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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만난 스리랑카의 전통춤, <칸디 춤(Kandyan Dance)>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 예전에는 싱할라, 실론으로 불렸다. 지도를 찾아보면 인도 대륙이 흘린 눈물방울 같다. 스리랑카는 기원전 3세기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를 받아들였다. 불교는 왕권의 보호를 받으며 국교로 자리 잡았다. 현재도 인구의 70%가 불교도.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민속춤은 <칸디 춤(Kandyan Dance)>이다. 칸디는 스리랑카의 정신적인 수도로, 행정수도인 콜롬보에서 동쪽 내륙으로 120km 떨어졌다. 칸디는 석가모니의 치아 사리를 모신 불치사(佛齒寺)로 유명하다. 이 옛 도시에선 매년 7~8월 에살라 페라하라(Esala Perahera) 라는 화려하고 거대한 축제 행렬이 벌어진다. 축제 주최 측은 코끼리 여러 마리에게 화려한 원색의 천으로 옷을 해 입힌다. 온갖 장식으로 멋을 낸 대장 코끼리 등 위에는 성스러운 불치가 든 함을 싣는다. 호위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코끼리를 둘러싸고 북과 나팔을 든 악사, 화려한 의상의 무남(舞男), 깃발을 든 대중들이 길게 칸디 시내를 행진한다. 신도와 구경꾼으로 온 도시가 왁자지껄해진다.

  



 스리랑카를 찾은 관광객은 운이 좋으면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행진을 구경할 수 있다. 필자도 지난 10월 초 취재 차 스리랑카에 갔다가 생생한 <칸디 춤>을 볼 기회를 얻었다. 수도 콜롬보에서 교외로 이동 중, 지방의 불교도 행렬과 마주친 것. 국가로부터 큰 직책을 얻게 된 지역 스님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진한 남색 천을 두른 코끼리 한 마리가 앞장을 서고 악사, 무남, 신도들이 뒤를 따랐다. 최근에는 여자들도 출 수 있지만 원래 <칸디 춤>은 남자들의 춤이다. 당연히 씩씩하고 박력 으로 가득하다. 무남들은 장식을 한 머리를 꼿꼿이 들고, 팔을 가슴까지 수평으로 올렸다 내리며 공작새 수컷처럼 위풍당당하게 스텝을 밟으며 원무를 춘다. 그러다가 격렬한 북소리에 맞춰 한 명씩 공중제비를 넘는다.


 
 

 <칸디 춤>의 유래가 왕을 짓누르던 나쁜 귀신을 물리친 나례였다는 설이 타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춤은 위력적이다. 위협적인 재주넘기를 보면 귀신이 달아 날만도 했다. 묘기 대행진 같은 재주넘기가 몇 번 되풀이 되고, 무남들의 흑단 빛깔 피부는 땀으로 번들거린다.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행렬은 사찰을 향해 계속됐다.



 취재팀은 다음 촬영 일정 때문에 끝까지 따라 가지 못하고 다시 차에 올라야 했다.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강렬한 춤, 스리랑카의 생명력을 좀 더 지켜보지 못해 아쉬웠다.  

 


 

 


 


 


글, 사진_ 손현철(KBS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