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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 무대 위에 펼쳐진 컨템퍼러리 발레의 꿈: 서울시발레단 〈한여름밤의 꿈〉


서울시발레단의 공식 창단공연 〈한여름밤의 꿈〉이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서울시발레단은 지난 4월 안성수, 유회웅, 이루다 세 안무가를 초청해 사전공연으로 선보인 ‘봄의 제전’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케 하는 일종의 ‘비전 선포식’을 가진 바 있다. 그리고 넉 달여 만에 올려진 이 공연은 대극장 레퍼토리를 정형화된 고전 예술에서 컨템퍼러리 예술로까지 확장하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되었다.


세종문화회관에는 발레단까지 총 10개의 산하 예술단이 딸려 있지만 이들 전속단체 중에서 대극장 무대를 채울 수 있는 레퍼토리 공연 기획이 가능한 곳은 오페라단과 무용단, 국악관현악단 정도이며, 공연 빈도도 적어 대극장 공연은 사실상 오페라단에서 전담하는 모양새다. 외부 단체로 눈을 돌려 유니버설발레단이 송년 레퍼토리로 올리고 있는 〈호두까기인형〉을 포함하면 대극장 무대의 고전 장악력은 더욱 커진다. 부족한 레퍼토리와 얇은 관객층 등 컨템퍼러리 작품을 대극장에 올리기엔 위험 요소가 많은 탓이다. 그렇기에 이번 서울시발레단의 〈한여름밤의 꿈〉은 단체의 공식 창단공연으로서도 물론이거니와 컨템퍼러리 작품의 대극장 진출이라는 차원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사랑의 솔직한 희로애락으로 재탄생한 〈한여름밤의 꿈〉


안무가 주재만이 연출과 안무를 맡은 〈한여름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에서 요정 퍽만 남기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원작에서 엇갈린 사랑으로 좌충우돌하던 네 남녀는 모두 사라지고, 네 남녀의 관계를 교란시키는 트러블 메이커였던 장난꾸러기 퍽은 예언자 또는 구도자 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사랑의 다양한 풍경을 이끈다. 무대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요정의 마법에 의해 왜곡된 모습으로 표출되는 갈등이 아닌, 사랑에 빠진 우리 자신이 느끼는 다채롭고 솔직한 희로애락의 감정들이다.




2막 7장으로 구성된 공연의 문을 여는 것은 무용수들의 춤과 프로젝션 영상을 결합한 강렬한 프롤로그다. 광활한 무대를 가로로 반을 갈라 위쪽에는 영상이 송출되고 아래쪽에서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펼쳐지는 프롤로그는 시작부터 압도적인 미장센으로 관객들의 시각을 장악한다. 언뜻 초상화처럼 보이는 타원형 액자 속에서 상반신이 클로즈업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듯 소리치거나 인상을 쓰고, 몸의 방향을 바꾸는가 하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영상 아래의 실제 무대에서는 무용수들이 움직임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클래식 발레 무대의 배경이 무용수들의 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보조자로서 존재한다면 영상 속 무용수들과 무대 위 무용수들은 관객들의 시선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영토 전쟁을 벌이며 전력을 다해 움직인다. 공연 내내 영상은 움직임의 보조자가 아니라 독자적인 내러티브를 가진 별개의 출연자처럼 생명력을 얻은 채 무용수들과 경합한다.


영상의 힘은 뒤이어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1막 2장에서 더욱 강력하게 발휘된다. ‘마음의 통로(Passage for Love)’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해당 파트에서 대극장 무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프로젝션 영상을 통해 무대 전체에는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무용수들은 거칠 것 없는 야성의 움직임으로 내면의 욕망을 드러낸다. 공연의 안무는 물론 연출을 함께 맡은 주재만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의복처럼 걸치고 있는 인위성을 폭우로 씻어내고 꿈에서나 내보일 수 있는 솔직한 감정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음악의 사용에서도 주재만은 슈만의 피아노곡과 가곡을 선택해 감정의 진폭을 키우고 있다. 〈한여름밤의 꿈〉을 발레 무대로 옮긴 여러 안무가들이 멘델스존의 음악을 사용해 요정이 활약하는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낸 것과는 다른 행보다. 가곡 사용은 성악가의 목소리를 통해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고, 1막 4장과 2막 2장에서는 피아니스트 필립 다니엘이 직접 무대에 올라 라이브 연주로 역동하는 감정을 표현한다.


‘꿈’은 셰익스피어 원작에서는 네 남녀가 요정의 장난으로 엇갈린 사랑에 휘말리는 한바탕 소동극을 의미하지만 주재만의 새로운 안무작에서는 비로소 감정을 다 꺼내 보일 수 있는 진솔하고 무구한 순간들이다. 이처럼 무대 뒷면과 바닥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영상 기법은 다른 블랙박스 극장들에서도 자주 선보이는 연출 방식이지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무대 위에서 한층 스펙터클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의 감각을 압도한다.


이뿐 아니라 아예 무대 위에 카메라를 올려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무대 뒤편에 송출하기도 하고,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동안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무용수들의 신체가 영상으로 전시되기도 한다. 이 같은 영상의 활용은 무용수들에게 움직임으로 넓은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 일차적인 과제 외에 영상의 스펙터클한 효과와도 경합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는 영상의 스펙터클을 통해 전시되는 신체라는 물성(物性)에 지지 않고 움직임의 질감을 덧입히는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무대 천장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백색 날개, 심장을 은유하는 듯한 붉은 나무, 추상적인 관계를 집이라는 공간에 빗대어 표현하는 사각 구조물 등 움직임과 어우러지는 오브제들은 모두 대극장 무대에 걸맞게 대형화되어 등장한다.


신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용수들의 움직임 한계와 필연적으로 대조를 이루게 되는 이 같은 오브제의 배치 속에서 무용수들이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조형미는 솔로, 듀엣, 트리오, 군무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무용수들은 막 시작된 사랑에 대한 설렘부터 사랑으로 인한 상처와 분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이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우리가 흔히 사랑에서 기대하는 안온하고 정서적인 교감이라기보다 감정의 극단까지 휘몰아치는 전쟁과도 같은 무엇이다.


주재만은 이렇다 할 줄거리 없이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만 두 시간여의 장편 무대를 이끌어가며 움직임과 음악, 영상과 오브제 등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조금의 틈도 없이 꽉꽉 채우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여기에 초연의 긴장감까지 더해져 관객들 역시 공연이 진행되는 두 시간 내내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무대에 집중해야 했다.


작품의 전반적인 호흡 면에서 완급 조절은 아쉬움을 남기고 1막의 다이내믹함과 비교해 무용수 교체라는 변수를 수습해야 했던 2막의 밀도가 떨어져 보인 것 역시 안타까운 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공연이 고전 작품 일색의 발레 무대에서, 또한 고전 예술이 장악하고 있는 대극장 무대에서 컨템퍼러리 발레의 중요한 한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는 것이다. 예술감독 부재와 프로젝트 무용수라는 현 시스템의 문제가 현명하게 해결된다면 다음 걸음 역시 성공적일 것이다.



글_ 윤단우(공연칼럼니스트)

사진제공_ 세종문화회관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The Dream of Contemporary Ballet Unfolded on the Grand Theater Stage: Seoul Metropolitan Ballet's 〈A Midsummer Night's Dream〉



The official inaugural performance of Seoul Metropolitan Ballet, 〈A Midsummer Night's Dream〉 was staged on the stage of the Grand Theater of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from August 23 to 25. In April, Seoul Metropolitan Ballet invited three choreographers, Ahn Sung-soo, Yoo Hoe-woong, and Lee Ru-da, to perform 'The Rite of Spring' a pre-performance that served as a sort of "vision declaration ceremony" to gauge its future direction. And this performance, which was staged after four months, became an important first step in expanding the Grand Theater's repertoire from stylized classical art to contemporary art.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has 10 affiliated art groups including a ballet company, but among these resident groups, only the opera company, dance company, and traditional Korean music orchestra can plan repertoire performances that can fill the stage of a large theater, and since the frequency of performances is low, it seems that the opera company is in charge of performing at the large theater. If we turn to external groups and include 〈The Nutcracker〉 which the Universal Ballet Company is putting on as its year-end repertoire, the power of the classical music on the stage of the large theater will increase even more. There are many risk factors in putting contemporary works on the stage of a large theater, such as the lack of repertoire and the thin audience base. That is why the Seoul Metropolitan Ballet Company’s 〈A Midsummer Night's Dream〉 is very significant not only as the official inaugural performance of the group, but also as a contemporary work entering the stage of a large theater. 


〈A Midsummer Night's Dream〉 Reborn as Honest Joy and Sorrow of Love


〈A Midsummer Night's Dream〉, directed and choreographed by choreographer Ju Jae-man, is a completely new story from Shakespeare's original work of the same name, leaving only the fairy Puck behind. In the original work, the four men and women who were struggling with their conflicting loves all disappear, and the mischievous Puck, who was a troublemaker who disrupted the relationships of the four men and women, appears as a prophet or a seeker and leads various scenes of love. The story that unfolds on stage is not a conflict expressed in a distorted form by the fairy's magic, but rather the diverse and honest emotions of joy and sorrow that we feel ourselves in love.


The performance, consisting of 2 acts and 7 scenes, opens with a powerful prologue that combines the dancers' dance and projection images. The prologue, which splits the vast stage in half horizontally, with images projected on the upper side and the dancers' movements unfolding on the lower side, captures the audience's attention with an overwhelming mise-en-scène from the beginning. The dancers, who appear in close-ups of their upper bodies in an oval frame that at first glance looks like a portrait, shout or make faces as if asking for their stories to be heard, change the direction of their bodies, and disappear and reappear. On the actual stage below the video, the dancers begin their stories with their movements.


If the background of a classical ballet stage exists as an assistant to highlight the dancers’ dance, the dancers in the video and the dancers on the stage fight an unyielding war for the audience’s gaze, moving with all their might. Throughout the performance, the video is not an assistant to the movement, but rather a separate performer with its own narrative, gaining life and competing with the dancers.


The power of the video is even more powerful in Act 1, Scene 2, which then enters the full-fledged story. In the part with the subtitle “Passage for Love,” a heavy rain pours down across the entire stage through a projection video that crosses the large theater stage diagonally, and the dancers express their inner desires with wild and unruly movements. Joo Jae-man, who was in charge of the choreography and direction of the performance, washes away the artificiality that humans wear like clothing in social relationships with heavy rain and brings to the surface the honest emotions that can only be expressed in dreams.


In the use of music, Joo Jae-man also increases the emotional amplitude by selecting Schumann's piano pieces and songs. This is different from the many choreographers who adapted 〈A Midsummer Night's Dream〉 to the ballet stage, who used Mendelssohn's music to create a fantastic world where fairies are active. The use of songs creates deep resonance through the voices of the singers, and in Act 1, Scene 4 and Act 2, Scene 2, pianist Philip Daniel himself goes on stage and expresses dynamic emotions through live performance.


In Shakespeare's original work, 'dream' means a commotion in which four men and women become entangled in love due to the tricks of fairies, but in Joo Jae-man's new choreography, it is a sincere and innocent moment where all emotions can be expressed for the first time. This video technique of using the back of the stage and the entire floor as a screen is a directing method often presented in other black box theaters, but it overwhelms the audience's senses with an even more spectacular appearance on the large stage of the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Grand Theater.


In addition, a camera is placed on the stage to transmit the moving dancers' images in real time to the back of the stage, and the dancers' bodies hanging upside down from the ceiling while they dance are displayed as images. This use of images gives the dancers the dual task of competing with the spectacular effects of the images in addition to the primary task of controlling the large stage with their movements. In addition, this is a difficult task of adding texture to the movement without losing to the physicality of the body displayed through the spectacle of the images.


In addition, objects that blend in with movement, such as the giant white wings descending from the stage ceiling, the red tree that seems to be a metaphor for the heart, and the square structure that expresses abstract relationships in the space of a house, are all enlarged to fit the stage of the Grand Theater.


The dancers’ inability to move away from their bodies and the inevitably contrasting arrangement of these objects create a sculptural beauty that the dancers create through their movements, changing in a variety of ways from solo, duet, trio, and corps to duet, and from duet to solo, and then back to corps. The dancers must express a variety of emotions, from the excitement of a newly-begun love to the hurt and anger caused by love. The love they show on stage is not the comfortable and emotional communion we usually expect from love, but something like a war that sweeps the extremes of emotion.


Without any particular plot, Joo Jae-man led the two-hour-long stage with only the universal emotion of love, and completed the work by filling the stage elements such as movement, music, images, and objects tightly without any gaps. The tension of the premiere was added to this, so the audience also had to focus on the stage without relaxing for a moment during the two-hour performance.


In terms of the overall breathing of the piece, the tempo control leaves something to be desired, and it is also unfortunate that the density of the second act, which had to deal with the variable of changing dancers compared to the dynamics of the first act, seemed low. However, the most important fact is that this performance successfully took an important step toward contemporary ballet on a ballet stage dominated by classical works, and also on a grand theater stage dominated by classical art. If the problems of the current system of the absence of an artistic director and project dancers are wisely resolved, the next step will also be successful.



Written by Danwoo Yoon (Performing Arts Columnist)

Photo provided by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