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현대무용 축제인 국제현대무용제(MODAFE)가 5월 23~31일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열렸다. 올해로 33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의 주제는 '본능을 깨우는 춤'이었는데,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개막을 장식한 작품은 이스라엘 안무가 샤론 에얄(Sharon Eyal)과 가이 베하르(Gai Behar) 팀 ‘L-E-V'의 <하우스(House)>였다. 유럽 현대무용의 중심국으로 컨템포러리 댄스를 이끌고 있는 이스라엘의 현대무용은 과거 미국, 독일식 현대무용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으나 오늘날 나름의 개성과 신선함으로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초연으로 작년에 미국 제이콥스 필로우(Jacob’s Pillow Dance Festival)에서 여러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이번 행사에 초청된 공연이다.
공연에서 가장 의문을 가졌던 것은 작품 제목 <하우스>였다. 어떤 의도와 의미를 담았을까?라는 궁금증은 이내 풀렸는데 이는 음악의 장르를 대변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우스뮤직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장르 중 하나로 1980년대 초 프랭크 너클스라는 DJ에 의해 처음 등장했다. 그가 활동하던 시카고의 웨어하우스라는 클럽에서 유래되어 하우스뮤직이라 불리게 되었고, 하우스뮤직은 다양한 기계음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비트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반복적인 비트가 나오기 때문에 중독성 있는 음악이란 평가를 받는다. 공연 전반에 흐르는 음악은 동일한 기계음의 반복이 움직임과의 결합을 통해 더욱 그 중독성을 배가시켰다.
막이 오르면 발레리나의 신체와 테크닉을 연상시키는 여성의 솔로와 옷을 벗은 듯 유니타이즈를 입어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무용수들이 1시간여의 공연 동안 관능적이고 격렬한 춤을 춰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반복적인 하우스 비트에 남녀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낮은 중심점을 사용해 강한 하체의 힘을 보여주는 부분들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전체적으로는 이국의 테크노 클럽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들의 외설적이고 때론 유혹적이며 흔들기와 떨기 등의 움직임의 특질을 사용해 원시적인 야만성과 정제되지 않은 거칠음을 표현한 부분은 이들 안무가들의 독특한 춤 어휘를 대표했다. 주제의 표현방식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성적 충동과 관능을 다루다보니 성행위를 묘사하는 몸짓, 뇌살적인 표정, 나체처럼 혹은 가죽옷으로 대표되는 의상 등이 자칫 B급 또는 하드코어로 취급될 수도 있으나 작품을 한 단계 승화시킨 것은 오랜 훈련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기본기와 놀라운 유연성의 결합이었다. 완벽한 턴아웃과 풀업은 훌륭한 체격조건을 가진 무용수들에 의해 시각적으로 구현되었고 호전적 성향은 깨끗한 라인과 역동성의 미묘한 조합 속에서 원시성과 현대성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전체적 맥락에서 샤론 에알은 직설적이면서도 동시에 몽환적 감정을 동반한 무용수들의 뒤틀린 신체를 통해 발레와 현대무용의 적절한 조합처럼 보이는 독특한 매력과 분위기를 완성해냈다. 또한 가이 베하르는 텔아비브의 라이브 뮤직, 예술, 심야여흥계의 중심인물로 활동해 왔기에 하우스에서 테크노로 가면서 환각제로 밤을 새우는 댄스 파티에 기반을 둔 환락적인 문화의 새로운 주류, 공격적인 반복 악절과 긴장감, 호전적인 성향과 환각에 빠진 쾌락주의의 의미를 갖는 음악적 코드를 작품에 잘 실어냈다. 따라서 안무가 샤론 에얄은 이스라엘의 대표적 무용단인 바체바 무용단의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과 18년을 함께한 스타 무용수답게 움직임의 본질과 음악적 이해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표면적으로 인간의 미화되지 않은 본능을 다루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정체성의 문제나 사회, 문화적 측면을 심도있게 해석하기보다는 현대의 감각에 맞게 움직임의 본성에 충실했다는 점이 모다페 개막작으로서의 의의를 가졌던 것 같다. 따라서 첫 작품에서 자신의 색채를 극명하게 보인 탓에 앞으로 그의 차기작에 많은 관심이 뒤따른다.
글_ 장지원 (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모다페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