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문화재단 비평활성화지원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된 리뷰임.
공연리뷰
Vol.128-1 (2026.4.5.) 발행
글_ 염혜규(춤평론가)
사진제공_ 윤종현

<명가월륜>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춤꾼 윤종현이 자신의 두 스승 명가 강선영과 월륜 조흥동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획한 시리즈이다. 그 첫 번째 무대로 지난 2022년 <명가월륜1: 명가춤의 전승과 재구성>을 윤종현이 이끄는 서울경기춤연구회가 선보인 바 있다. 윤종현의 첫 스승 강선영의 춤 세계를 복원 및 재창조한 공연이었다. 강선영이 윤종현에게 춤 인생을 시작하게 한 스승이라면, 조흥동은 그 뒤를 이어 윤종현의 춤 세계를 한층 더 확장해준 스승이랄 수 있다. 윤종현 두 번째 춤 <명가월륜2: 만월의 빛>(2025.12.15.,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은 바로 조흥동의 춤을 어떻게 이어받아 재창조하는지를 보여 준 무대였다. 한편, 전통춤 공연이 어떻게 동시대의 감각에 부합할 수 있는가를 보여 준 공연이기도 하다.
공연은 초월(입춤,초립동), 반월(중부살풀이춤, 산조춤, 한량무), 만월(가무화접도)로 구성되었다. 달의 순환에 빗대어 춤이 곧 인생이었던 조흥동 춤의 궤적을 그렸다 할 수 있는데, 이는 동시에 윤종현이 그려나가는 궤적으로도 볼 수 있겠다. (프로그램 참조) 초월과 반월 사이에 윤종현이 직접 출연한 영상을 통해 두 스승과 함께해 온 길을 술회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의 춤 세계를 일궈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구성이다.


이번 공연의 두드러진 특색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유달리 강한 조형미를 보여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마치 잘 다듬어진 공예품을 보듯 춤사위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조형미를 보여 주었다. 이런 특징은 전시 공간을 연상하게 하는 순백의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로 인해 우리 전통춤 공연임에도 때때로 발레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원재료의 맛을 살려 투박함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요리가 있다면, <만월의 빛>은 다양한 양념과 재료가 정교하게 어우러진 요리에 가까웠다고도 할 수 있겠다.
초월의 시작을 알린 입춤은 그 의미를 잘 살려준 무대였다. 윤종현의 춤사위는 바로 무대 벽에 영사된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무대 위로 불러온 듯했다. 깃털처럼 가볍지만 들뜨지 않아 은은한 멋이 흘렀다.
반월의 중부살풀이춤에서 윤종현은 감정의 깊이와 절제가 어우러진 서사성을 보여 주었다. 흰 수건이 아닌 검은 수건으로 화선지 위에 붓으로 획을 긋는 듯한 구성 또한 극적 효과를 더해주었다. 중부살풀이춤과 산조춤 사이에 사랑하는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듯한 설정을 넣어 중부살풀이 춤의 서사가 한 폭의 그림 같은 산조춤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끔 한 구성 또한 돋보였다. 또한 춤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도 번민하기 쉬운 젊은 날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설정이다. 한량무는 무엇보다도 기품이 있었다 하겠다. 기백이 있되 과하지 않고 여유가 있었다. 멋을 부리지 않는 춤사위는 담백함과 단정함이 깃들어있었다. 이는 화려하지 않음에도 그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아우라(Aura)를 만들어 내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가무화접도는 부채춤과 장구춤, 진쇠춤이 따로 또 같이로 어우러진 무대였다고 할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시작한 공연이 어느덧 만개한 다채로운 꽃 잔치를 보여주었다. 전체로서도 멋진 무대였지만, 특히 장구춤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과장됨이나 화려함보다는 미려한 움직임이 인상적인 춤사위를 보여줬다.
<만월의 빛>은 춤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시도가 주목할 만한 공연이다. 플랫폼엘의 ‘플랫폼 라이브’는 일반적인 전통춤의 공연무대가 아닌 화이트큐브의 전시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벽과 바닥이 모두 순백색인 무대는 과감하면서도 감각적인 색상의 한복을 더욱 돗보이게 하며 춤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또한 절제미를 보여주는 섬세하게 구성된 미디어아트의 영상은 춤 자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만을 살려주었다. 춤과 춤 사이를 마치 서사가 있는 하나의 극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끔 한 구성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다음 춤에 대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전통춤이 낯선 관객에게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만월의 빛>은 스승 춤의 복원과 재구성에서 더 나아가 전통춤으로서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 시대의 젊은 감각에 부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더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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