제 김경란류 ‘교방굿거리춤’를 본인이 추었다. 또한 서울교방의 서정숙,이상연이 조갑녀제 김경란류 ‘쌍승무’, 이동준의 ‘한량무’가 함께 펼쳐졌다 서울교방 동인의 찬조와 함께 그가 공연한 종목을 보면 익히 알려진 무형문화재 지정 춤에서 벗어나 명무들이 추었던 여러 춤이 선별되었다는 점에서 변별적 짜임새를 보인다.
그는 근현대 전통춤 전승에 있어 3세대에 해당될 듯 하다. 계통적으로 보아 김수악, 김진걸, 김경란, 김부경으로 이어진 흐름 속에 놓이는데 이번에 펼친 춤들도 결국 현재 춤에 대한 완성도와 그의 개성을 보여줄 춤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공연의 변별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내 마음의 흐름’에서는 올곧으면서도 유동적 흐름의 몸짓을 공유하며 양가적 가치를 드러냈고, ‘의암별곡’에서는 이 춤이 함유한 비장미의 요소를 담담하게 표현하면서도 절제미를 강하게 드러내며 극적 구조를 완만하지만 단단하게 이끌었고, ‘교방굿거리춤’에서는 화사한 기세와 생명의 율동을 담아 그의 유려한 몸짓 속에서 좋은 기운을 전해준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러한 표출은 춤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여유 있는 사유에서 드러난 몸짓과 춤꾼이 꾸준하게 전통춤을 공부한 내공이 흐트러짐 없이 응집된 모습일 것이다.
이 공연은 서울교방 홀춤전의 성격도 지녔는데 여러 개성 있는 춤꾼들이 존재하는 서울교방에 또 다른 젊은 개성이 더해져 다양성을 구축하였다는 측면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었다. 또한 최근 동시대 전통춤의 전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여러 노력이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전해준 공연이었다 할 수 있다.
이번 무대가 본인 스스로나 다른 이들에게 그의 춤을 총체적으로 검증받는 첫 디딤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꾸준하게 전통춤의 확장적 무대를 위해 흔들림 없이 스승들의 춤을 계승하면서도 본인만의 아우라를 타자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여정을 기대해본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김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