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춤으로 푼 김백봉 춤의 역사적 가치와 시대사적 조명 〈무(舞), 말: 하다〉


김백봉(金白峰, 본명 김충실, 1927-2023)은 9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무용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 근대무용의 뿌리 역할을 한 무용가이다. 우리에게는 〈부채춤〉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이밖에도 다양한 창작 작품을 만들어 한국무용사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최승희의 무용공연 포스터를 보고 무용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녀가 일본 유학을 다녀온 이후 최승희와 공연을 펼치며 활약했고 최승희의 남편인 안막의 남동생 안제승(安濟承, 1922-1998)과 결혼하면서 일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무용계에서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근현대 무용사에서 그녀가 남긴 큰 업적은 제1회 무용발표회에서 발표한 〈부채춤〉, 〈칼춤〉, 〈화관무〉 등을 시작으로, 1960-70년대에 걸쳐 국내외로 수많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신무용의 큰 기원을 이룬 것이다. 60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신무용의 예술적 가능성과 그 위상을 떨친 동시에 한국무용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표적으로 입증한 경우였다. 이처럼 무용계에서의 큰 인물을 조명하는 작업을 김백봉의 첫째 딸인 안병주 경희대 무용학부장과 춤·이음이 마련한 〈무(舞), 말: 하다〉 공연이 5월 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있었다. 예술감독 안병주를 비롯해 연출 이경옥(이경옥 무용단 단장), 조연출 임성옥(김백봉부채춤보존회 회장), 무용감독 안귀호(경희대 글로벌미래교육원 교수), 총괄 PD 최현주(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 기획 PD 신화원(춤이음 회장)·안혜지(국립한경대 외래교수), 홍보 송우람, 음악감독 김태완, 조명감독 신호, 무대디자인 이종영, 무대감독 서승진, 영상감독 황정남 등이 공연에 기여했다.


김백봉 선생의 예술세계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이번 공연에서 그녀의 예술세계와 신무용을 전승하는 대표 단체인 ‘춤이음’은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동문으로 구성된 단체이다. 오늘날 대학동문단체가 큰 스승의 춤을 계승해 그 색깔과 춤사위를 이어나가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은 바, 그럼에도 대규모 무용단의 규모를 갖춰 우수한 면모를 보였다. 〈무(舞), 말: 하다〉는 김백봉 선생의 600여 편의 작품 중 지금까지 관객과 소통이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상세 내용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 총 6개의 장으로 이뤄졌다. 프롤로그-새로운 선험(先驗)의 토양이 되는 춤의 본(本)-무용의 양식적 완성 형(形)-울림과 감동을 전하는 향(響)-울림(響)을 통해 비로소 하나로 완성되는 합(合)-에필로그로 마무리 되었다.


 

만다라

 

 

선의 유동

 


프롤로그 ‘만다라’는 공(空)과 선(善)한 삶의 자세로 우주의 섭리를 깨닫고 춤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서막이었다. ‘본질을 담고 있는 것’을 뜻하는 만다라의 의미에 빗대어 김백봉 선생과 안제승 선생의 창조성과 아카데믹한 정신을 하나의 본질로 보고 이를 오늘날의 춤으로 말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불교적 색채가 돋보이는 웅장한 무대를 통해 춤의 아름다움과 심오한 정신이 조화를 이룬 순간이었다. 


‘本(본), 나아가다’는 김백봉 선생의 정신과 움직임의 기본은 그녀에게서 우리로 이어지며 함께여서 견고하고 깊은 뿌리가 됨을 춤으로 구현했다. 세 가지 전통리듬과 선의 유동으로 구성되었는데, 本(본)이란 스스로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으로 전통리듬 속에서 장단과 가락을 이해하고 춤으로 완성됨을 담았다. 특히 〈선의 유동〉은 김백봉 선생의 대표작 중 하나로 화려한 작품들과는 달리 백색의 청초함이 강조되며 짧은 손수건을 들고 눈송이의 움직임을 내재화하여 고요하면서도 때로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군무였다. 추상화된 이미지를 표현해 선의 흐름을 다각도로 그려냈다.


 

청명심수

 

 

화관무

 


‘形(형), 다듬다’는 견고한 뿌리는 세월을 품고 신무용의 形을 갖췄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신무용의 정형미와 형식미를 완성해가는 대표적 작품으로 〈청명심수〉와 〈화관무〉를 대입했다. 〈청명심수〉는 임성옥의 독무로 이뤄졌고, 스승의 춤을 경건하게 대하는 마음과 춤에 집중하는 집중도가 돋보였다. 〈화관무〉는 화려한 의상에 머리에 화관을 얹은 여성들의 군무와 광수포(廣袖袍)에 한삼을 끼운 복식의 무용수들이 어우러져 화려하고 웅장한 그림을 그려냈다. 김호은과 무용수들은 상체를 곧게 유지하고 차원 높은 품위를 요소로 하고 있는 이 춤이 궁중풍의 무용으로서 귀태가 중요시되는데 이를 잘 표현해낸 무대였다. 


이어진 ‘響(향), 울리다’에서는 몸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소리이자 진동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냈다. 〈향기〉, 〈타의예〉, 〈섬광〉의 구성에서 대형 구조물이 들어오며 그 규모를 더 확장시켰다. 〈향기〉에서는 꽃 영상에 부채춤이 이뤄져 여성미로 가득 찼고, 안병주와 안귀호가 절제되면서도 생생한 춤으로 향기를 뿜어냈다. 이어진 장고춤 〈타의예〉에서는 방향과 높낮이 등을 조절하며 여러 면모를 보였다. 장고를 치는 가운데 생성되는 신명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후 〈섬광〉에서는 웅장한 남성들의 춤을 선보였는데 장검을 든 남성과 장대를 든 남성이 멋있는 춤사위를 펼쳤고, 아크로바틱하면서도 기량이 돋보이는 군무도 눈길을 끌었다. 뒤이은 창작 검무도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그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合(합), 만나다’에서는 춤의 서사로 세상과 만남을 뜻했다. 춤의 기본과 양식과 울림, 관객과의 만남으로 합을 이뤄 완성되는데, 그 구현이 바로 〈김백봉 부채춤〉이었다. 초반부 독무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의상과 부채를 들고 다양한 형태로 춤추는 군무들의 향연이 장관을 이뤘다. 어떻게 보면 관객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서고 해외에서도 한국춤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김백봉 선생의 걸작으로, 정중동이 보여지며 정교한 짜임새로 인해 현재에도 인기 있는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여성들의 우아함과 장엄함이 담기면서도 춤의 형태미도 잘 갖춘 바, 역시나 하이라이트 부분이 되었다. 


에필로그였던 ‘本, 이어가다’는 오늘은 계속되고 춤의 근본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뜻을 새겼다. 기존의 흰 무대세트가 무지개 다채로운 색으로 변했으며 이는 아마도 이 무대에서 선보였던 레퍼토리가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갖추고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이어질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자신이 공연했던 각자의 복식을 갖추고 모두가 같은 동작의 군무로 춤추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타의예 

 

 

섬광

 


〈무(舞), 말: 하다〉 공연의 의의는 김백봉 선생의 600여 편 작품들이 한 개인의 창작품이기는 하지만 신무용의 백년사를 되돌아보며 무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한국 춤의 오랜 역사의 산물이자 춤으로 풀어간 무대 예술의 유산이라는 점을 다시금 조명했다는데 있다. 또한 스펙터클한 공연을 통해 신무용이 오늘날에도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형태로 계승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더불어 〈무(舞), 말: 하다〉는 춤이 후대로 이어지면서 한국 신무용의 큰 맥을 구현함으로서 그 역사적 가치와 시대사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는 점과 현대로 어떻게 계승되고 살아 숨 쉬는지를 경험하게 되는 뜻 깊은 무대였음에 틀림없다. 



글_ 장지원(춤평론가)

사진제공_ 춤·이음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Historical value of Kim Baek-bong's dance and illumination of the times 〈Speak to〉



Kim Baek-bong (金白峰, real name Kim Chung-sil, 1927-2023) was a dancer who was active in the dance world until his death at the age of 96 and served as the root of Korean modern dance. Although she is best known to us for her 〈Fan Dance〉, she also created various other creative works and held a leading position in the history of Korean dance. She decided to become a dancer after seeing a poster for Choi Seung-hee's dance performance. After returning to Japan to study, she performed actively with Choi Seung-hee and started a family by marrying Choi Seung-hee's husband, Ahn Je-seung (1922-1998), the younger brother of An Mak. This is a well-known fact in the dance world.


Her great achievements in the history of modern and contemporary dance began with 〈Fan Dance〉, 〈Sword Dance〉, and 〈Hwagwanmu〉 presented at the 1st dance recital, and she worked on numerous works both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throughout the 1960s and 1970s, laying the origins of new dance. has been achieved. Through her 600 works, she demonstrated the artistic potential and status of new dance and at the same time demonstrated the possibility that Korean dance could succeed overseas. In this way, the performance 〈Speak to〉, organized by ChumIum and Kim Baek-bong’s eldest daughter, KyungHee University Department of Dance Dean Byeong-ju Ahn, was held at the Haeoreum Theater of the National Theater on May 26 to shed light on a major figure in the dance world. Artistic director Byeong-ju Ahn, director Gyeong-ok Lee (head of the Lee Gyeong-ok Dance Company), assistant director Seong-ok Lim (president of the Kim Baek-bong Fan Dance Preservation Society), dance director Gwi-ho Ahn (professor at the Global Future Education Center at Kyung Hee University), general producer Hyun-joo Choi (professor at the Department of Culture and Arts Management at Sangmyung University), and planning producer Shin Hwa-won. (Chairman Chumium), Hye-ji Ahn (adjunct professor at Hankyong National University), publicist Song Woo-ram, music director Kim Tae-wan, lighting director Shin Ho, stage design Lee Jong-young, stage director Seo Seung-jin, and video director Hwang Jeong-nam contributed to the performance.


In this performance, which reexamines Kim Baek-bong's artistic world from a modern perspective, the representative group that transmits her artistic world and new dance, 'ChumIum', is a group composed of alumni of Kyunghee University's Department of Dance. Today, it is not easy for a university alumni group to inherit the dance style of a great teacher and maintain its color and dance moves, but despite this, it showed its excellence by having a large-scale dance troupe. 〈Speak to〉 consists of works that can communicate and empathize with the audience out of over 600 works by Kim Baek-bong. The detailed content consists of a total of 6 chapters, including a prologue and an epilogue. Prologue - The pattern of dance that serves as the foundation for a new transcendence - The form of dance's stylistic completion - The scent that conveys resonance and emotion - A sum that is finally completed through sound. (合) - It ended with an epilogue.


The prologue ‘Mandala’ was a prelude to realizing the providence of the universe through emptiness and a good attitude toward life and opening a new history of dance. Comparing the meaning of mandala, which means ‘something containing the essence,’ I think it is part of seeing the creativity and academic spirit of teachers Kim Baek-bong and Ahn Je-seung as one essence and expressing this through today’s dance. It was a moment when the beauty of dance and profound spirit were harmonized on a grand stage with Buddhist colors.


Kim Baek-bong’s spirit of ‘Born, move forward’ and the basics of movement are passed from her to us, and together we embody through dance that they become solid and deep roots. It is composed of three traditional rhythms and the flow of lines, and 本 (bon) means controlling the center of one's mind, understanding the rhythm and melody within the traditional rhythm, and completing it through dance. In particular, 〈Flux of Lines〉 is one of Kim Baek-bong's representative works. Unlike his flashy works, it is a group dance that emphasizes the neatness of white and internalizes the movement of snowflakes while holding a short handkerchief, creating a calm but sometimes dynamic image. By expressing abstract images, the flow of lines was drawn from various angles.


The solid roots of ‘shape, refinement’ reveal the meaning of embracing time and having the form of a new dance. 〈Cheongmyeong shimsu〉 and 〈Hwagwanmu〉 were used as representative works of her that perfected the formal and formal beauty of new dance. 〈Cheongmyeong shimsu〉 was performed as a solo dance by Lim Seong-ok, and the reverence for the teacher's dance and concentration on the dance stood out. 〈Hwagwanmu〉 created a splendid and magnificent picture by combining the group dance of women wearing colorful costumes with flower crowns on their heads and the attire of dancers wearing hansam (traditional Korean ancestors) wrapped in gwangsupo (廣袖袍). Kim Ho-eun and the dancers keep their upper bodies upright and this dance, which has a high level of dignity as an element, is a court-style dance in which nobleness is important, and it was a performance that expressed this well.


In the following ‘Fragrance, Sound’, the sound and vibration of our stories conveyed to the world through our bodies were told through dance. In the compositions of 〈Fragrance〉, 〈Tauiye〉, and 〈Flashlight〉, large structures were introduced and the scale was further expanded. In 〈Scent〉, a fan dance was performed in a flower video, filled with feminine beauty, and An Byeong-ju and Ahn Gui-ho exuded fragrance with restrained yet vivid dance. In the following janggo dance, 〈Tauiye〉, various aspects were shown by adjusting direction, height, etc. The excitement created while playing the Jango heightened the atmosphere. Afterwards, <Flashlight> showed a magnificent men's dance, with a man holding a long sword and a man holding a pole performing cool dance moves, and the acrobatic yet skillful group dance also attracted attention. The creative sword dance that followed was also flawless, giving an idea of ​​the amount of practice.


‘合 (sum), meet’ means meeting the world through the narrative of dance. It is completed by combining the basics of dance, style, resonance, and meeting with the audience, and the realization of this was <Kim Baek-bong Fan Dance>. Starting with a solo dance at the beginning, the feast of group dances in various forms wearing beautiful costumes and holding fans was spectacular. In some ways, it is Baekbong Kim's masterpiece that is most accessible to the audience and has contributed to promoting Korean dance abroad. It is one of the repertoires that is still popular today due to its elaborate structure and Jeongjeongdong display. It was a highlight as it contained the elegance and majesty of the women while also showing the beauty of the form of the dance.


The epilogue, ‘本, continue,’ engraved the meaning that today will continue and the fundamentals of dance will continue forever. The existing white stage set has been transformed into rainbow colors, which probably means that the repertoire presented on this stage will continue to shine brightly with various colors like a rainbow! Everyone wore the costumes they had performed in and danced in the same group dance before the finale came to an end.


The significance of the performance of 〈Speak to〉 is that although the 600 works of Kim Baek-bong are the creations of one individual, they have decorated a page of dance history by looking back on the 100-year history of new dance, and are a product of the long history of Korean dance. It is said that it once again sheds light on the legacy of stage art expressed through dance. In addition, the spectacular performance clearly showed that new dance is being passed down in a form that is popular and artistic even today. In addition, 〈Speak to〉 was a time to confirm its historical value and historical potential by embodying the large vein of new Korean dance as the dance was passed down to the next generation, and to experience how it is inherited and alive in modern times. It must have been a meaningful performance.



Written by Jang Ji-won (Dance Critic)

Photo provided by Chum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