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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창조적 발레 창작을 기대하며 - 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2021 예술의전당 창작 발레로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1.8.13-15)이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2015년 초연된 이래 꾸준하게 공연되고 있으며 이번 공연은 광복절즈음 열리며 그 의미를 더욱 배가시키고자 하였다. 한국 역사를 모티브로 한 창작 발레가 그리 많지 않고 제대로 대중과 호흡하지 못한 현실에서 ‘안중근’ 의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꾸준하게 공연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 작품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인간적 고뇌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연대기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구성은 프롤로그, 안중근의 혼례식, 이토 통감 취임 축하연, 러시아 연해주 의병부대활동, 안중근의 꿈, 단지동맹, 하얼빈 의거, 뤼순감옥 순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관객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이 작품에서 사실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하여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줄 것인지를 기대하고 작품에 임할 것이다.  

 

작품 내적으로도 역사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창의적 상상력이나 발레가 가지는 미학적 장치를 수용하여 관객에게 다가서고자 한다. 이러한 면모는 안중근의 아내인 김아려에 대한 비중을 높여 구성하였고, 이시다, 사쿠라와 같이 가상적 인물을 등장시켜 대립적 양상과 이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극적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한 점에서 나타난다. 

 

 

이에 따라 구성에서 안중근의 혼례식이나 이토 통감 취임 축하연처럼 이야기 전개에서 변별적 흐름을 만드는 장치가 작품에 놓이기도 한다. 이는 축제적 양상을 통한 다채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면서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서사구조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로 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특히 사쿠라의 등장과 화려한 분위기의 전개는 이 작품에서 긴장과 이완의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흐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작품의 흐름에서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시퀀스가 창작자에게는 가장 의미를 두고 만든 장면이라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 장면만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어떠한 상징적 요소를 지니며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는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비중이 축소되어 나타난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과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다 보니 이토는 그리 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하얼빈 의거에 장면은 간략하게 표현되었고, 제8장 뤼순감옥은 강조되어 그려진다. 이는 제8장이 절정과 결말이면서 민족의식을 일으키는 여러 장치들과 유려한 몸짓을 통해 감정이 교차되어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가 전해지면서도 발레가 가지는 감동을 통해 색다른 감각을 전해준다. 그럼에도 이러한 여러 요소를 차치하고 창작 발레라는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작품을 차용하거나 부분적 차용의 부분이 눈에 뜨이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예를 들어 제2장 안중근의 혼례식과 오페레타 ‘박쥐서곡’ 음악과 동작의 직접적 수용, 발레 ‘스파르타쿠스’에서 많은 부분 의탁한 장면 등은 재고의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민족의식을 담아낸 작품을 지향한다면 여러 경계적 유사의 모호성은 수정하여 발전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물론 음악의 전면 수용이나 동작의 유사성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것이 창조적 수용이 아닐 때는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요즘 사회 각 분야에서 문제되는 자기복제나 부분적 차용 등이 자칫하면 표절문제로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조심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 그동안 관행으로 받아들인 모습도 윤리를 따지는 현실에서는 발레계도 많은 연구와 새로운 가치 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깊은 인식을 모르는 대중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전형이 되어 답습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창작이란 창의적인 상상력을 통해 인식의 진보적 확장성을 여는 계기이다. 현재 한국 창작 발레가 변곡점을 만들지 못하고, 토대도 빈약하여 젊은 발레 창작자가 뚜렷하게 양산되지 못한 현실에서 이는 지양되어야 할 모습이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