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승연 안무시리즈 Ⅱ의 일환으로 마승연의〈Nothing is〉
그녀는 의미 없음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아무 것도 아닌(nothing)’것에 ‘Is’를 붙여 그 경계 너머의 열린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며 ‘모든 것은 멈춰있지 않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기대하기 이전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미들을 되새겨본다면 삶의 목적이, 그 의미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 가능함을 어필했다. 공연은 파편화된 장면들이 모여 큰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6명의 무용수들(이혜지, 차은비, 노하윤, 정다원, 김현진, 마승연)은 깔끔한 구조를 보이며 추상적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긴 라인을 바탕으로 야무진 동작을 만들어내는 무용수들이 아직은 안무자를 제외하고는 연륜이 깃들지 않았으나 아름다운 발등과 힘 있는 하체의 움직임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재킷과 일상복을 차려입은 그들의 현실적인 모습은 집합과 해체를 번갈아가며 우리의 일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 새로운 의미를 완성해감을 드러냈다. 무용수들이 특별하게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오직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무엇보다 강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승연은〈Nothing is〉
이는 가려진 얼굴을 넘어 시각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전반적으로 그녀가 기존과는 다르게 사용한 움직임 어휘들은 기량을 과시하기보다는 스스로 주제에 집중하고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키워드였다. 여기에 더해 반복적이고 경쾌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마승연의 솔로가 역시나 전체 구성에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안정적인 흐름이 장점인 반면 하이라이트 부분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칫 무난하다는 정도로 치부될 수 있기에 한번의 방점을 찍어줄 필요는 있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마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