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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기대를 저버린 창작무대- ‘제8회 2015 K- Ballet World 창작발레의 밤’



 제8회 K-발레 페스티벌이 8월 15일~2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강동아트센터, 대학로 예술가의 집, 마로니에 공원 등에서 공연을 비롯한 세미나로 진행되었다.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발레의 전문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며 일반인들에게 체험과 향유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준비된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개막공연을 필두로 하여 갈라공연과 신인 안무가전, 창작발레의 무대를 펼쳤을 뿐 아니라, 세미나와 발레강좌, 발레음악회, 사진전 등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였다.


 이 시대의 주류인 창작발레 작품이 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는데, 이 무대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조주현교수가 창작한「그들이 사는 세상」과 페리댄스 컨템포러리 댄스컴퍼니(Peridance Contemporary Dance Company)의 「우레같은 침묵(Thundering Silence)」,「언제나(Evermore)」가 무대에서 펼쳐졌다.


 첫 번째 무대는 조주현발레단의「그들이 사는 세상」이란 작품으로 대중적 발레를 추구하기 위해 코믹이라는 장르를 발레에 접목시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무대로, 인간의 위선적인 모습과 우아한 모습의 상반된 성격을 풀어나간 작품이다. 이 무대에서는 발레로 훈련된 남녀무용수들의 화려한 기교로 볼거리를 제공한 점, 근육질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탄탄한 움직임으로 발레에 대한 특수성을 선사한 점, 누구나 가볍게 감상할 수 있도록 코믹한 작품으로 발레를 재탄생 시킨 점 등으로 발레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로 안무가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작품을 통한 자아모습에 대한 성찰과 삶에 대한 반성 등은 생각할 수 없는 그저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발레작품으로 끝났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프로의 무대를 기대했던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부분별로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엔딩은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 작품「우레같은 침묵(Thundering Silence)」은 인간의 침묵을 움직임으로 조명한 작품으로 페리댄스 컨템포러리 댄스컴퍼니와 페리댄스 카페지오 센터(Peridance Capezio Center)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 이갈 페리(Igal Perry)의 작품이다. 이갈 페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안무가, 발레마스터, 무용교육자로 뉴욕타임즈의 제니퍼 더닝에게서는 “축복받은 창의성”으로 극찬 받은 안무가이다. 세계적으로 극찬 받는 화려한 명성의 안무가와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무용단이라는 기대감으로 본 작품은 무대에서 보여준 섬세하지 못한 무용수의 스텝과 어설프게 전개되는 동작들, 투박한 장면의 연결 등으로 시간을 거스르는 무대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언제나(Evermore)」라는 작품은 객원 안무가 드와잇 로든(Dwight Rhoden)이 페리댄스를 위해 창작한 것으로 에너지 넘치며 기교적인, 역동적인 스타일의 작품이다. 드와잇 로든은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 중 한명”이라는 뉴욕 타임즈의 찬사와 함께 댄스 매거진에서는 포스트-발란쉰 안무, 포스트-모던함으로 고도의 발전된 미적 가치의 공연 컨셉을 반영한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작품「언제나(Evermore)」의 무대는「우레같은 침묵(Thundering Silence)」의 2부와 같이 움직임이나 구성, 이미지가 동일하게 비춰졌을 뿐 안무가로서의 차별성과 색다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창작발레의 밤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린 무대로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하는 무용수로 기억될 것 같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Jaqlin Medloc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