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nt Series1>’이 9월 4일~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 열렸다. 이틀 동안의 무대에서 9작품을 선보였는데, 4일에는 정영재의 <Festival in Love>, 박나리의 <오감도>, 김경식외 3인의 <Black Stage>, 강효형의 <요동치다>와 5일에는 이영철의 <빈집>, 배민순의 <Square Jail>, 이원설의 <이원설>, 이산하의 <Irgendwann>, 박기현의 <어둠속의 한 줄기 빛처럼>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의 취지는 발레무용수들의 잠재적인 안무능력을 발굴하여 멀티 시대에 맞는 무용수 겸 안무가를 육성하고 그들의 제2의 인생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기획된 것으로 강수진 예술감독(국립발레단 제7대 예술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공연 및 프로젝트를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과 홍보, 수정 및 보완을 거쳐 세계 무용계를 장악할 훌륭한 안무가 육성의 초석을 다지도록 한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는 뜻 깊은 공연이었다.
5일에 진행된 공연은 전반적으로 작품의미의 불투명성과 움직임의 당위성이 배제된 채, 발레로 다져진 아름다운 몸매의 남녀 무용수들이 펼치는 움직임의 잔치였다. 각기 다른 주제의 5작품이 무대에서 선보인 이날의 공연은 움직임이나 분위기가 거의 비슷하게 전개되며 마치 5막으로 구성된 한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정제되지 않은 움직임과 작품의 불확실성, 음악과 조명으로 작품을 치장한 듯 보이는 무대는 발레의 한계성을 무마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이영철의 <빈집>은 영화 <Her>의 내용을 모티브로 기억 속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였다. 그러나 전하고자 하는 안무자의 의도가 불분명해 보이고 단지 토슈즈를 벗은 상태의 발레 움직임은 속빈 강정의 이미지만을 남겼다. 배민순의 <Square Jail>은 회사원들의 ‘스트레스’를 다루며 작품을 이끌어간다. 드라마 <미생>을 아이디어로 한 이 작품은 동작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이나 동작의 의미는 별로 느낄 수 없었고, 작품의 후미에 나오는 내레이션(narration)으로 작품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원설의 <이원설>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발레의 틀에서 해방을 꿈꾸는 훈련된 무용수들의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연스런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구성된 부분이 보이며 조금 더 자연스러움으로 승화된 움직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의 무음 처리는 작품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겉도는 분위기로 다소 위험한 시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산하의 <Irgendwann>은 안무가의 외국생활에서의 감성과 계절감을 기억하며 만든 작품이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와 4명의 남자무용수의 움직임은 그림처럼 이어졌으나 장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과 남자무용수의 의미 없는 상의 탈의는 작품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박기현의 <어둠속의 한 줄기 빛처럼>은 광복 70주년을 안무의도로 내세워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며 만든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피날레(finale)를 장식하듯 음악과 출연진 등의 스케일은 웅장했으나 그에 비해 음악 편집의 미숙함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세부적인 부분, 힘의 강약 조절이 없이 연출된 부분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정형화 된 틀 속의 발레와 발레 무용수!
어찌 보면 정형화된 틀 속의 발레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예술일지 모른다. 그러나 시대의 조류를 따르기 위해 그 틀을 벗어 던지고 컨템포러리 댄스를 무모하게 흉내 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번 무대는 발레안무가의 초석을 다진다는 취지에서 매우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그 의미와 취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전개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고, 이로 인한 과정을 통해서 세계적인 안무가가 탄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국립발레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