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시어터 샤하르의 춤 <이상한 챔버 오케스트라>(2013,9,3-5. 토월극장)는 제목처럼 이상한 점이 많다. 우선 공연시간이 무척 길다. 8시에 시작한 공연이 10시 20분에 끝났으니 공연 팸플릿에 예고된 100분을 훨씬 초과한 시간이고 2막에 걸쳐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포함 모두 22개의 장면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구성이었다. 토월극장 무대에 40명이 출연한 캐스팅도 볼 만하다. 그 중에 포함된 10명이 넘는 음악가들은 대부분이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한 기악과 성악 엘리트그룹이다. 설치미술가(임창주), 영상작가(고주원). 화가(박철) 등 해외파 전문가들이 무대디자인과 영상작업을 위한 스태프로 참여한 것도 괄목할 만하다. 서정자, 이상만, 김명순, 김순정, 장지원 등 전 현직 국립무용단 수석과 교수, 박사들이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선 것도 특이하다. 홍보를 위한 조명도 제대로 받았다. 8월호 몸 지의 표지를 장식했고 작품소개에 이어 안무가의 메인인터뷰와 특별출연자 4명의 미니인터뷰까지 자그마치 10면의 지면을 채웠다.
안무가(지우영)가 선택한 주제는 개인의 삶, 그리고 개인들로 구성되는 사회구조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삶의 궤적을 4계절로 구분하고 개인들로 구성되는 사회를 33개의 다양한 직업군으로 비유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리더에 의해 지탱되고 조화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사회가 그가 꿈꾸는 이상이다. 지우영은 이에 가장 근사한 세계가 음악이고 예술이라고 판단한다. 주제구현을 위해서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라이브로 연주시키고 테너와 소프라노, 바리톤으로 하여금 아리아를 열창하게 한다. 충분히 창의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텍스트지만 여기에도 이상한 점이 있다. ‘코믹음악창작발레’란 표현이 무색하게 프로그램순서는 코믹함과 서정성, 진지함이 혼재되어 있다. 수호천사들의 춤이나 콜센터, 목욕탕 씬이 코믹한 춤이라면 ‘의사와 간호사’(4장), ‘동화작가와 농부’(6장)는 서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감각적인 춤이다. 반면에 서정자와 김희선의 춤(2막 2,3장)은 한없이 진지하고 김명순, 이상만(2막 7,8장)의 춤은 우울해질 정도로 서글프다. 각 장의 춤들이 특색 있고 독립적이지만 연관성이 보이지 않아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 같이 산만하고 대학원생들의 졸업발표회를 연상케 한다. 이질적인 작품 두세 개를 억지로 하나로 융합시켜 놓은 듯 부자연스럽다고 할까. 대작의 요건을 충분히 갖춘 보기 드문 공연인데도 대작이라기보다는 22개 소품들의 연대와 같은 느낌이다.
동화작가로 출연한 장지원의 춤은 인상적이다. 동화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스크린엔 그림책 내용이 영상으로 떠오르고 책을 덮고 발레리나가 된 춤사위를 따라가며 영상도 춤을 춘다. 춤추는 대로 동화가 쓰여진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붓의 움직임이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되는 서정자의 서예 춤은 영상의 또 다른 승리이다. “손 안에 물을 움키니 손 안에 달이 있고 꽃과 함께 놀았더니 옷에도 그 향기가 가득하였네.” 아리랑 곡조를 배경으로 글의 내용을 서예동작과 일치시킨 박철의 ‘한지부조회화’ 효과가 뛰어나다. 음악 메들리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낸 ‘열정의 지휘자’(1막 12장)나 신나는 볼레로 음악으로 대단원을 장식한 ‘날자 뛰자’ 등.. 이 작품엔 볼거리가 많다.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지적한다면 유명인들의 특별출연이 마케팅에 도움은 되겠지만 예술성의 훼손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이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대로 안무가의 과도한 욕심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다.
안무가의 뛰어난 음악성과 이 작품에 쏟았던 열정을 성원하면서도 코믹발레와 진지한 발레 두 개의 작품으로 나눠진 공연을 다시 보고 싶다. 사족을 하나 단다면 발레공연에서 중간 박수는 허용되지만 작품에 몰입하려는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박수소리와 응원이 내게는 가장 불쾌한 관람환경이었다.
글_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사진_ 댄스시어터 샤하르 제공
(2013.9.11 일자 서울문화투데이에 게재된 필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