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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제목만큼이나 난해했던 과학과 무용의 만남 - 댄스시어터 까두의 신작 <코펜하겐을 위한 고양이협주곡 C장조>




 8월 8~9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는 댄스시어터 까두의 3년만의 신작 <코펜하겐 해석을 위한 고양이협주곡 C장조> 공연이 있었다. 과학과 무용이라는 신선한 시도는 이미 <네 번째 불연속>(2009)과 <휘어진 43초 속의 여행자> (2011)라는 두 번의 작업을 통해 있어왔으나 이번 공연은 ‘양자역학’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전이었다. 관객은 공연 전에 이미 ‘양자역학’, ‘물리학’, ‘고양이 실험’ 등 이질적인 단어들을 통해 거리감, 부담감을 안고 관람하지만 박호빈은 춤추는 과학이라는 뚜렷한 목적 아래 MC와 특별출연한 김제완 박사의 토크쇼를 통해 친절한 해설을 곁들였다. 특히나 음악과 영상, 무용수들의 춤이라는 복합매체를 가지고 안무자는 양자역학 중 ‘앎에 대한 의문’에 대해 집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과연 내 신체는 실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감각기관의 하나일 뿐인가?’,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지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닌가?’ 등의 철학적 질문은 그가 움직임에만 주목하는 안무가가 아님을 입증했다. 작품을 통해 물질이 갖는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미시의 세계에서는 하나의 물체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다는 상태의 공존, 평행우주 혹은 다중세계라는 해석이 주는 예술적 상상력과 접근은 결국은 난해함으로 인해 관객과의 소통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주제 해석에 있어 두 가지 채널을 통한 작업방식의 선택이었다. 채널 A는 ‘과정’ 중심으로, 공연을 준비하며 연구․토론․발전의 과정들을 중심으로 구성해 새로운 형태를 선보인 이번 공연이며 채널 B는 일반적인 공연 형식으로 이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과정중심의 공연은 안무가와 무용가들에게는 많은 공부가 되며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무용에 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친절한 작품으로 움직임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을 주지만 자칫 완성도가 부족할 수 있다. 반면에 일반적인 공연 형식은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더 깊이가 있지만 결과물만 보게 되는 관객들은 안무가나 무용수가 그 행위를 하게 되는 과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소외될 수 있는 경향이 있다. 이 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안무가는 두 가지 방식을 제시해보는 명석한 답안을 내놓은 것이다.

 


 

 김제완, 최종범, 이용훈, 양용준의 특별출연은 작품에 객관성과 재미를 더했고 박소영, 주선희, 전흥렬, 이보라미, 김효진, 정은혜, 김우진, 한류리, 표상만, 임란정, 송송희, 박호빈의 춤은 과학을 감각으로 변용시켰다. 따라서 공연은 언어에서 몸으로, 구체적인 이해에서 직관의 감각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거듭나려는 안무가의 탐색이었다. 특히 과학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비주얼아티스트가 선사하는 경이로운 우주, 음악으로 표현된 원자들의 움직임, 빛의 입자로 변한 무용수들의 감각적인 춤은 움직임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1차원적인 접근을 선행했다. 예를 들어 ‘원자가 원 운동을 한다? 그럼 일단 빙글빙글 돌아보자’ 혹은 ‘물질은 파동과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그럼 일단 웨이브를 해보자’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서히 움직임과 연결된 재미를 찾고, 구성요소를 발견하며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가게 된다. 이후 무용수들은 솔로와 다양한 형태의 듀엣, 군무 등을 통해 무용의 표현을 확장시켰고 후반부에는 스텝들의 마이크에 무용수들이 말도 하고 춤도 추며 공간 속에서 해체와 결합을 반복했으며 9.11테러와 후쿠시마 원전폭발 등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기도 했다.

 


 

 박호빈은 ​현재 구로아트밸리 상주예술단체로 선정됨에 따라 과정 중심의 작업, 까두의 본래 취지였던 집단공동창작, 그리고 지역을 위한 커뮤니티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따라서 이번 공연도 그러한 목적에 맞게 구성된 실험적 공연의 형태라 할 수 있었고 구로아트밸리라는 공연장의 지역적 특성 상 관객의 동원과 참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본인도 밝혔듯이 이번 공연은 결과적으로 재미와 지적 충족 사이의 충돌로 둘 다를 중화시켜 복잡하고 정리되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안무가 박호빈은 컨템포러리댄스를 지향하며 동시대의 삶과 몸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에 주목하는데, 그 스펙트럼 중의 하나가 과학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이다. 비록 <코펜하겐 해석을 위한 고양이협주곡 C장조>이 동시대적 춤을 통해 일상적 경험을 이야기하고 질문하며 참여와 체험의 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완성도의 측면을 보강해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을 때 예술적 취향이 고조된 또 하나의 실험적 공연을 기대해 본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댄스시어터 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