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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라는 오브제에 담아낸 굳건한 의지: 마승연의 〈Nothing is〉


 

마승연 안무시리즈 Ⅱ의 일환으로 마승연의〈Nothing is〉가 3월 4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있었다. 마승연은 현대무용단 탐의 대표로 2010년 한국무용협회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우수 안무자상, 2017년 SCF실행위원장상을 받았고 28편의 작품을 안무한 베테랑이다. 이번 신작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어쩌면 쉽게 지나쳐 버린 혹은 미쳐 알지 못했던 것들의 의미를 더 넓은 관점으로 깊이 바라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패기의 단계를 넘어 성숙의 단계로 들어선 안무가의 시선은 감성적인 측면보다는 사색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녀는 의미 없음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아무 것도 아닌(nothing)’것에 ‘Is’를 붙여 그 경계 너머의 열린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며 ‘모든 것은 멈춰있지 않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고 그것을 기대하기 이전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의미들을 되새겨본다면 삶의 목적이, 그 의미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 가능함을 어필했다. 공연은 파편화된 장면들이 모여 큰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6명의 무용수들(이혜지, 차은비, 노하윤, 정다원, 김현진, 마승연)은 깔끔한 구조를 보이며 추상적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긴 라인을 바탕으로 야무진 동작을 만들어내는 무용수들이 아직은 안무자를 제외하고는 연륜이 깃들지 않았으나 아름다운 발등과 힘 있는 하체의 움직임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재킷과 일상복을 차려입은 그들의 현실적인 모습은 집합과 해체를 번갈아가며 우리의 일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 새로운 의미를 완성해감을 드러냈다. 무용수들이 특별하게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오직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무엇보다 강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승연은〈Nothing is〉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여러 안무작을 통해 형성된 안정감을 바탕으로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돌을 상징적으로 사용하며 주제를 견고히 했다. 일반적으로 돌은 무심히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확고히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키는 모습들을 표현하는데 이용되었다. 특히 돌 모양의 오브제를 머리에 쓰면서 세상 누구도 자신을 뒤흔들 수 없으며 돌의 변함없는 굳건함이 현시대에 정신과 마음이 굴절, 순응, 굴복하고 마는 인간에게 스스로를 이겨내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그리고 얼굴을 가려 본인의 정체성을 지운 가운데 보여준 유쾌하면서도 위트 있는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가려진 얼굴을 넘어 시각보다 확장된 세계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전반적으로 그녀가 기존과는 다르게 사용한 움직임 어휘들은 기량을 과시하기보다는 스스로 주제에 집중하고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키워드였다. 여기에 더해 반복적이고 경쾌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마승연의 솔로가 역시나 전체 구성에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안정적인 흐름이 장점인 반면 하이라이트 부분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칫 무난하다는 정도로 치부될 수 있기에 한번의 방점을 찍어줄 필요는 있었다. 

 


 

〈Nothing is〉는 탐 특유의 조직적 구성이나 역동적 움직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여기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려는 노력이 있었고, 안무자가 전적으로 춤을 추면서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에너지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또한 조명과 음악을 통해 공간을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화시킨 가운데 존재와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는 표현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채운 층위는 나름의 색깔로 구현되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에 투영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은 늘 무게감을 갖고 현대무용단 탐의 중심을 지키는 안무가와 닮아 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마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