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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름의 스펙터클이란?-서울예술단 2015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




 1986년 창단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재)서울예술단(이사장 이용진)은 한국적 소재의 창작가무극 제작을 통해 한국의 공연예술 발전에 앞장서고자 하는 예술단체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제작된 서울예술단의 2015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 저승편>이 7월 1~12일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그 화려한 무대를 열었다. 원작 주호민, 연출 김광보, 극작·작사 정영, 작·편곡 조윤정, 안무 김혜림‧차진엽이 이뤄낸 공연은 웹툰이라는 인기 콘텐츠의 성공적인 영역확장의 결과였다. 거의 3시간에 가까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재미와 웃음, 감동과 눈물, 시사성을 갖춘 저승 여행은 원작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신과 함께>를 첫 작품으로 서울예술단에 부임하게 된 최종실 예술감독은 자신의 능력이든 아니든 탁월한 주제선택, 훌륭한 스탭진들, 뛰어난 배우들의 기용을 통해 성공적 출발을 이뤄낸 셈이다. 본 작품의 성공요인은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면서도 전통적인 사상적 배경과 교훈을 담고, 작품 전개 과정에서의 재미가 쏠쏠하며 세련된 무대 미장센, 파워풀하면서도 대사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구체화한 군무,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웹툰의 상상력을 극적 이미지로 살려낸 연출,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안정적 앙상블에 기인했다.


 작품의 내용은 죽어서 저승에 간 소시민 김자홍이 국선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저승 재판을 받는 여정과, 한을 풀지 못해 이승을 떠돌고 있는 원귀를 무사히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삼차사 강림과 덕춘, 해원맥의 활약을 다뤘다. 큰 맥락을 이루는 두 상황은 서로 교차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김광보의 연출은 ‘공정한 심판이 이루어지는 저승’과 ‘소시민의 삶과 효심’에 중점을 두면서 재치 있게 극을 전개했다. 특히 작품의 제목인 ‘신과 함께’는 저승을 다스리는 10명의 신보다 더 신 같은 존재인 진기한과 강림이 작품 내내 함께 함을 의미하는 듯 했다. 더불어 작품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점은 <신과 함께>가 단지 판타지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49재라는 한국의 전통적 장례문화, 무속에 기반을 둔 저승 삼차사의 이름과 제례 등을 통해 전통문화와 신화에 근간을 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벼운 듯 진중하고 현대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듯 하면서도 그 속에 전통의 깊은 향기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첫 시작부터 대형 경사무대는 관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박동우 무대미술가와 정재진 영상 디자이너의 솜씨로 이뤄진, 윤회와 죄업을 상징하는 지름 17m의 비스듬히 놓여있는 바퀴가 그것이다. 또한 80㎡의 수평 LED 스크린에서는 무시무시한 지옥이 펼쳐져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고, 장면 곳곳에는 환상적인 조명이 더해져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프롤로그인 저승행 열차 장면에서 노래와 춤으로 시선을 끈 서울예술단 단원들 중 할머니 역할의 김현아가 돋보였고, 이후 더블 캐스팅 중 필자가 관람한 날의 저승 국선변호사 진기한(박영수 분)과 무골호인 의뢰인 김자홍(김도빈 분)이 만나 저승의 일곱관문을 통과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옥을 경험하는 재미와 현대를 대표하는 대형 체인점들(스타벅스 등등)을 통한 풍자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살펴보는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지장보살(김백현 분)과 염라대왕(금승훈 분)의 대화는 곳곳에 웃음을 제공했고, 줄무늬 죄수복을 입은 죄인들이 좀비처럼 등장해 대사 없이 춤으로만 구성된 도산지옥 장면과 크루즈나 나룻배, 오리배, 카약, 튜브로 죄의 경중에 따라 승차선이 달라지는 장면도 코믹하게 연출되었다. 뒤이은 변수탕 화탕지옥에서의 춤장면, 얼음감옥인 한빙지옥에서 악귀를 표현한 해골들의 춤이 유머러스한 반면에 한빙지옥에서 불효를 저지른 사람의 흉부 X-Ray 사진에 우리가 흔히 부모님 가슴에 대못 박는다는 불효표현의 구체적 형상화에서는 눈물을 떨구게 했다.


 2막에 들어서면 죄수복을 입은 군무진들의 현대적 움직임과 검은 원귀들이 반원형 경사무대에서 장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그들의 춤이 능숙하지는 않으나 바닥 영상과 칼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조명으로 분회기를 살리며 화려함을 과시했다. 검수지옥 오관대왕 역의 고미경이 능청스러운 연기와 죄의 무게를 재는 장면이 재치 있었고, 염라대왕의 발설지옥에서 춤추는 남성솔로의 춤이 훌륭했으며 무대 중앙에 큰 원형의 거울이 내려와 죄를 영화보듯 표현하며 구글로 검색하는 풍자 아이디어도 웃음을 주었다. 본 작품에서는 마지막 지옥이었던 대형 전기톱이 등장하는 거해지옥에서 인간은 신과 함께를 부르는 진기한의 솔로곡이 감동을 주었고 특히나 작품 전반에서 뛰어난 카리스마로 강직한 저승차사를 연기한 강림(조풍래 분)과 외유내강 저승차사 해원(최정수 분), 마음 따듯한 저승차사 덕춘(김진혜 분), 이승을 떠도는 원귀 유성연(최석진 분)의 연기가 극을 단단히 받쳐주며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누구나가 직면할 죽음에 대해 공포나 두려움보다는 현실을 풍자한 친근감으로 다가선 주호민 작가의 놀라운 마법,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된 주인공들과 서울예술단원들의 풍부한 표현력, 이승과 저승을 잘 구현한 무대장치, 스펙터클한 장면을 완성한 정재진 영상디자이너의 LED 바닥의 조명, 가무극인만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훌륭한 ‘가(歌)’와 ‘무(舞)’가 작품을 살린 서울예술단의 <신과 함께_ 저승편>은 한국의 전통과 특별한 문화, 상상적 판타지가 조화를 이룬 창작가무극으로서 성공적 콘텐츠로 대중성 획득이 가능하기에 한류열풍을 타고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할 듯 했다. 다만 무용계에서 인지도를 갖춘 한국무용가 김혜림과 현대무용가 차진엽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안무를 기대했던 바, 그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어렵지 않은 춤으로 제한한다면 이 역시 이해할만 했다. 기존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롭게 도약을 꾀하는 서울예술단의 노력이 돋보인 이번 무대를 통해 앞으로도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또 다른 신작을 만들어내는 책임감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월간 무용잡지 <춤과 사람들>에 동일하게 실린 내용입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서울예술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