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이 9월 27일~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무대는 2007년의 초연무대와 2009년의 재공연 무대를 수정 보완하여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을 더한 모던과 전통이 어우러지게 한 무대로 세계무대를 겨냥하였다고 한다.
한류시대에 발레를 통한 한국 문화 알리기 의도에서 시작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품 <춘향>은 1986년의 <심청>에 이어 선보인 두 번째 작품으로, 한국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보여준 차별화 전략은 <춘향>의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보여준 작품제작과정의 영상이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게 하고 화려한 무대 뒤의 과정을 소개함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영상에 이어 시작한 무대는 서곡과 함께 월매의 기도, 춘향의 고문을 연출한 장면, 춘향과 이도령의 첫 만남, 단오축제, 창포, 과거시험 등의 다채로운 장면을 2막 3장에 걸쳐 선보였고, 기량이 뛰어난 무용수들의 춤판이 벌어지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작품에서 보여준 음악과 의상은 한국의 것을 알리고자 한다는 의도와는 다르게 단지 작곡가의 유명세와 현대화라는 명목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발레음악의 거장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작품에 맞게 편집하였다고 하지만 작품 전개에 도움이 되지 못한 단조로운 음악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을 받았고, 이러한 이유로 계속 같은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게 했다. 특히 어사출두의 클라이맥스 장면과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춘향과 이도령의 파 드 되 배경음악은 각각의 장면 특성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고, 의상은 과도한 현대적 이미지로 한국의상의 명료함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관객의 입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 부분은 남자군무에서 벌어진 동선(動線)의 실수였다.
발레를 통한 우리문화 알리기 의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굳이 대가의 음악을 사용한다거나 현대적인 감각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우리문화의 특색을 지닌 작품으로 연출한 무대가 소개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공연이었다. 스토리 나열식의 방법으로 핵심 장면을 부각시키지 못한 점과 극적 전개를 돕지 못한 단조로운 음악, 장면의 갑작스런 종결로 이야기 전달이 미진하게 느껴졌던 부분과 함께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된 부분은 한국인의 정서를 전달하는데 장애가 되는 외국인 주역무용수와 일본 무사와 같은 분위기의 포졸 등으로 자칫 국적 없는 무대로 보였던 부분이었다.
글로벌 발레를 표방한다는 의도 하에 무리한 현대와 전통의 혼합은 한국적 특성의 근본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자칫 한국의 전통문화를 오인시킬 수 있다. 발레 <춘향> 무대가 발레의 틀에 고스란히 얹힌 한국전통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구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통해서 의도에 부합하는 한국 정통식 발레작품,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발레 <춘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유니버설발레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