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발레리나 강미선이 무용계 최고 권위의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2023년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서는 강수진, 김주원, 김기민, 박세은에 이어 5번째 수상하게 된 것이다. 강미선은 최장기 근속 무용수라는 점에서도 그 근면함으로 인정받을 만 한데 이번 수상은 유니버설의 창작발레 레퍼토리 <미리내길>에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연기하며 순수하게 한국 창작발레 작품으로 수상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가 있다.
뛰어난 실력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무용수의 위엄을 보여준 강미선과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깔끔하고 정확한 회전이 돋보였던 <백조의 호수>가 6월 1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번 <백조의 호수>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제13회 대한민국발레 축제 초청작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것을 성남아트센터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는데,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가 조화를 이뤄 더욱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고전발레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는 1877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작은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그 이후로 여러 버전이 안무되었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백조의 호수>는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버전이다. 이 작품이 명작인 이유는 프티파와 이바노프가 각각 자신의 최대 역량을 발휘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안무, 1인 2역을 담당하는 발레리나의 뛰어난 연기력과 기량, 우리에게 익숙한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 각국의 캐릭터 댄스, 환상적인 백조들의 군무, 고난도의 흑조 파드되 등 관객이 발레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4막을 2막으로 압축해 긴장감과 흑백, 선악의 대조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장면 곳곳에서 엿보이는 섬세한 동작과 고난도 안무가 돋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92년 <백조의 호수> 초연을 올렸고, 미국 뉴욕 링컨센터,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등에서 공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 13개국 투어를 진행하며 고전발레의 아름다움과 한국이라는 국가를 알리는 외교사절의 역할도 담당했다. 이미 익숙한 스토리라인이기에 직관적 관람이 가능하고 특히나 주역 발레리나가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백조와 흑조를 감상하는 재미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오데트와 오딜을 춤췄던 여러 명의 유니버설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의 역할이 컸다. 현재를 대표하는 발레리나의 핵심에 강미선이 있는 것이다.
이번 <백조의 호수> 역시 강미선이 보여준 흑조와 백조의 상반된 매력, 안정적인 32회전 푸에테, 환상적인 발레블랑에 머물지 않고 백조와 조화를 이룬 흑조의 군무, 디베르티스망으로 삽입된 각국의 화려하고 특색있는 캐릭터 댄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고난도 테크닉의 노보셀로프와 강미선의 흑조 파드되, 새드 앤딩이지만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더불어 연륜을 통해 여유로움까지 갖춘 강미선의 모습은 불안감 없이 안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스피디하게 스토리라인을 진행하는 가운데, 특히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었던 2막 2장 밤의 호숫가 장면에 추가된 흑조 군무는 24마리의 백조와 흑조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형과 안무로 빈틈없는 조화를 선보였다. 또한 나이를 잊게 만드는 강미선의 역동성과 테크닉이 수반된 춤이 아름다움과 당당함으로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브느와 드 라 당스 수상으로만 강미선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성실함과 발레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량, 발레리나로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도전을 극복한 강인한 인간에 대한 찬사인 것이다.
글_ 장지원(춤평론가)
사진제공_ 유니버설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