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쿼드초이스’라는 타이틀로 여섯 편의 무용 공연을 선보였다. ‘다른, 춤을 위해’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공연은 세 편의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트리플 빌로 꾸며졌는데, Part 1에서는 윤별, 김재덕, 정보경이, Part 2에서는 이루다, 금배섭, 장혜림이 무대를 꾸몄다. Part 1은 7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3회차, Part 2는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3회차 공연으로 올려졌다. 일각에서는 컨템퍼러리 예술이 대중화됨에 따라 무용과의 엄격한 삼분법이 해체되어가는 시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기획공연에서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각각 한 작품씩 선정해 균형을 꾀한 것은 이 삼분법의 힘이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갓을 쓴 선비들의 발레, 윤별발레컴퍼니 〈갓〉
Part 1의 첫 번째 무대에 올려진 작품은 윤별발레컴퍼니의 〈갓〉으로, 2021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윤별과 친구들: 스페셜 발레 갈라〉 공연의 일부로 초연을 올렸고, 지난 6월 구로아트밸리에서 단독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제목 그대로 ‘갓’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머리쓰개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드레스덴젬퍼오퍼발레단 출신 박소연이 안무했다. 작품은 전통 머리쓰개를 통해 각각의 계급에 따른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번 쿼드초이스 무대에서는 ‘흑립’과 ‘주립’, ‘족두리’와 ‘정자관’의 4개 장을 발췌해 공연했다.
조선시대 남성들이 쓰던 관모의 하나인 ‘흑립’은 남성의 대표적인 머리쓰개로, 오늘날에는 주로 ‘갓’으로 불린다. ‘흑립’에는 선비의 여유와 우아함을, ‘적립’에는 무관의 위엄과 절제를, ‘족두리’에는 예식을 앞둔 여성들의 설렘과 긴장감을 담아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라 할 ‘정자관’은 놀부의 부유하면서도 거만한 이미지로 표현되었는데, 박소연은 전통 머리쓰개의 복식미를 발레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하며 전통 설화 등 스토리텔링의 도움 없이 움직임만으로도 전통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우루과이에서 돌아온 뒤 ‘윤별과 친구들’처럼 갈라 공연 중심의 무대를 선보여 온 윤별은 단체의 기초를 안정적으로 다질 수 있는 단단한 레퍼토리 작품을 확보했고, 박소연은 남성 안무가들 중심으로 짜여 있는 발레 무대에서 20대 여성 안무가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며 앞으로의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소연은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공연으로 올려진 〈발레 레이어〉 삽입작인 〈헝가리안 랩소디〉를 안무했고, 11월에는 부산에서 열릴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 창단공연인 〈샤이닝 웨이브〉에 협력안무로도 참여한다. 윤별과 박소연의 협업이 다음번엔 어떤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하며 지켜볼 일이다.
몸으로 몸하는 움직임, 모던테이블 〈Breathing Attack II 中〉
두 번째 무대에서 선보인 작품은 김재덕이 이끄는 모던테이블의 〈Breathing Attack II 中〉이었다. 이 작품은 2020년 3월 에스토니아에서 처음 선보인 뒤 같은 해 모다페 ‘The New Wave#1’와 고양국제무용제에서 차례로 공연되었고, 지난해에는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인 ‘싱크넥스트’에서 ‘몸으로 몸한다’라는 주제 아래 다시 선보인 바 있다.
제목이 ‘Breathing Attack’이라고 되어 있는 것처럼 작품은 ‘호흡’과 ‘타격’에 주목한다. ‘호흡’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작품에서 말하는 ‘타격’은 단어가 원래 가진 의미인 공격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의 의미를 담았다. 인간은 숨을 쉬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김재덕은 무협과 탈춤, 택견, 중국 무술 등에서 안무의 영감을 받았는데, 공연은 어떤 오브제도 무대세트도 없이 4명의 무용수가 보여주는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만 구성되었다. 다만 안무가의 의도는 몸을 움직여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닌 움직임 그 자체로 무용수들 간 상호작용과 나아가 무대와 객석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여 ‘몸으로 몸한다’의 결과물로서의 무대를 보여주는 데 있었지만 장르도 주제도 움직임도 다른 작품들 사이에 끼워져 공연되며 움직임으로만 남은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소녀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 정보경댄스프로덕션 〈안녕, 나의 소녀〉
세 번째 무대에는 정보경댄스프로덕션의 〈안녕, 나의 소녀〉가 올려지며 쿼드초이스의 Part 1이 마무리되었다. 〈안녕, 나의 소녀〉는 2022년 초연한 〈안녕, 나의 그르메〉의 후속작으로, 전작이 겨울을 배경으로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에서 소녀와 그르메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잃어버린 인간애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그려냈다면 후속작에서는 배경이 여름으로 바뀌면서 보다 청량한 분위기에서 소녀가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씩씩한 발걸음이 담겼다. 바다가 멈추고 모든 것이 멈춰진 곳에서 소녀는 마지막 남은 ‘움직이는 존재’다. 소녀는 세상이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다른 움직이는 것들을 찾는다. 그렇다면 소녀는 무엇으로 세상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
전작의 주요 모티브인 ‘그르메’는 이번 공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르메’는 ‘그림자’의 옛말로, 정보경은 그르메를 소녀를 세상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로 설정했다. 이처럼 ‘아저씨와 소녀’의 관계성은 『레미제라블』이나 『키다리 아저씨』, 『소공녀』 등 고전이 된 문학 작품들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막론하고 성장과 모험 서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캐릭터 요소다. 그러나 정보경의 소녀는 그르메에게서 보호를 받기만 하는 마냥 연약한 존재도, 그르메는 아버지처럼 가부장적 권위를 가지고 소녀를 통제하며 보호하는 존재도 아니다. 그르메는 소녀의 동반자로 소녀의 성장을 바라보지만 소녀와 함께 떠나지 않고 소녀 뒤에 남는다. 소녀는 세상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자 세상 속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제목의 ‘안녕’은 ‘Hello’와 ‘Good-bye’를 모두 포괄하는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발화자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안녕’은 소녀가 그르메를 떠나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에 이별을 고하는 인사로도, 소녀의 뒤에 남아 그 앞길을 응원하는 그르메의 인사로도 읽을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읽어도 무방하며, 또한 이 이별은 슬프지도 서럽지도 않다. 그르메를 비롯한 무용수들이 그룹 아바의 히트곡 ‘댄싱퀸’에 맞춰 춤을 추는 군무 장면은 소녀의 성장 혹은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하는 축하 무대처럼 보인다.
쿼드초이스는 다양한 장르의 춤을 한 무대에 올리며 관객으로 하여금 개별 공연의 매력과 함께 장르 간 경합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공연을 구성했는데, 선정된 무용가 여섯 명 모두가 단독 무대를 만들 역량과 경험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6일간 6회차로 진행된 공연을 6편의 개별 무대, 혹은 더블 빌 무대로 구성하여 작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정보경은 공연 스케줄상 쿼드초이스 무대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아르코예술극장에서 60분의 단독 공연을 선보인 뒤 다시 이를 편집해 ‘디렉터스컷’으로 공연을 다시 올렸는데, 이 역시 공연이 올려지는 간격이나 시간 배분에 대한 고려가 좀 더 있었더라면 공연을 준비하는 쪽에도, 공연을 보러 가는 쪽에도 나은 배려가 되었을 것이다. 무용가와 작품 선정에 비해 운영의 지혜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글_ 윤단우(공연칼럼니스트)
사진제공_ 대학로극장 쿼드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Competition of three different dances: Quad Choice Yunbyeol, Kim Jae-deok, Jeong Bo-kyung ‘For a different dance, Part 1’
Six dance performances were presented at Daehakro Theater Quad under the title ‘Quad Choice.’ This performance, subtitled 'Other, for Dance', was a triple bill with three works performed on one stage. Part 1 was performed by Yunbyeol, Kim Jae-deok, and Jeong Bo-gyeong, and Part 2 was performed by Iruda, Geum Bae-seop, and Jang Hye-rim. . Part 1 was performed three times over three days from July 4th to 6th, and Part 2 was performed three times over three days from July 11th to 13th. Some say that as contemporary art becomes popular, the strict trichotomy between dance and dance is being dismantled, but the reason why ballet, modern dance, and Korean dance were each selected for a special performance to achieve balance is because of the power of this trichotomy. It shows that it still remains strong.
Ballet of scholars wearing hats, Yunbyeol Ballet Company’s 〈Gat〉
The first piece to be staged in Part 1 was Yunbyeol Ballet Company's 〈Gat〉, which premiered as part of the 〈Yoonbyeol and Friends: Special Ballet Gala〉 performance at the Daejeon City Yeonjeong Gugak Center in 2021, and at Guro Art Valley last June. A solo performance has been performed. As the title suggests, it is a work inspired by the traditional Korean headgear represented by ‘gat’, and was choreographed by Park So-yeon, a former member of the Dresden Semperoper Ballet. The work expresses the situation according to each class through traditional headgear, and on this Quad Choice stage, four chapters of ‘Heukrip’, ‘Jujub’, ‘Jokduri’ and ‘Jeongjagwan’ were performed.
‘Heuklip’, one of the official hats worn by men during the Joseon Dynasty, is a representative headgear for men, and today it is mainly called ‘gat’. ‘Heuklip’ captures the composure and elegance of a scholar, ‘Jeokrip’ captures the dignity and restraint of a military officer, and ‘Jokduri’ captures the excitement and tension of women about to have a wedding. 'Jeongjagwan', which is said to be the highlight of the performance, was expressed as a rich and arrogant image of Nolbu. Park So-yeon embodied the sartorial beauty of the traditional headgear through ballet movements, expressing the beauty of tradition through movement alone without the help of storytelling such as traditional tales. is succeeding.
With this work, Yoonbyeol, who has been presenting a gala performance-centered stage like 'Yoonbyeol and Friends' after returning from Uruguay, secured a solid repertoire work that can stably solidify the foundation of the group, and Park So-yeon has a ballet stage organized mainly by male choreographers. As a female choreographer in her 20s, she showed remarkable progress, raising expectations for future performances. She choreographed 〈Hungarian Rhapsody〉, an insert work for 〈Ballet Layers〉, which was put up as a special performance for this year's Korea Ballet Festival, and in November, she collaborated in 〈Shining Wave〉, the inaugural performance of the Busan Opera House Ballet Company to be held in Busan. also participates. It will be interesting to see what kind of stage the collaboration between Yoon Byul and Park So-yeon will create next time.
Body movement, Modern Table 〈Breathing Attack II〉
Her second work presented on stage was 〈Breathing Attack II〉 by Modern Table led by Kim Jae-deok. This work was first performed in Estonia in March 2020, and was performed sequentially at Modape 'The New Wave #1' and Goyang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in the same year, and last year, it was performed as 'Body with Body' at 'Sync Next', a contemporary season at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It was presented again under the theme ‘Do it’.
As the title says ‘Breathing Attack’, the work focuses on ‘breathing’ and ‘hitting’. ‘Breathing’ is essential for humans to maintain life, and the ‘hit’ mentioned in the work contains the meaning of interaction with others, not attack, which is the original meaning of the word. Humans are living beings who breathe and interact with others.
Kim Jae-deok was inspired by martial arts, talchum, taekkyeon, and Chinese martial arts for his choreography, and the performance consisted only of fast and dynamic movements shown by four dancers without any objects or stage sets. However, the choreographer's intention is not to convey a specific message by moving the body, but to use the movement itself to induce interaction between the dancers and further interaction between the stage and the audience, showing the stage as the result of 'doing the body with the body'. However, it was somewhat disappointing that it was performed between works with different genres, themes, and movements, and was left only as movement.
Girls make the world move, Jeong Bo-kyung Dance Production’s 〈Annyeong, My Girl〉
Part 1 of Quad Choice came to an end with Jeong Bo-kyung Dance Production’s “Hello, My Girl” on the third stage. 〈Annyeong, My Girl〉 is a follow-up to 〈Annyeong, My Girlfriend〉, which premiered in 2022. While the previous work was set in winter and depicted a journey to recover lost humanity, focus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a girl and a girl in a dark and lonely atmosphere. In the sequel, the background changes to summer and the girl's courageous steps into the world are captured in a more refreshing atmosphere. In a place where the sea stops and everything stops, the girl is the last remaining ‘moving being’. The girl searches for other moving things to make the world move again. So what can a girl do to make the world move again?
‘Greume’, the main motif of the previous work, also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is performance. ‘Gurme’ is an old word for ‘shadow’, and Jeong Jeong Bo-gyeong set Greume as a father-like figure who protects the girl from the dangers of the world. In this way,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man and the girl' is a character element that can be frequently encountered in growth and adventure narratives, including classic literary works such as 『Les Miserables』, 『Uncle with Long Legs』, and 『The Little Princess』, as well as movies, dramas, and animations. However, Jeong Bo-gyeong's girl is not a weak being who just receives protection from Greume, and Greume is not a being who controls and protects the girl with patriarchal authority like her father. Greume is the girl's companion and watches her growth, but instead of leaving with her, he stays behind her. The girl begins to take steps into the world to make it move again.
Therefore, ‘Annyeong’ in the title is used in an ambiguous meaning encompassing both ‘Hello’ and ‘Good-bye’, but it can be interpreted differently depending on who the speaker is. 'Goodbye' can be read as a greeting from the girl as she bids farewell to her childhood as she sees herself leaving the school and starting her own journey, or as a greeting from the group who stays behind the girl and supports her on her way forward. You can read it either way, and this farewell is neither sad nor sorrowful. The group dance scene where dancers, including Greume, dance to Abba's hit song 'Dancing Queen' seems like a celebratory stage to support the girl's growth or her future journey.
Quad Choice presents dances of various genres on one stage and organizes the performance so that the audience can feel the charm of individual performances as well as the competition and tension between genres at the same time. All six selected dancers have the ability and experience to create a solo stage. Taking this into account, it would have been better to have organized the performance, which took place six times over six days, into six individual stages or a double bill stage to allow more focus on the work. According to the performance schedule, Jeong Bo-kyung performed a 60-minute solo performance at the Arko Arts Theater just over a week before the Quad Choice stage, then edited it again and re-uploaded the performance as a 'director's cut', which also differed from the interval or time distribution between the performances. If more consideration had been given to this, it would have been a better consideration for both those preparing for the performance and those attending the performance. Compared to the selection of dancers and works, the wisdom of management left something to be desired.
Written by Danwoo Yoon (Performing Arts Columnist)
Photo provided by Daehakro Theater Qu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