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비평
Vol.127-2 (2026.3.20.) 발행
글_ 장지원(춤평론가)
사진제공_ 이동준
근래에 서울교방(예술감독 김경란)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올해 2월 27-28일 포스트극장에서 ‘서울교방 2인무전-화음(和音)’이 있었고 3월 13-14일에는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2026 서울교방 6인전-공화(空花), 허공에 핀 꽃’ 공연을 가졌다. 서울교방의 대표 겸 예술감독인 김경란 선생은 1991년부터 춘당 김수악 선생의 문하에서 수련하며 조갑녀, 장금도 선생에게는 <민살풀이>를 배웠고 이후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가 되어 상당 기간 실기 조교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2010년 지금의 서울교방을 결성해 전통춤 동인단체로서의 성격을 갖고 약 70여 명의 동인들과 권번춤 예맥의 전승 및 재창조에 뜻을 두고 있다. 앞선 두 공연은 김경란 선생의 춤에 자신들의 춤집이 더해져 나름의 색깔과 멋을 완성해 낸 여러 동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필자가 다룬 ‘서울교방 2인무전-화음(和音)’은 홀춤과 달리 2인무가 서로의 조화와 협력이 필요한 춤인 탓에, 그 점에서 우수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눈을 맞추며 호흡과 춤사위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드러났고 소극장 무대였기에 오히려 이들의 미세한 교감까지 파악 가능했다. 당일 출연도 병행한 강선미의 사회로 이뤄진 공연은 서울교방이 추구하는 동인단체로서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성격을 반영했다. 특별히 화려한 영상이나 무대장치 없이 진솔하게 춤만으로 공간을 채워가는 가운데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했다. 서울교방의 2인무전 ‘화음’이 갖는 의미는 한 사람의 춤꾼이 갖는 에너지보다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 증폭된 힘으로 전통과 창작, 30대부터 50대의 화합을 통해 춤으로 하나됨을 보여주었다.
<연화(連花)>는 김보라의 음악구성에 성미나와 최지은이 안무 및 출연했다. 최지은은 살풀이춤, 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이며 온나라 전통춤경연대회 예인부 금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춤꾼이고 성미나는 처용무 이수자이며 천안시립무용단 단원으로 둘 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프로그램에는 “결이 선 마른 가지는 부러진 자리마다 시간을 품고 꽃이 닿는 순간, 시간의 결이 얽혀 다음의 숨으로 이어진다. 서로를 따라 이어진 숨은 겹치고 스미며, 끝내 하나의 꽃으로 피어난다”라고 적혀있다. 連花는 끊어진 것들이 다시 이어지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구슬픈 구음과 지화를 든 최지은, 나뭇가지를 든 성미나의 춤이 느리면서도 애달픈 춤사위로 얽혀 끊김 없이 연결되면서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풍겼다. 나무와 꽃의 관계를 통해 다시금 활짝 피는 춤사위는 음의 고저처럼 두 사람의 높낮이와 강도를 바탕으로 화려하기보다는 순수하고 정갈하게 그려졌다. 낮게 깔린 포그마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후반부 지화를 풀어 살풀이 수건처럼 사용하면서 긴 천으로 서로를 연결하며 이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냈다.

<민살풀이춤(조갑녀제 김경란류)>는 수건을 들지 않고 춘다는 의미에서 민살풀이춤으로 풀이된다. 김경희가 보여준 이번 민살풀이춤은 이장산-조갑녀로 이어지는 남원권번의 고제(古制)살풀이춤을 김경란이 강건한 동편제의 맛을 살려 재안무한 작품이다. 김경희는 승전무 이수자이자 무트댄스, 한국춤협회 이사로 춤실력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특히 그녀는 민살풀이춤이 살풀이 수건을 들지 않았기에 오히려 춤사위 하나하나가 더욱 강조되어 춤꾼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여리나 내재된 강인함으로 차분하게 풀어갔다. 긴 팔선을 살려 질박한 느낌보다는 깨끗하고 꾸밈없이 정성스럽게 춤췄고, 느린 가락에서의 집중이 빠른 가락으로 변화할 때 긴장이 풀리며 자신의 실력을 더욱 발휘했다. 살포시 보이는 버선발과 어슷하게 딛고 서있는 비정비팔(非丁非八) 발디딤에서 정지된 듯 무겁게 절제된 몸짓을 보여주는 조갑녀제 민살풀이춤의 특징을 잘 살렸다.

<교방굿거리춤(김수악제 김경란류)>을 춘 김윤정은 풍류의 멋을 충분히 드러내면서 투박한 듯 하면서도 툭툭 떨어지는 맛이 일품인 휘영청 손목사위와 영남풍의 자유로운 소고 가락, 잉어걸이, 학채, 제비채 등 다채로운 춤사위로 굿거리춤의 맛을 살렸다. 그녀는 무트댄스 단원으로 그간 각종 교육활동과 공연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오갔다. 이번 김수악제 김경란류 교방굿거리춤은 진주권번 계열의 춤으로 진주 최완자의 굿거리와 김해 김녹주의 소고 가락이 더해져 김수악에 의해 형성되고 김경란에 의해 무대화되었는데, 스승인 김수악에게서 배운 흥과 맛이 특히 치마를 묶고 무대 앞에 놓인 소고를 들고 춤출 때 자유분방하고 흥겹게 구현되었다. 더불어 해학이 담긴 몸짓에서는 아직은 김윤정의 연륜이 더 쌓여야겠지만 한국춤의 요소인 한, 흥, 멋, 태를 고루 갖춘 춤의 특성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강선미와 박연주가 재구성하고 출연한 <쌍승무(김경란作)>는 경건함과 더불어 간결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대화체 북춤으로 공연에 다양성을 더했다. 강선미는 진무검무 이수자, 경기무형유산 승무, 살풀이 이수자, 한국춤협회 이사이며 박연주는 동일하게 진무검무 이수자, 평안남도 무형유산 김백봉 부채춤 이수자, 한국춤협회 이사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쌍승무>는 승무 자체가 지니는 특성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강선미와 박연주가 북을 마주하고 춤을 추다가 북을 치기도 하고 서로 교류하며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합장(合醬)과 긴장감을 담은 팔정도(八正道)의 도입부로 시선을 집중시켰고 이어진 염불, 도드리, 굿거리 속에 이뤄지는 양손 머리 윗사위, 목에 감는 사위, 뿌림사위가 장쾌한 장삼과 한삼놀음과 어우러져 작품 전체를 고조시켰다. 승무야말로 우리춤의 백미인만큼 검은색과 흰색의 승무복을 입고 대조를 이루며 유려하게 흐르는 춤을 보여주는 두 춤꾼이 따로 또 같이 춤추는 모습이 인상 깊게 각인되었다.

<논개별곡(김경란作)>은 논개를 기리기 위해 논개제에서 추어진 故 김수악 선생의 유작을 받들어 김경란이 창안한 서사적인 춤으로, 춤추는 춤꾼의 표현력이 강조된다. 특별히 제의성과 상징성이 짙은 독창적인 수건 사위가 도드라지며 마지막 장면에서 애잔함과 절제미가 최고조에 이른다. 성미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간 무용단 단원 활동으로 다져진 안정된 춤 기량으로 감정의 과잉 없이 진주 기방 계열의 수건춤을 바탕으로 남해안 무속의 색채가 더해진 수건춤을 선보였다. 논개가 지닌 상징성을 통해 춤이 갖는 비장미는 성미나의 드라마틱한 표정과 춤 곳곳에서 드러났는데, 이 작품 역시 연륜이 더할수록 감정적 깊이나 공감의 크기가 확장될 것이다.

<무·심·고(無·心·鼓)>는 현승훈, 이정석이 〈GO GO〉라는 곡명으로 작곡 및 연주를 맡았고, 국악예술학교 동문인 김윤정과 박현미가 안무하고 춤췄다. 박현미는 올 컴퍼니, 아뜰리에: 딛 대표이며 한국전통춤협회춤 대경연 명인부 은상을 받은 인재이다. 공연은 “모든 것에 마음을 두지 않으나, 지나가는 물결인 것을. 반짝이는 이 순간이 경고의 울림과 함께 찬란히 빛나다 아스라이 사라지네. 마음속 짐 모두 경고처럼 가벼이 비우며, 비워낼수록 몸짓은 가벼워지고,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지않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밝게 빛나기를”. 이 글귀에 춤의 정체성이 잘 드러났고 김윤정과 박현미는 경고를 들고 밝은 표정과 몸짓으로 환하게 빛나며 나이에 맞게 가뿐한 몸짓으로 춤을 이어갔다. 대부분 어두운 작품들 속에서 둘이 보여주는 경고춤은 동문으로서의 친근함과 연대감 탓인지 두 춤꾼이 스스로 즐기며 춤추는 모습과 감정이 관객에게도 즐겁게 전달되었다. 또한 창작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유일하게 남녀 혼성으로 춘 <남녀2인 구음검무(김경란作)>는 김경희와 박준섭이 재구성 및 출연했다.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김수악의 유작 구음에 진주검무 춤사위를 얹어 김경란 선생이 독무로 만든 작품인데, 홀춤을 기반으로 재구성해 남녀 2인무로 새롭게 시도했다. 박준섭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무용단 알티밋 정단원, 서울국제무용콩쿠르와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일반부 창작, 동아무용콩쿠르 한국무용 일반부 창작에서 수상한 인재이다. 두 춤꾼은 홀춤이 갖는 깨끗하고 흥겨운 이미지보다 남녀의 조화를 기반으로 궁중정재의 형식미, 우아한 한삼사위, 화려하고 현란한 칼사위, 소박하고 매력있는 맨손 사위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김경희는 민살풀이춤에서 보여주었던 절제를 놓고 화사하고 환하게 박준섭의 수려한 춤과 함께 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흔히 여성들끼리 보여주는 구음검무는 자주 경험했으나 남녀 2인 구음검무는 그 분위기가 달랐고, 가무악의 총체성을 지닌 구음검무의 특성을 또렷하게 그려냈다.

우리춤의 전통도 시대를 반영하며 진화한다.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살아 숨쉬는 현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변화할 때 그것 역시 전통으로 자리잡아 쌓여간다. 춤훈련을 위한 도량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서울교방에서 배출한 이번 공연의 춤꾼들은 공연 제목처럼 자신과의 마주함, 춤과의 마주함, 벗과의 마주함에서 비롯되는 조화와 화합, 어우러짐이 스며든 이곳에서 충분히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는 202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으로부터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