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의 2022년 신작 〈신선〉과 〈몽유도원무〉가 2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초연 당시에는 두 편의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더블빌로 공연되었으나 재연에서는 두 작품이 60분의 장편으로 개작되며 각각 단독 공연을 갖게 되었다. 〈신선〉은 6월 27일과 29일, 〈몽유도원무〉는 6월 28일과 30일 각 2회차씩 교차 공연으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려졌다. 초연에서 이미 상당한 완성도의 짜임새 있는 무대를 보여주었던 터라 공연의 길이가 늘어난 개정 안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새로운 선 위에서 놀아보세
〈신선〉은 재연에서 놀이성의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안무자인 임진호와 지경민이 이끄는 고블린파티가 국내 무용계에서도 ‘잘 노는’ 팀으로 손에 꼽히는 단체인 만큼 이 같은 방향성은 어쩌면 필연이라 할 것이다.
초연이 올려진 시기는 아직 코로나 팬데믹의 강한 영향권 안에 있었던 탓에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무용수들 사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연 무대는 ‘신선(神仙)’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신선놀음의 환상성보다 동음이의어로 제시한 ‘신선(新線)’이 의미하듯 새로운 도전이라는 장르적 실험성에 초점이 맞춰지며 성실한 수행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안무자들에게는 ‘잘 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던 듯하다.
초연과 마찬가지로 검은색과 흰색의 모던한 의상, 스탠드 마이크와 개다리소반 등이 등장하지만 공연의 전체 인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초연에서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술과 움직임의 결합이 술에 취한 상태를 연기하는 데 집중되었다면 재연에서는 술에 취한 이들이 어떤 놀이를 펼치느냐로 초점이 이동했다.
‘권주가’가 배경으로 깔리고 음주가 연상되는 장면은 무용수들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는 장면이 한 차례 짧게 지나갈 뿐 공연 전체로 보면 술은 맥거핀에 가깝다. 이들이 술을 마셨는지, 얼마나 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깨를 짓누르는 인생의 시름을 잠시나마 내려놓기 위해 술이 필요한 것처럼 공연에서도 술은 그저 ‘잘 놀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공연은 밝은 조명 아래 춤추는 무용수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조명디자이너 이승호의 합류는 초연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다. 내내 달빛 아래의 어스름 속에 잠겨 있는 듯하던 초연의 어두운 무대는 밝아진 조명과 함께 더욱 활기를 띤다. 그동안 현대무용가는 물론 해외 안무가들과도 협업하며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무대에 도전해온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지만 박소영의 금발은 이들이 보여줄 파격이 아직 더 남아 있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술잔이 사라지자 소반을 사용한 안무는 더욱 자유로워졌다. 무용수들은 소반을 머리에 지고 흥겨운 발걸음을 떼어놓는가 하면 바닥에 소반을 놓고 디딤돌 삼아 길을 건너기도 한다. 소반은 타악기도 되었다가 부채춤 군무에서 부채를 대신하는 소품으로도 사용된다. 이들이 취한 것은 술이 아니라 놀이 그 자체다. 퍼커셔니스트 김현빈과 가야금 연주자 김민정이 참여해 흥을 돋운 라이브 연주는 현장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초연에 비해 한층 매끄러워진 무용수들의 수행은 공연 관람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초연에서는 장윤나가 과음을 한 것처럼 토기를 참으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막 위에 도도히 떠 있는 달을 내리쳐 공연이 끝났음을 알렸는데, 이 장면은 무용수들이 여태껏 펼친 난장이 공연이었으며, 이제 준비한 공연이 끝났으니 모두들 현실로 돌아가라는 암묵적인 안내 역할을 했다.
재연에서도 공연의 마무리를 맡은 장윤나는 이번에는 허리를 폴더처럼 접어 다리 사이로 얼굴을 보인 채 뒷걸음질로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객석을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이제 공연이 끝난 것인지 긴가민가하며 박수칠 타이밍을 재는 동안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무용수들은 여전히 놀이의 상태에 남아 있고 이 난장에서 떠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객들이다.
그러나 이 공연을 안무자들이 의도한 것처럼 ‘잘 놀았다’라고 하기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밝은 조명 아래 흥겨운 춤으로 시작되지만 이내 무용수들이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공연의 콘셉트를 설명하며 기껏 돋워놓은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초연에서는 마이크의 사용이 이 무대가 ‘쇼(show)’라는 것, 이것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공연임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지만 재연에 이르러 마이크를 사용한 내레이션은 오히려 잘 설계된 놀이판의 허리를 댕강 끊어놓는 듯한 이질감을 준다. 장편으로 개작된 이 작품이 앞으로 다가올 레퍼토리시즌에서 삼연 무대를 갖게 된다면 초연의 공연성과 재연의 놀이성 사이에서 좀 더 확실한 노선을 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 몸 안으로 들어온 도원
초연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재연 무대로 돌아온 〈신선〉과 달리, 〈몽유도원무〉는 작품 길이가 다소 길어진 것 외에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재연에서는 특정한 변화를 꾀하기보다 만듦새를 좀 더 촘촘히 가다듬는 데 방점이 찍혔다.
작품에 영감을 준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2차원의 그림 안에 현실 세계와 이상의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달리 차진엽이 무대 위에 새롭게 그려낸 3차원의 〈몽유도원무〉에서는 무용수들이 현실의 고된 여정을 거쳐 도원에 이르렀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상의 세계에서 잠시 머물 수는 있지만 우리가 끝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은 현실이라는 듯이.
차진엽은 산지가 많은 한국의 지형을 묘사할 때 흔히 사용하는 부사인 ‘굽이굽이’에서 안무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듯 자연의 굽이진 형상을 멀리서 바라볼 때는 너무나 아름답지만 이를 인간의 삶으로 바꾸어 바라보면 그 굽이진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은 매우 굴곡지고 힘든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연은 여섯 명의 무용수가 무대 앞쪽에 설치된 1미터 남짓한 높이의 샤막 뒤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샤막에 비치는 검은 그림자로 표현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이윽고 괴나리봇짐을 잔뜩 짊어진 무용수(조용진)가 등장해 굽이진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다른 무용수들도 차례로 등장해 봇짐을 나눠지고 그의 뒤를 따른다. 수묵화의 고요한 질감과 달리 영상 속에서 문규철과 황선정의 미디어아트를 통해 생생한 붓질로 표현되는 역동적인 검은 선들은 이들이 걷는 험난한 삶의 길을 은유하는 듯하다.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미디어아트의 아름다운 어울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름다움 때문에 인생의 질곡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무용수들의 걸음이 어느덧 도원에 도착하고 나면 수묵화처럼 내내 무채색으로 표현되던 무대의 색조도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봇짐을 내려놓고 연둣빛과 분홍빛의 화사한 의상으로 갈아입은 무용수들은 움직임마저 가볍고 산뜻하다. 하임이 만든 앰비언트 사운드에 심은용이 거문고 연주를 입혀 완성한 음악이 신비롭게 어우러지는데, 심은용은 술대로 현을 치고, 비비고, 두드리며 만드는 원래의 거문고 소리 외에도 술대가 아닌 활로 켜는 주법으로 다양한 음악색을 냈다고 귀띔했다. 움직임과 음악과 영상이 한 씬 한 씬 수를 놓듯 섬세한 세공을 통해 무대 위에서 결합되어 꿈속에서 본 도원의 아름다운 춤을 완성한다.
공연은 도원의 춤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에서 도원으로 가는 고단한 여정, 그리고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꿈처럼 길게 이어지던 도원 장면에 비해 마지막 현실의 장면은 매우 짧은데, “고단한 현실을 넘어서 아름다운 이상형을 마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 곳곳에 이상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차진엽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안견이 현실과 이상세계가 공존할 수 없는 불가능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냄으로써 가능케 했다면 차진엽은 현실과 이상세계를 차례로 경험한 몸을 통해 그러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도원에서 현실로 돌아온 이들은 이제 도원을 경험하기 전 현실에서만 살았을 때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도원은 더 이상 손닿지 않는 먼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원을 거쳐 온 자신의 몸 안에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_ 윤단우(공연칼럼니스트)
사진제공_ 국립극장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One step on a new line, another step along the curved path of life: National Dance Company of Korea’s 〈Sinsun〉 & 〈Mongyudowonmoo〉
The National Dance Company of Korea’s 2022 new works 〈Sinsun〉 and 〈Mongyudowonmoo〉 returned for the first time in two years. At the time of the premiere, it was performed as a double bill with two works on one stage, but in the re-performance, both works were adapted into a 60-minute full-length piece and each received a solo performance. 〈Sinsun〉 was performed on June 27th and 29th, and 〈Mongyudowonmoo〉 was performed twice at the National Theater's Daloreum Theater on June 28th and 30th. Since the premiere had already shown a well-structured stage of considerable perfection, there were mixed expectations and concerns about the revised choreography that extended the length of the performance.
Let's play on a new line
〈Sinsun〉 focused on strengthening playfulness in reenactment. Since Goblin Party, led by choreographers Lim Jin-ho and Ji Kyung-min, is one of the most ‘playing’ teams in the domestic dance world, this direction may be said to be inevitable.
As the premiere was still under the strong influence of the coronavirus pandemic, the production process was not smooth, with dancers unable to participate in practice due to an outbreak of confirmed cases while preparing for the performance. The premiere stage ended with a sincere performance, focusing on the genre experimentation of a new challenge, as implied by the homonym 'Sinsun (new line)', rather than the fantasy of Sinseon play reminiscent of the title 'Sinsun (神仙)', it seems that the choreographers were left with a feeling of regret that they ‘didn’t play well’.
As with the premiere, modern black and white costumes, a stand microphone, and a dog leg table appear, but the overall impression of the performance is noticeably different. If the combination of alcohol and movement shown by the dancers in the premiere was focused on acting out a drunken state, in the reenactment, the focus shifted to what kind of play the drunk people played.
The scene reminiscent of drinking with ‘drinking song’ playing in the background only briefly shows the dancers drinking water from bottled water, but in the overall performance, alcohol is more of a Macguffin. It doesn't matter whether they drank or how drunk they were. Just as you need alcohol to temporarily relieve the worries of life that are weighing on your shoulders, alcohol is just an excuse to ‘have a good time’ at a performance.
The performance begins by showing dancers dancing under bright lights. The addition of lighting designer Seungho Lee is the biggest change compared to the premiere. The dark stage of the premiere, which seemed to be immersed in the twilight under the moonlight, becomes more lively with brighter lighting. The dancers of the National Dance Company of Korea have collaborated with modern dancers as well as foreign choreographers and have challenged themselves on various and unconventional stages, but Park So-young's blonde hair seems to be a declaration that they still have more unconventional things left to show.
As the drinking glasses disappeared, the choreography using small plates became more free. The dancers carry the table on their heads and take joyous steps, while at other times they place the table on the floor and use it as a stepping stone to cross the street. The soban is also a percussion instrument and is also used as a prop to replace a fan in the fan dance group dance. What they drink is not alcohol, but play itself. The exciting live performance with the participation of percussionist Kim Hyun-bin and gayageum player Kim Min-jeong further enhances the sense of presence, and the dancers' performance, which is smoother than the first performance, doubles the pleasure of watching the performance.
At the premiere, Jang Yun-na held back her vomiting as if she had drunk too much, walked to the front of the stage, and struck the moon floating above the curtain to announce the end of the performance. This scene was the most dwarf performance the dancers had ever performed, and now that the performance they had prepared was over, everyone It served as an implicit guide to return to reality.
In her re-enactment, Jang Yoon-na, who was also in charge of concluding her performance, this time walks backwards to the front of the stage, folding her waist like a folder and showing her face between her legs. He just looks at the audience in that posture and does nothing. The stage gradually darkens as the audience waits for the moment to applaud, wondering if the performance is over. The dancers still remain in a state of play and it is the audience who decides whether to leave this mess or not.
However, it would be a bit disappointing to call this performance ‘well-played’ as the choreographers intended. The performance begins with exciting dancing under bright lights, but soon the dancers stand in front of a stand microphone and explain the concept of the performance, calming the already heightened atmosphere. In the premiere, the use of the microphone played a role in emphasizing that this stage was a 'show' and that this was a performance rather than a situation that actually occurred in reality, but in the re-performance, the narration using the microphone actually broke the waist of the well-designed game board. It gives a sense of heterogeneity, as if letting go. If this work, which has been adapted into a full-length version, is to be staged in a three-stage performance in the upcoming repertory season, it will be necessary to choose a clearer line between the performance of the first performance and the playfulness of the re-performance.
Dowon came into my body
Unlike 〈Sinsun〉, which returned to the re-performance stage with a significantly different performance compared to the first performance, 〈Mongyudowonmoo〉 shows no significant changes other than the length of the work being slightly longer. In the reenactment, the emphasis was on refining the construction more closely rather than seeking specific changes.
Unlike An Gyeon's 'Mongyudowondo', which inspired the work, in which the real world and the ideal world exist simultaneously in a two-dimensional painting, in Cha Jinyeop's three-dimensional 〈Mongyudowonmoo〉, newly drawn on stage, the dancers overcome the hardships of reality. After going through a journey, we reach the paradise and then return to reality. As if we can stay in the ideal world for a while, but the place where we ultimately stand is reality.
Cha Jin-yeop explained that he got the motif of the choreography from the adverb ‘curved’, which is commonly used to describe the mountainous terrain of Korea. Likewise, the curved shape of nature is so beautiful when viewed from afar, but when you look at it in human life, walking down that curved path of life is bound to be a very winding and difficult journey.
The performance begins with six dancers moving behind a 1-meter-tall chamak installed in front of the stage. The movements of the dancers, expressed through black shadows on the shaman, are like looking at an ink-and-wash painting. Soon, a dancer (Cho Yong-jin) carrying a lot of luggage appears and begins walking down the winding path. Other dancers appear one after another, share the burden, and follow him. Unlike the quiet texture of ink-and-wash paintings, the dynamic black lines expressed in vivid brushstrokes through the media art of Gyu-cheol Moon and Seon-jung Hwang in the video seem to metaphorize the difficult path of life they walk. Is the problem of the beautiful combination of the dancers' movements and media art ironically enough to make even the hardships of life feel beautiful because of their beauty?
Once the dancers' steps reach the garden, the colors of the stage, which had been expressed in colorless colors like an ink painting, begin to bloom brightly. The dancers, who put down their luggage and changed into bright green and pink costumes, even their movements are light and refreshing. The ambient sound created by Haim and the music created by Shim Eun-yong's geomungo play mysteriously blend together. In addition to the original geomungo sound made by striking, rubbing, and tapping the strings with a tassel, Eun-yong Shim is said to have created a variety of musical colors by playing with a bow rather than a tassel. did. Movement, music, and video are combined on stage through delicate craftsmanship, as if embroidering each scene, to complete Dowon's beautiful dance seen in his dream.
The performance ends with Dowon ending his dance and returning to reality. Compared to the arduous journey from reality to Dowon, and the long scenes of Dowon that last like a dream that will never wake up, the final scene in reality is very short. “It is not a story about overcoming a difficult reality and encountering a beautiful ideal type, but a story about how there is idealism everywhere in our lives.” You can get a hint from Cha Jin-yeop’s words, “I wanted to do it.” If An Gyeon made possible the impossibility of the coexistence of reality and the ideal world by capturing it in a single painting, Cha Jin-yeop made that impossible possible through a body that experienced the reality and the ideal world one after another. Those who return to reality from Dowon will now live a different life than when they lived only in reality before experiencing Dowon. This is because Dowon is no longer somewhere far away and out of reach, but has come to exist within one's own body that has passed through Dowon.
Written by Danwoo Yoon (Performing Arts Columnist)
Photo provided by National Theater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