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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누구를 위한 고독인가? - 한창호, 도유의 <완전한 고독에 빠지기>



 2014년 무용창작산실 시범공연(소극장 부문)에 선정되었던 온앤오프무용단 한창호와 도유의 <완전한 고독에 빠지기>가 8월 21~22일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소극장 무대에 적합한 규모를 가지고 개인 VS 개인 그리고 개인 VS 고독의 접점은 차갑고 무거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가득 찬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너무나 바쁘고 너무나 각박한 세상에서 혼자라는 고독감과 그 동행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다뤄나갔다. 그들의 고독은 내적성찰의 시간이며 삶에 대한 여행길임을 움직임 어휘와 대사를 통해 표현해냈다.


 첫 등장에 도유의 솔로는 한줄기 불빛에 중점을 두면서 그 뒤에 물러서 상체 움직임에서 하체의 움직임으로 중심점을 이동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후 어둠 속 손만 비추며 이뤄진 손가락의 미동(微動)은 조용한 음악과 어우러져 쓸쓸함을 배가시켰고 그녀의 정형화되지 않은 몸짓은 포스트모던댄스를 연상시켰다. 내레이션을 통해 언급한 두려움과의 동거는 그녀를 공간 한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하수 벽의 모퉁이만을 사용해 하체는 벽면에 붙이고 꿈틀거리는 지체(肢體)는 고독과 두려움의 몸부림이다.


 한창호 자신의 멘트 이후 두 사람의 듀엣은 서로의 신체가 뒤엉키지만 관능적이거나 에로틱하지 않게 느껴졌고, 서로의 고독감을 연계시키며 더불어 확대 해석되었다. 한창호의 솔로는 피아노 선율에 맞춰 몸 전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스피드를 더해갔고, 백드롭에 조명을 두고 그 앞을 막아서며 그림자를 활용해 신체 이미지를 확장시켰다. 그림자의 활용이라든지 여러 단어들이 공간 곳곳에 뜬다든지 하는 방식은 기존에 다분히 쓰였던 방법론으로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춤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이들의 진솔함은 충분히 전해지는 무대였다.




 그동안 온앤오프무용단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온 한창호와 도유의 꾸밈없는 몸짓은 주제와 맞물려 둘이 있음에도 고독한 동행의 시간에 주목한 듯 혹은 한 인물은 개인 그리고 다른 한 인물은 고독을 나타낸 듯 보였다. 따라서 주제에 대한 충실함, 소극장을 활용한 나름의 움직임 개발, 두 사람의 호흡의 조화 등은 성공적이었으나 무용창작산실 부문에 선정된 작품인 만큼 그에 대한 기대감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도 드러났다. 작품 전체를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할 자유와 주목받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고독의 반복되는 이미지는 현실을 구체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들은 고독할 자유를 찾고 고독의 힘을 느꼈을지 모르나 이를 확장하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주제가 아무리 고독을 다루고 있지만 일정 부분에서 폭발적인 힘으로 강조점을 둔다든지 접촉즉흥식의 듀엣이 각자의 고독을 잔잔하지만 증폭시키는 장면으로 그려진다든지 하는 밀도감의 부분에 대한 문제였다. 안무가 자신의 표현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좀 더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에 부흥했으면 하는 바람과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부분에서 너무 본인들에게 침잠(沈潛)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앞으로의 과제로 여겨졌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허미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