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단 탐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마승연이 1월 5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마승연안무시리즈 Ⅲ <있는 그대로> 공연을 가졌다. 조은미 예술감독의 핵심멤버로 그간 활발한 활동을 가져온 마승연은 한국무용협회 젊은안무자 창작공연 우수 안무자상과 SCF 실행위원장 상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은 것 외에도 매해 탐에서 한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할 만큼 그 열정과 실행력이 뛰어난 무용가다. 사실상 꾸준히 공연한다는 것이 어려운 실정에서 43년 역사를 지닌 탐의 중추로 그 역할을 다하면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다. 코로나19로 공연현장이 위축된 가운데 본인의 공연과 탐의 여러 기획공연을 함께 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책임감도 느껴졌다.
이번 <있는 그대로>는 실제보다 복잡하게 파악되는 삶을 단순하게 바라봄으로써 본질, 본연의 모습,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음에 주목했다. 따라서 “우리의 삶 속에서 가끔은 모든 것들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의미로 다가올 때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그 때의 감정과 상황을 정직하고 단순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춤으로 표현했다. 주목받길 바라고 많은 생각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하나 둘 버리고 가볍게 만들며 초심으로 돌아가 바라보는 시선의 평온함을 담았다. 주로 추상적 주제를 다뤄왔지만 현실에 근간해 오로지 춤 자체로만 그려내는 각 장면들은 촘촘히 직조된 형체였다.
공연이 시작되면 하수 탑 조명 아래 여성 솔로가 마치 느리게 숨 쉬듯 상체를 들었다놨다하며 스피드를 높인다. 그녀는 마치 인어의 움직임처럼 웨이브를 힘차게 보이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탐의 일원은 아니지만 이대 출신의 김정으로, 이번 공연에서 자신을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김정은 첫 등장부터 우월한 신체조건과 유연하고 분절적인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새로운 인재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다. 이밖에도 여성적이면서도 차분한 최윤영의 춤은 성숙하고 정교해졌으며, 김현진과 정다원의 시원스럽고 역동적인 춤이 조화를 이뤄 공간을 충실히 채워갔다. 5명의 무용수들 중에서 마승연과 최윤영의 여유와 김현진, 정다원, 김정의 패기와 탐의 어휘와는 약간은 다른 춤결은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초반부 마승연은 의자와 테이블 주변에서 잘 구성된 움직임구를 보였는데 곧이어 최윤영과 동일한 동작으로 듀엣의 묘미를 더했다. 이 둘은 오랜 단체 활동을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살리고 보완하는 포인트를 알고 있었고 이를 잘 조합했다. 주목할 점은 둘 다 한층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진 움직임이었는데 강렬한 에너지만이 아니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엮이고 풀리는 구성은 서정적이었고, 다양하게 사용된 조명과 음악이 완성도에 기여했다. 의미를 부여하며 사용된 바닥조명은 장면 곳곳에 사용되며 시공간을 분할했다. 음악에 있어서도 믹서기, 칼질과 같은 일상적 소리의 조합과 클래식, 그 밖의 다른 분의기의 음악을 고르게 쓸 줄 아는 연륜이 보였다.
역시나 이번에도 탐 공연의 주요 오브제인 의자, 사각 테이블, 푸른색의 대형 가방, 포스트잇 등이 활용도를 높이며 사용되었다. 일상에서 친숙하게 구할 수 있는 오브제의 사용이 일종의 트레이드마크라 한다면 강조의 측면에서 적절하지만 추후 색다른 세트의 쓰임이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스펙터클하고 화려함으로 치장된 공간과 빠른 시간의 흐름보다는 일종의 포스트모던 시기의 일상성의 회복이 중점이 된다면 이해가능하나 때로는 일탈의 시원함도 필요했다.
삶을 바라보는 시점에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존재와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관조하는 마승연의 <있는 그대로>는 날로 성숙한 안무와 탄탄한 기량을 가진 어린 단원들이 이뤄낸 밀도 놓은 공연이었다. 특히 신진들과 함께 동등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녀의 체력은 늘 이어진 훈련과 연습이 외형으로 보이는 것이며 또한 여성무용수로만 구성되었지만 밀리지 않는 에너지와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고도 성숙한 존재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현대무용단 탐의 저력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성과는 마승연의 최근 작품들이 테크닉을 조금 내려놓고 본질에 충실하기에 성공적이며 우수한 신진들을 양성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글_ 장지원(춤평론가)
사진제공_ 현대무용단 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