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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된 현대인이 맺은 치열한 긍정의 매듭: 댄스프로젝트 에게로 〈매듭(KNOT)〉

댄스프로젝트 에게로(DANCE PROJECT EGERO, 이후 ‘에게로’)가 활동한 지 10년을 맞았다. 10년 전 부산 무용판은 눈에 띄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금 신청을 위해 개인 이름을 내세운 단체가 아닌 학연에 상관없는 단체를 꾸리는 것이 무모하게 보였다. 이용진을 중심으로 이 무모한 시도를 밀어붙인 이들은 3년을 준비한 끝에 2017년 첫 정기 공연 〈콘크리트 인간〉을 해운대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렸다. 7년 후인 지난 9월 22일 여섯 번째 정기 공연 〈매듭〉(안무 이용진, 출연 강건, 강동환, 김소이, 안주희, 이보미, 이용진, 장의정, 허성준)을 첫 정기 공연을 올렸던 그 무대에 올렸다. 에게로는 첫 정기 공연 이후 춤의 오락성 회복이라는 확실한 방향을 지향하는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콘크리트 인간〉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놓인 현대인의 고뇌를 다루었는데, ‘망했다고 생각한 작품’이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때의 아쉬움을 매듭지으며 털어 내고 싶었을 것이다. 〈매듭〉은 작품 제목으로 의미가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에게로의 성장 과정에서 일어 난 하나의 사건이기도 하다. 이 매듭은 짓는 사람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여러 의미를 던졌다. 여기에서 왜 매듭을 짓는 것인지, 매듭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면서 조금 다르게 그들을 바라볼 기회였기 때문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소진된 인간의 모습’에서 얻었고, 키워드는 고정, 속박, 연결, 단절이라고 한다. (팸플릿) 키워드들은 매듭의 기능이며, 상반된 작용을 하는 동일체 혹은 동일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삶 곳곳에서 만난다. 세상에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는 경구처럼 하나의 상황은 언제나 다면적이다. 그러니 ‘소진된 인간’은 동시대인을 그린 초상이다. 〈매듭〉의 구성은 ‘프롤로그 reverse – 궤도 속의 인간 – 흔들리는 인간 – 순리적인 구조 – 고해 – 에필로그 Re :Birth’로 치밀하게 짜였다. 모든 무대 요소가 강박적 궤도 속에 소멸해야만 재탄생하는 존재의 부조리에 긍정으로 맞서는 주제를 향해 촘촘하게 연결된다. 특히, 상수 앞쪽에 속이 빈 사각 탁자와 굽은 나무가 자아내는 풍경은 작품의 중요한 상징이다. 김소이가 그곳에 앉아 도시락을 깨작거리며 먹고, 소주를 홀짝이는 장면은 이 풍경이 상징으로 작동한다고 알린다. 김소이가 쓸쓸하게 혼밥, 혼술하는 이유와 배경에 관한 이야기가 풍경 뒤 무대에서 펼쳐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종의 쇼윈도라고 할 수 있다. 쇼윈도 안쪽에 진열된 다양한 상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쇼윈도에 내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김소이는 소진된 현대인의 전형적 이미지다. 


팸플릿에 조그맣게 나와 있는 두 단어. ‘(프롤로그) reverse’와 ‘(에필로그) Re:Birth’는 피할 수 없는 삶을 이어가면서 느끼는 같으면서도 다른 해석과 결과를 함축한다. 이를 주의 깊게 보았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단어이다. 공연이 시작하면 거꾸로 선 나무들이 내려와 있다. ‘프롤로그 – reverse’이다. 뒤집힌 상태, 역전된 상황이다. 이 장면에서 형이상학적 존재의 품에 갓난아이가 안겨있다. 아기가 맞이할 운명을 예견하는 듯하다. 이 이미지는 아기가 없는 상태로 마지막에 다시 나오는데, 이때는 사각 틀을 짊어진 이용진이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면서 ‘Re: Birth’를 표현한다. 사각 틀을 짊어진 이용진의 모습은 십자가를 진 채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를 떠올린다. 예수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예수의 십자가가 자기들의 죄라는 사실을 모르듯, 관객은 이용진이 짊어진 사각 틀이 우리네 삶의 부조리라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그가 짊어진 사각 틀은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숙명 같은 것인데, 짓누르는 숙명의 압력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을 뚫고 통과하는 능동적 태도를 가질 때 숙명적 짐은 재탄생의 문이 된다.





‘우리는 균형을 잡기 위해 고정을 위한 매듭을 짓고 있다.’, ‘말은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것들에 허덕이며 고통의 바다를 부유한다.’ (팸플릿) 이는 reverse와 관련된 내용이다. 아감벤이 ‘인간은 자신들을 묶어주던 것에 의해 분리되고 말았다.’(도래하는 공동체)라고 한 말도 비슷한 의미다. 작품의 마무리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긍정이다. 이 긍정은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를 넘어 부조리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 안고 스스로 소멸하는 데서 가능한 재생이다. ‘이 절실함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격렬하다. 하지만 그 몸부림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심연으로 빠져들게 할 뿐이다. 씨를 맺은 꽃은 반드시 지기 마련이다. 만약 꽃이 항상 한다면 이 세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은 죽은 것이다.’(팸플릿) 이런 태도는 자연과 생명의 순환과 같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야 봄이 오고, 꽃이 져야 열매가 맺는다. 인간이 고해(苦海)를 부유하다가 불꽃처럼 격렬하게 타올라 스러지는 것은 삶의 부조리 속에서 스스로 불쏘시개가 되는 소신공양 같은 것이다. 동백꽃이 처연하게 뚝뚝 떨어지고서야 열매를 맺는 것처럼 말이다. 끝부분에 김소이가 무기력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일상복을 벗고 마스크를 뒤집어쓰는 장면은 피할 수 없는 전쟁터로 나가는 전사의 모습이다. 지독한 무기력과 부정의 구렁에 얼굴을 박아 본 뒤에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삶의 부조리는 달라지지 않는다. 삶은 선하고 미적인 상태를 향해 선형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흙밭을 굴러가는 수레바퀴 같아서 곳곳에서 매듭을 지어야 나아갈 수 있는 여정이다. 그래서 삶에는 무수한 매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용진과 에게로는 드디어 〈콘크리트 인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매듭〉은 주제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데도 짓눌리지 않고, 주제를 적당히 휘발시키면서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였다. 〈매듭〉은 재탄생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조명이 컷아웃 된 이후에도 재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해도 에게로가 더는 삶의 부조리를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어차피 매듭 이후의 삶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듭을 지어 미련과 아쉬움을 떨친 에게로의 ‘Re : Birth’ 이후가 어떠할지는 궁금하다.






글_ 이상헌(춤평론가)

사진제공_ 박병민(사진가)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A fiercely positive knot tied by exhausted modern people: Dance Project Egero's 〈Knot〉



Dance Project Egero (hereinafter referred to as 'Egero') has been active for 10 years. Ten years ago, the Busan dance scene was noticeably losing its vitality. In this situation, it seemed reckless to form a group that was not related to academic affiliation, rather than a group that put forward personal names to apply for grants. Those who pushed forward this reckless attempt centered around Lee Yong-jin prepared for 3 years and staged their first regular performance 〈Concrete Man〉 at the Haeundae Cultural Center Grand Theater in 2017. Seven years later, on September 22, they staged their sixth regular performance 〈Knot〉 (choreographed by Lee Yong-jin, starring Kang Geon, Kang Dong-hwan, Kim So-yi, Ahn Joo-hee, Lee Bo-mi, Lee Yong-jin, Jang Eui-jeong, Heo Seong-jun) on the same stage where their first regular performance took place. After his first regular performance, Egero has continued to present works that aim for the clear direction of restoring the entertainment value of dance. In 〈Concrete Man〉 he deals with the agony of modern people in an absurd reality, and confesses that it is “a work that I thought was a failure.” So he must have wanted to shake off the regrets of that time by tying up a knot. 〈Knot〉 is not only meaningful as a title, but also an incident that occurred during Egero’s growth process. This knot has various meanings not only for the person who tied it, but also for those who look at it. This is because it was an opportunity to look at them a little differently while thinking about why they tie a knot and what the knot means.


The motif of the work was derived from the “appearance of an exhausted human being,” and the keywords are said to be fixation, bondage, connection, and disconnection. (Pamphlet) The keywords are the functions of a knot, and can be understood as an identical entity or state that has opposing effects. We encounter such cases everywhere in our lives. Just like the adage that there is nothing in the world that is only good or only bad, a situation is always multifaceted. So, ‘Exhausted Human’ is a portrait of a contemporary person. The composition of 〈Knot〉 is tightly woven as ‘Prologue reverse – Human in orbit – Shaking human – Rational structure – Confession – Epilogue Re:Birth’. All stage elements are tightly connected toward the theme of positively confronting the absurdity of existence that must disappear in an obsessive orbit to be reborn. In particular, the scenery created by the hollow square table and bent tree in front of Right side  stage is an important symbol of the work. The scene where Kim So-i sits there, eating a lunch box and sipping soju tells us that this scenery functions as a symbol. It is not wrong to say that the story about the reason and background of Kim So-i’s lonely eating and drinking alone unfolds on the stage behind the scenery. It can be said to be a kind of show window. It is like putting the most representative product among the various products displayed inside the show window in the show window. Kim So-i is a typical image of an exhausted modern person. The two words written in small print on the pamphlet, ‘(Prologue) reverse’ and ‘(Epilogue) Re:Birth’, imply the same yet different interpretations and results felt as we continue on with our inevitable lives. If we had looked at them carefully, they would have been very helpful in understanding the work. When the performance begins, upside-down trees come down. It is ‘Prologue – reverse’. It is an upside-down state, a reversed situation. In this scene, a newborn baby is held in the arms of a metaphysical being. It seems to foresee the fate that the baby will face. This image appears again at the end without the baby, and this time, Lee Yong-jin, carrying a square frame, expresses ‘Re:Birth’ while blowing out the candles on a birthday cake. The image of Lee Yong-jin carrying a square frame brings to mind Jesus carrying a cross and climbing Golgotha ​​Hill. Just as the people watching Jesus did not know that Jesus’ cross was their sin, the audience does not easily realize that the square frame that Lee Yong-jin carries is the absurdity of our lives. The square frame he carries is like an inescapable human fate, but when he does not avoid the oppressive pressure of fate but rather takes an active attitude to break through it, the fateful burden becomes the door to rebirth.


‘We tie knots to secure ourselves in order to maintain balance.’, ‘Words cannot fully convey all the meanings that the person who uttered them wants to convey.’, ‘Humans struggle with the things they have created and float on a sea of ​​pain.’ (pamphlet) This is related to reverse. Agamben’s statement that ‘Humans have become separated by what bound them together.’ (Coming Community) has a similar meaning. The ending of the work is an affirmation that accepts life as it is. This affirmation goes beyond simply nodding and is a rebirth that is possible when we do not push away the absurdity but embrace it and let it disappear on its own. ‘This desperation is as intense as a dying flame. However, that struggle only makes us fall further into the abyss. A flower that has borne seed is bound to wither. If flowers always do, new possibilities in this world are dead.’ (Pamphlet) This attitude is like the cycle of nature and life. Spring comes only after a harsh winter, and fruit is borne only after flowers fall. Humans floating in the sea of ​​suffering and burning fiercely like flames and collapsing are like self-immolation in the absurdity of life. Just as camellia flowers fall miserably and bear fruit only after falling. The scene at the end where Kim So-i takes off her everyday clothes that are full of lethargy and puts on a mask is like a warrior heading out to an unavoidable battlefield. Only after burying her face in the pit of extreme lethargy and negativity can she stand up again. The absurdity of life does not change. Life is not a linear progression toward a good and beautiful state, but rather a journey that requires tying knots here and there like a wheel rolling through mud. That is why countless knots are bound to form in life. Lee Yong-jin and Egero finally tied up the story that was left unfinished in 〈Concrete Man〉. 〈Knot〉 did not feel crushed by the weight of its subject matter, but rather evaporated the subject matter appropriately, controlling tension and relaxation. 〈Knot〉 ended with rebirth. Even if the story of rebirth could continue after the lighting was cut out, Egero no longer needs to be attached to a work that seriously deals with the absurdity of life. After all, life after the knot is each person’s own share. However, I wonder what Egero’s “Re: Birth” will be like after tying the knot and shaking off regret and regret.



Written by Lee Sang-heon (dance critic)

Photo provided by Park Byeong-min (photogra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