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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발레장르라고 고집한 〈스노우 화이트〉는 발레가 아니었다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가 11월14일~16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그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관능적 무대, 파격적인 백설 공주, 파격의 한계를 실험한 발레 무대, 유명 의상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등등의 많은 수식어로 소개되었다. 매스컴의 위력이라고 할 만큼 객석은 만석이었고 일반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호응도 역시 놀라웠다. 그 호응도는 아마도 총체예술작품으로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부분과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무용수들의 극히 자연스런 움직임, 전공자를 배제한 듯 한 무용수들의 신체적인 분위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백설 공주를 주제로 한 이야기전개가 보여주는 편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 형식의 무대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조명과 무대장치를 이용한 백설 공주의 탄생과 성장장면은 영화를 보는 듯 자연스럽게 전개되었고, 이어 발레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궁중연희 속의 볼거리 형식을 펼쳤다. 공주의 성인식에서 보여준 무희들 움직임은 극히 자연스러운 안무를 통해서 관객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왕비와 거울의 대화 장면, 왕비가 고용한 사냥꾼과 숲속의 공주, 탄광촌의 일곱 난쟁이, 노부인으로 위장한 왕비가 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이는 장면, 왕자로 인해 살아난 공주, 결혼식장면 등이 전개된다. 공연에서의 무대장치는 안무가와 의상디자이너의 이름만큼 스케일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막강함을 드러냈다. 막이 오르면서 보여주는 모든 장면의 스케일이 거창했지만 특히 숲속 장면에서는 마치 숲속을 무대에 옮겨놓은 듯하였고, 탄광촌의 일곱 난쟁이가 펼치는 무대는 장치와 서커스의 결합으로 놀라운 광경을 구사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했던 발레무대와는 다른 무용수들의 신체적인 요건과 움직임의 생소함에 당황스러웠고 겉치레의 의상으로 움직임은 제한적이고 의상만 보고도 성격파악이 되는 것으로 무용수들의 표현은 뒷전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것이 과연 발레무대인가, 어떠한 점이 발레무대라고 광고하게 하였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안무가 앙쥴렝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그는 이 작품의 장르를 컨템포러리(현대) 로맨틱 발레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작품에 출연하는 다양한 24명의 무용수들을 모두 아울러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그의 견해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은 발레 장르가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혼탁해지지 않고 클래식 발레 그 자체로 존재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는 현대적 감각의 음악과 움직임, 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의상,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무대장치와 일곱 난쟁이가 보여주는 기교,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무용수들과 그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움직임 등으로 일반대중을 매료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 무용이라는 편견을 파괴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무용공연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공연이었다. 그러므로 대중화를 겨냥한 총체예술작품 <스노우 화이트>는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하는 무대를 위해 다양성을 추구한 무대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느 발레작품의 파 드 되(Pas de deux)에서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공주와 왕자의 2인무는 전반부의 화려한 장면을 무력하게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발레공연이라고 설명한 안무가의 의견과는 다르게 스노우 화이트는 발레작품이 아닌, 단순히 대중화를 겨냥한 총체예술작품이었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현대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