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장르의 구분을 두지 않고 젊은 무용인들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무용 축제 <드림 앤 비전 댄스 페스티벌>이 4월 7~20일까지 포스트 극장에서 있었다. 15회를 맞이한 이 페스티벌은 무용계에서 젊은 무용인들의 현실을 변화시키고 독창적인 안무가를 발굴해내는데 목적을 두었는데, 필자는 4월 7일 첫날 최시원, 백인근, 최동수, 황태인 네 무용가의 공연만을 관람했다.
첫날 첫 공연은 최시원의 <마음의 방>이었다. 이 작품은 한국무용으로, 국악기의 라이브 연주와 남성의 노래가 시작부터 감정을 환기시켰고, 희고 가벼운 의상을 입고 음률에 맞춰 중심의 축을 간직한 채 느리게 혹은 빠르게 춤추는 모습은 간결하면서도 좋았다. 표현에 중점을 두고 홀로 자신의 마음의 방에서 사유하는 인체는 초반부 연속되는 흐름을 나타냈다면 선율이 빨라지면서 상체에서 전신으로 강렬함을 더해가며 확장되었다. 사각조명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공간을 한정함은 마음의 방을 의미했고, 국악기와 구음의 청아한 소리와 어울려 춤사위는 더 돋보이는 상생(相生)의 순간을 보여준 경우였다.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는 한국무용이 보여줄 수 있는 큰 장점으로 이를 잘 살리며 최시원의 표현력이 부각되었다.
백인근의 은 강렬함이 돋보였던 현대무용 작품이었다. 공연은 ‘아무도’, ‘도움 없는’, ‘고통’, ‘차가운 시선들’, ‘잊지말아주세요’ 라는 단어들로부터 출발해 인간들 사이의 도덕적 행동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안내방송과 더불어 검은 후드 바바리를 입은 5명의 무용수들이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나가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에 맞춰 과격하고 강렬한 움직임으로 독특한 구성을 보였다. 이들은 마임에 가까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등에 ‘don't forget'이라는 글씨가 써있는 티를 입고 춤추는데 다소 모던 재즈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후반부 자신들의 보이스로 물방울 조명 속에서 열을 이루며 춤춘다든지 객석에 세로로 일렬 형태로 서서 서로의 보이스에 반응하며 격렬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거리극이나 게릴라극 같은 인상을 주었다.
최동수의 는 무음악에 작은 불빛을 만드는 남성이 주의를 집중시킨 가운데 허리를 뒤로 꺽고 팔을 크게 휘적거리는 일상복 차림의 또 다른 남성의 춤으로 구성된 듀엣이었다. 이들은 불빛에 반응하며 돌기와 서로를 강하게 밀쳐내기 등 일반적으로 남성 듀엣에서 보여지는 전형적 구성을 연출했고, 옷을 뺏거나 발 밑에 한 사람을 밟는 행위 등은 때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고통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은 제목과 연관되어 수많은 어휘를 탐구한 점이 눈에 들어왔으나 무난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보이지 않아 아쉬운 무대였다.
황태인의 는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재치 있고 해학적인 연출, 대중적 호응의 삼박자를 갖춘 특색 있는 한국무용 작품이었다. 드라이버로 핸드폰을 고치고 있는 남성을 시작으로 마임과 춤이 어울리며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냈는데, 양복을 입고 나와 대사를 하며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두 사람과 하수에서 노래하는 인물은 공간 속에서 뒤섞이며 역시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객석에서 또 한 인물이 뛰어들어가 시끄러운 음악에 클럽 같은 분위기에 힙합 혹은 현대무용 같은 춤을 선보였고 조용한 음악으로 전환되면서 한곳에 모여 검은 치마와 검은 수트로 갈아입고 돌연 한국무용 춤사위를 선보였다. 흐름의 측면에서 다소 정용진의 <기본활용법>과 유사한 인상을 받기도 했으나 심각한 음악과 해학적인 몸짓의 반비례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부합할 수 있는 흡인력을 지녔다.
젊은 네명의 무용가들이 보여준 작품은 페스티벌의 타이틀처럼 그들의 꿈과 비전을 펼친 가능성의 공간이었으며 오늘날의 춤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거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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