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의 커플이 있다. 첫 번째 커플은 아이가 줄줄이 달린 부부다. 부인 돌리는 뱃속에 또 하나의 아이가 있다. 금슬이 좋은 것처럼 들리지만 한 발짝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모두에게 친화력이 있는 유들유들해 보이는 남편 스티바는 타고난 바람둥이다. 극의 첫 장면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대놓고 목격당하고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지만 그 본성을 숨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헤어지지 못한다. 아이들 ‘때문’일 수도 ‘덕분’일 수도 있지만 남편-아내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는 다른 가치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두 번째 커플은 순수하고 고결하며 소박한 사랑을 한다. 시종일관 한 여자 키티만을 사랑하는 레빈은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 순정남이다. 요령도 없고 멋 부릴 줄도 모르며 감질나게 하는 사랑의 줄다리기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인물이다. 브론스키에게 마음이 있던 키티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하지만 레빈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레빈은 실연의 아픔으로 사랑병을 앓고 괴로워하는 키티를 위로하고 그 마음을 인정받는다. 마냥 해맑고 어린 듯 해 보이던 키티에게도 레빈의 진심이 통했는지 그 둘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를 낳으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마지막 커플은 좀 더 복잡하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여자는 둘 중 한 남자와 부부이다. 끔찍하게 사랑하는 아들 세료자를 두고 있는 이들 부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에게 신실해 보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그들은 부부의 최저 기본 선까지의 관심을 갖고 딱 그만큼만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이이다. 적당히 행복한 듯 보이는 이 가정은 여자가 젊고 매력적인 남자 알렉세이 브론스키를 만나면서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회적 통념과 인간의 욕망 사이에서,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제도적 의무와 자유의 본성 사이에서 이들은 갈등하고 방황한다. 결국 이들의 사랑은 질투와 망상으로 일그러지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안나 카레니나(Анна Каренина)〉에서 세 쌍의 커플이 보여주는 삶과 사랑, 그리고 절망과 불행의 방식은 제각각이다.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인 만큼 작품의 주인공은 안나지만,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에게도 저마다의 비중 있는 스토리가 있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정신이 피폐해진 안나가 열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데서 소설이 극적으로 끝나지 않고 안나의 자녀 이야기, 남편 카레닌과 브론스키의 이후 이야기와 더불어 레빈과 키티의 서사가 한참을 이어가는 것도 작가인 톨스토이(Лев Толстой, 1828-1910)가 그 인물들 모두를 그리려 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톨스토이는 레빈에게 자신을 투영하였다고 한다. 레빈의 지고지순하며 성스럽고 헌신적인 사랑이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방식이며 그의 도덕관이었다. 마치 작품 전체를 꿰뚫는 전지적 화자처럼, 사랑과 배신과 갈등과 위선으로 상처입고 무너진 인물들은 레빈을 통해 위로받고 구원받는 것 같다.
〈안나 카레니나〉는 영미권 작가들이 최고의 소설로 꼽는 작품인 만큼 열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뮤지컬로도 흥행을 했으며 많은 안무가들이 무대화한 작품이다. 볼쇼이발레단에서는 1975년 마야 플리세츠카야(Майя Плисецкая)가 안무한 버전이 있으나 현재는 공연하지 않고 있다. 현재 볼쇼이발레단에서 공연하는 버전은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 1939-)의 2017년 안무작이다. 그가 단장으로 있는 함부르크발레단에서 2017년 7월 초연한 후 볼쇼이발레단에서는 2018년 3월에 초연을 올렸다. 이후 거의 매 시즌 공연을 하고 있으며 최근 공연은 3월 2-3일에 있었다. 내가 본 공연은 3월 2일 12시 공연으로, 마리아 비노그라도바(Мария Виноградова)가 안나를, 블라디슬라프 란트라토프(Владислав Лантратов)가 브론스키, 미하일 로부킨(Михаил Лобухин)이 카레닌을 맡았다.
존 노이마이어의 대표작 중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카멜리아 레이디(Lady of the Camellias)〉(1978)일 것이다. 쇼팽(F.Chopin)의 음악에 맞춰 강렬한 감정의 흐름을 서정적이고 고전적으로 표현한 드라마 발레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40년이나 지나 만들어진 〈안나 카레니나〉는 〈카멜리아 레이디〉와는 사뭇 다른 현대적 작품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고수하는 19세기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을 완전히 탈피하고 현대의 시대상에 맞춰 각색하였지만 기본적인 스토리라인과 뼈대는 변하지 않았다. 톨스토이의 원작이 갖는 ‘사랑과 불륜, 도덕’이라는 주제가 그만큼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발레의 기본 스토리와 구성은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19세기 러시아를 현대의 특정할 수 없는 어느 공간으로 옮겨 공감대를 확장시켰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인물들의 집, 기차역, 스포츠 스타디움, 농장, 선거 유세장이 전부인지라 그것들이 가능한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무대 위를 회전하며 전방향으로 사용 가능한 미니멀한 흰색 이동벽은 단지 세트의 역할뿐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 설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인물들은 시간차를 두고 벽에 뚫린 문을 들락날락하며 때로는 쾅 쾅 여닫는 문의 소리는 상대방을 향한 열망과 긴장을 드러냈다.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벌떡 일어나고 또 등을 대고 교차로 앉아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엇갈린 마음을 나타냈다.
카레닌은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가로 등장하였다. 작품의 첫 장면은 카레닌의 선거 유세로 시작하는데, 관중들이 "VOTE KARENIN"이 쓰여 있는 선거 포스터를 들고 지지를 보내고 카레닌은 마이크 앞에서 연설을 한다. 카레닌은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안나를 이용할 뿐 이미 그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식은 듯 보인다. 남편에게 배려와 사랑을 갈구하던 안나가 결국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에만 신경을 쓰는 남편에게 등을 돌리고 브론스키에게 마음을 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브론스키 백작은 경마를 즐겨하는 군인 대신 젊고 건장한 라크로스 선수로 등장하였다. 경마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라크로스 경기 중 부상을 당하는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으로 혈기왕성하게 동료 선수들과 운동을 하는 활기찬 모습은 정치판에 찌들어 사랑 따위는 잊은 듯한 카레닌과 현저히 대비된다. 카레닌은 시종일관 수트를 입고 냉정하게 춤을 추지만 브론스키의 첫 등장은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다. 카레닌과의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답답하던 안나는 브론스키의 자유롭고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았을 때 숨통이 트이며 신선한 설렘의 감정을 충분히 느꼈을 법하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사랑하는 데 있어 거의 유일한 걸림돌은 아들 세료자다. 카레닌과의 쇼윈도 부부생활도 세료자 덕분에 견디고, 모든 것을 뿌리치고 브론스키를 따라 나섰다가도 세료자가 눈에 밟혀 돌아온다. 카레닌이 자신을 배신한 안나에게 복수하는 방법 역시 안나를 세료자와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
등장인물 중 레빈은 매우 이질적인 존재다. 그는 촌스럽기 그지없다. 시종일관 고집하는 빨간색 체크무늬 셔츠와 가죽바지, 기다란 부츠, 카우보이모자는 영락없는 농사꾼 혹은 벌목꾼 패션이다. 차이콥스키(П.И.Чайковский)와 슈니트케(А.Г.Шнитке)의 음악이 작품의 전반에 걸쳐 연주되는 것과 달리 레빈이 등장할 때는 캣 스티븐스(Cat Stevens; 본명 유수프 이슬람(Yusuf Islam))의 컨트리송이 녹음 플레이된다. 사랑과 불륜, 치정과 싸움이 얽혀있는 다른 인물들의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보이는 이 장면들은 레빈의 존재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톨스토이가 레빈에게 자신을 투영하여 작가의 사랑관과 도덕관을 대변하게 하였던 것처럼 노이마이어 역시 레빈에게 그러한 역할을 준 듯하다. 캣 스티븐스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복잡하던 무대는 정리되고 평온하고 낭만적인 무대가 시작된다. 타인들과 시공간을 달리 사는 듯한 레빈은 키티를 향한 순정과 노동의 숭고함 속에 꿈꾸듯 춤을 춘다. 노래는 때로는 키티를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로 때로는 농사일의 노동요로 들리는데, 이에 맞춰 커다란 낫을 들고 동료 농부들과 밭을 갈고 건초더미를 쌓는 반복적 춤은 수양(修養)의 움직임처럼 느껴진다. 작품의 엔딩에서 안나가 기차에 몸을 투신할 때 이를 가장 먼저 목격하는 인물이 레빈이다. 충격에 휩싸여 무대를 뛰어다니다 자신의 고장난 기차 장난감 앞에서 망연자실 앉아있는 세료자, 안나가 사라진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보는 브론스키와 카레닌의 사이에서 애도의 춤을 추며 스스로와 모두를 위로하는 것도 레빈이다.
안나의 죽음은 작품의 전반부에서부터 예견되어 있다. 세료자의 기차 장난감과 기차역 인부의 등장이 불행한 결말의 복선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세료자가 줄곧 끌어안고 다니며 가지고 노는 장난감 기차는 마치 안나의 분신처럼 보인다. 결말을 아는 거의 모든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기차가 움직일 때마다 안나의 죽음을 환기한다. 무대 위 레일을 홀로 달리던 기차가 고장이 나고 탈선을 하는 순간 안나 또한 목숨을 내던진다. 세료자의 기차보다 인상적인 메타포는 기차역 인부였다. 그는 브론스키와의 첫 만남 장소인 기차에서 몸이 끼어 죽은 노동자였으나, 그 죽음의 이미지, 죽음의 그림자는 작품 내내 안나에게 짐처럼 따라다닌다. 불륜이라는 일종의 도덕적 타락과 세료자와 남편에 대한 죄책감, 사회적 멸시, 심지어 브론스키의 사랑마저 의심하고 불안에 잠식되는 안나의 정신착란적 상태가 기차역 인부로 형상화되었다. 그 인부는 주황 형광색 작업복을 입고 무거운 돌을 넣은 푸대자루를 끌고 다니며 때때로 못 알아듣는 말(아마도 프랑스어)을 소리치는데, 이는 잔잔한 수면에 큰 바위를 던지는 것 같은 위화감을 조성하며 관객들을 안나의 심경에 동화시키는 효과적 연출이었다.
영화감독 조 라이트(Joe Wright)는 마치 연극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 같은 독특한 미장센으로 새로운 〈안나 카레니나〉(2012)를 연출하였다. 애초에 러시아와 영국 로케로 촬영 계획을 세웠던 그는 다른 기존의 영화들과 유사한 19세기 러시아 풍의 영화를 또 하나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고민 끝에 내린 파격적 선택은 미장센의 재구성이었고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탄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잘 알려진 소설에 자칫 흔해 빠져 보일 수 있는 내러티브이기에 웬만한 신선함으로는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안나 카레니나〉 리스트에 한 줄 추가하는 정도가 될 뿐이다. 존 노이마이어 역시 그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매우 현대적이고 파워풀하며 세련된 〈안나 카레니나〉로 드러났다. 어느 스토리라인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듯 장장 3시간 20분에 걸쳐(휴식 포함) 펼쳐진 존 노이마이어의 〈안나 카레니나〉는 관객들의 인내심을 요했던 만큼 흥미롭고 특별한 작품이었다.
글_ 이희나(춤평론가)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The moral code of love and betrayal reinterpreted through modern ballet: 〈Anna Karenina〉 by the Bolshoi Ballet, choreographed by John Neumeier
There are three couples. The first couple is a couple with one child in a row. His wife, Dolly has another child in her womb. They look have good relationships. but once you step inside, things change. Stiva, a gentle-looking husband who is friendly with everyone, is a natural playboy. In the first scene of the play, he is openly seen cheating and is in danger of being kicked out of the house, but he cannot hide his true nature. Despite this, the couple cannot break up. It may be ‘because of’ or ‘thanks to’ the children, but they ‘live’ satisfied with other values beyond the love between husband and wife. The second couple has a pure, noble, and simple love. Levin, who always loves only one woman, Kitty, is an incomparable romanticist and pure man. He has no tact, no flair, and cannot even dream of the tantalizing tug of war of love. He confesses his love to Kitty, who had feelings for Vronsky, and is rejected, but Levin's feelings do not change. Levin comforts Kitty, who is suffering from lovesickness due to the pain of her broken heart, and receives recognition for his feelings. Levin's sincerity seems to have resonated with Kitty, who seemed so bright and young, and the two bear the fruit of their love by giving birth to a child based on their trust in each other. The last couple is a bit more complicated. Two men and one woman. A woman is married to one of two men. On the surface, the couple, who have a son, Seryozha, whom they love dearly, appear faithful to each other. But that's it. They are a couple who cares about the lowest basic line of marriage and fulfills just that much of their duties and responsibilities. This seemingly happy family begins to crack when the woman meets a young, attractive man, Alexei Vronsky. They conflict and wander between social conventions and human desires, between reason and instinct, and between institutional obligations and the nature of freedom. In the end, their love is distorted by jealousy and delusions and leads to catastrophe.
In 〈Anna Karenina〉, the three couples show different ways of life, love, despair, and unhappiness. As her title is ‘Anna Karenina,’ the main character of the work is Anna, but the characters surrounding her also have their own significant stories. The novel does not end dramatically with Anna, mentally exhausted from love fever, throwing herself on a train and ending her life, but the story of Levin and Kitty, along with the story of Anna's children and the later stories of her husband Karenin and Vronsky, continues for a long time. This also proves that the writer Tolstoy (Лев Толстой, 1828-1910) tried to draw all of those characters. It is said that Tolstoy projected himself onto Levin. Levin's supreme, sacred, and devoted love was Tolstoy's ideal way of love and his moral view. Like an omniscient narrator who penetrates the entire work, the characters who are wounded and broken by love, betrayal, conflict, and hypocrisy seem to be comforted and saved through Levin.
〈Anna Karenina〉 is considered the best novel by English and American writers, so it has been made into more than ten movies, has been a hit as a musical, and has been adapted for the stage by many choreographers. The Bolshoi Ballet has a version choreographed by Maya Plisetskaya in 1975, but it is not currently performed. The version currently performed by the Bolshoi Ballet is a 2017 choreography by John Neumeier (1939-). The Hamburg Ballet, of which he is director, premiered it in July 2017, and the Bolshoi Ballet premiered it in March 2018. She has since performed almost every season, and her most recent performance was on March 2-3. The performance I saw was the 12 o'clock performance on March 2nd, where Maria Vinogradova (Мария Виноградова) played Anna, Vladislav Lantratov (Владислав Лантратов) played Vronsky, and Mikhail Lobukhin (Михаил Лобухин) played Karenin.
Among John Neumeier's representative works, the most widely known work in Korea is probably 〈Lady of the Camellias〉 (1978). I remember it as a drama ballet that lyrically and classically expressed the flow of strong emotions to the music of F.Chopin. 〈Anna Karenina〉 created 40 years later, is a modern work that is quite different from 〈Lady of the Camellias〉. Although it completely broke away from the 19th century Russian background that most works adhere to and adapted it to fit the modern times, the basic storyline and framework did not change. This may be because the themes of ‘love, affair, and morality’ in Tolstoy’s original work have a universality that transcends time.
The basic story and structure of the ballet do not deviate significantly from the novel. Rather, it expanded consensus by moving 19th-century Russia to a modern, unspecified space. The places where events occur are the characters' homes, train stations, sports stadiums, farms, and election campaigns, making it a story that can take place anywhere possible. The minimalist white moving wall that rotates on stage and can be used in all directions not only serves as a set, but also effectively demonstrates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characters. The characters go in and out of the door in the wall at different times, and sometimes the sound of the door opening and closing with a bang reveals their desire and tension toward the other person. The characters sat side by side on chairs, stood up, sat back to back, and looked in different directions, expressing the conflicting feelings of the characters.
Karenin appeared as a politician, as in the original work. The first scene of the work begins with Karenin's election rally, where the audience shows their support by holding election posters with "VOTE KARENIN" written on them, and Karenin gives a speech in front of a microphone. Karenin only uses Anna for his own political image, and her love for her seems to have cooled. There is a reason why Anna, who longed for her husband's consideration and love, eventually turns her back on her husband, who only cares about her own social image, and opens her heart to Vronsky. Count Vronsky appeared as a young, strong lacrosse player instead of a soldier who enjoyed horse racing. The scene where he falls from a horse while racing was played as a scene where he gets injured during a lacrosse game. The lively appearance of a strong muscular body working out with fellow athletes is a striking contrast to Karenin, who seems to have forgotten about love because he is so engrossed in politics. Karenin wears a suit all the time and dances coolly, but Vronsky's first appearance is him running around freely in comfortable sportswear. Anna, who was feeling frustrated in the suffocating atmosphere with Karenin, must have felt relieved and filled with fresh excitement when she saw Vronsky's free and dynamic movements. Almost the only obstacle to Anna's love for Vronsky is her son Seryozha. Thanks to Seryozha, he endures his show-window marriage with Karenin, and even though he shakes off everything and follows Vronsky, Seryozha catches his eye and returns. Karenin's way of getting revenge on her Anna, who betrayed her, was also by separating Anna from her Seryozha.
Among the characters, Levin is a very heterogeneous being. He is so out of place. The red checkered shirt, leather pants, tall boots, and cowboy hat that he always insists on are the unmistakable fashion of a farmer or lumberjack. Unlike the music of Tchaikovsky and Schnittke throughout the piece, when Levin appears, he is played by Cat Stevens (real name Yusuf Islam). country songs are recorded and played. These scenes, which seem far removed from the world of other characters where love and affair, love affairs and fights are intertwined, make Levin's presence special. Just as Tolstoy projected himself onto Levin and had him represent the writer's view of love and morality, Neumeier also seems to have given Levin that role. When Cat Stevens' song begins to play, the complicated stage is cleared up and a peaceful and romantic stage begins. Levin, who seems to live in a different time and space from others, dances dreamily in the sublimity of his pure love and labor for Kitty. The song is sometimes heard as a serenade of love for Kitty and at other times as a farm work song, and the repetitive dance of plowing the field and stacking hay with fellow farmers while holding a large scythe feels like the movement of a sheep. At the end of the work, when Anna throws herself onto her train, the first person to witness it is Levin. It is Levin who runs around the stage in shock and comforts himself and everyone else by dancing in mourning between Seryozha, who sits in despair in front of his broken train toy, and Vronsky and Karenin, who look in vain at the spot where Anna has disappeared.
Anna's death is predicted from the first half of the work. Seryozha's train toy and the train station workers appear repeatedly as foreshadowing of the unfortunate ending. The toy train that Seryozha carries and plays with all the time looks like Anna's alter ego. Almost all audience members who know the ending are reminded of Anna's death every time the train moves on stage. The moment the train running alone on the rails on stage breaks down and derails, Anna also throws her life away. A more impressive metaphor than Seryozha's train was the train station worker. He was a worker who died after being trapped on a train, the site of her first meeting with Vronsky, but the image of that death, the shadow of her death, follows Anna like a burden throughout the work. Anna's delirious state, in which she feels a kind of moral corruption due to her affair, guilt towards her Seryozha and her husband, social contempt, and even suspicion of Vronsky's love and anxiety, is symbolized by her train station worker. The worker wears fluorescent orange work clothes, drags a sack filled with heavy stones, and occasionally shouts incomprehensible language (probably French). This creates a sense of discomfort, like throwing a large rock into calm water, and makes the audience feel Anna's state of mind. It was an effective production to assimilate.
Film director Joe Wright directed the new 〈Anna Karenina〉(2012) with a unique mise-en-scène that made it feel like performing on a theater stage. He originally planned to shoot on location in Russia and the UK, but he said he was worried about what it would mean to make another 19th century Russian-style film similar to other existing films. The unconventional choice made after much deliberation was to reorganize the mise-en-scène, and a completely new film was born. Since it is a narrative that may seem common and missing in a novel that is so well-known all over the world, its freshness is just another addition to the list of 〈Anna Karenina〉. It seems that John Neumeier could not have been free from that concern either. And the result was a very modern, powerful, and sophisticated 〈Anna Karenina〉. John Neumeier's 〈Anna Karenina〉 which unfolded for 3 hours and 20 minutes (including intermissions) as if he did not want to miss a single storyline, was an interesting and special work that required the audience's patience.
Written by Heena Lee (Dance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