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새롭게 열며 국립무용단이 야심차고 자신 있게 마련한 '국립무용단 컬렉션'이 국립극장 KB하늘 극장에서 1월 10일~25일까지 있었다. 장현수의 <팜므파탈>, 조재혁의 <이상증후군>, 조용진의 <기본활용법>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에서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무용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무용가들의 춤을 보는 것은 뜻 깊은 시간이다. 특히 2011년부터 국립무용단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용진은 이들 셋 중 가장 어리며 첫 안무작이라는 측면에서 이목이 집중되었다. 국립국악고등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탄탄한 기본기와 뛰어난 신체조건, 외모를 바탕으로 급성장을 한 조용진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움직임에 대한 관찰, 한국무용을 구성하는 기본 메소드에 대한 탐구, 국립무용단이 매일 연습과 공연 전에 하는 워밍업 '기본' 에서 자신만의 춤사위와 리듬을 찾아 작품 속에 담았다. 더불어 서영란의 연출, DJ 소울스케이프의 음악이 일방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한국적'이라는 이미지를 확장시키는데 기여했고 움직임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이재화의 뛰어난 실력도 기여도가 크다.
조용진은 <기본활용법>에서 말 그대로 한국무용의 기본 동작을 바탕으로 한국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춤을 소화했고, 한국적인 춤사위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현대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그의 고민을 내비쳤다. 사실상 조용진과 이재화 두 명의 남자무용수가 한 시간 동안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멋진 춤과 상호유대, 적절한 유머 감각, 현대적 감각의 수용 등은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에 무게감을 더해주었다. 첫 장면, 흰 사각 돌출무대 위에 선글라스를 끼고 일상복을 입고 등장한 조용진은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무음악에 혼자 무용 호흡을 하며 작은 동작들을 실행해 연구한다. 곧이어 등장한 이재화 역시 동일한 동작을 한 템포 느리게 따라하며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이윽고 선글라스와 검은 상의를 선택한 가운데 한국춤의 춤사위와 기본 춤사위가 담겨있는 진지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속도감과 움직임을 더한 가운데 리더를 바꿔가며 이뤄진 순간들은 많은 기본동작들을 활용하면서도 다른 남성이 출연해 캠코더로 이들을 찍기도 하고, 호응하기도 하면서 이중적 각도와 관찰자로서의 즐거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조용진의 박수 소리에 따른 이재화의 반응, 영상 속에서 춤추는 조용진과 현실의 조용진의 맞물림, 실사와 허사를 넘나들며 테크놀러지의 수혜를 누리는 모습에서 한국춤이지만 오늘날의 추세와 거리를 두지 않고 미래지향적 모습을 도모하고자 함을 알 수 있었다. 리서치 다큐먼트를 기반으로 퍼포밍 아티스트로서 활약하는 서영란의 연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보다는 인간의 신체에서 보여지는 진솔함과 한국춤의 정서, 춤에 있어서 현재와 과거의 자연스러운 맥락, 두 무용수의 뛰어난 기량이 사뭇 실험적이나 어설픈 공연으로 끝날 수 있는 위험성을 벗어나 깔끔한 무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상 속 컴퓨터 자판에서 주고받는 이 둘의 우스꽝스러운 대화, 장구 장단에 맞춘 조용진의 허튼춤, 클럽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DJ 소울스케이프의 컴퓨터 음악, 상하체의 움직임이 분절적인 현대무용에 가까운 춤동작 등은 강한 개성을 표출하는 동시에 "한국춤은 이러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젊은 무용수의 고심의 흔적이었다. 다만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안무자 자신의 뚜렷한 정체성에 기인한 것인지 오늘날의 흐름에 편향(偏向)하는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 그의 발전가능성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 여겨졌다.
글_ 장지원 (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국립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