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이 있었던 무용원의 개교가 20주년을 맞이하여 10월 14일~19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기념공연을 열었다. 전문무용수 육성 교육기관으로 출현한 무용원의 20년은 이제 그 결실을 보여주듯 한국의 무용수들이 해외 유수(有數)의 무용단체에 입단, 한류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무대는 졸업생 갈라 공연과 재학생의 공연, 세계무형문화재 초청공연으로 구성되었다.
15일의 졸업생 갈라 공연은 발레와 한국무용, 현대무용 졸업생들의 무대였다. 첫 번째 작품은 김재덕 안무의 <Temperature>로 뜨거움과 차가움을 몸으로 표현하는 주제로 남자무용수 2인이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훈련된 무용수의 날렵하고 현란한 동작은 이 시대를 대변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이어진 발레 무대는 홍향기와 김태석의 <La Bayadere Act 1>의 Pas de Deux로 편안한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발레리나의 안정된 발목은 발레를 보면서 매번 긴장하게 되는 순간에서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지는 한국무용 안덕기의 <招舞>는 여전한 한국무용의 무대였다. 이혜린과 신호영의 작품 <Ieesaar the company repertoire>는 가가테크닉을 기반으로 신체를 이용한 창조적인 움직임을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였다는 내용에 비해 비호감적인 무대였다. 황환희의 <Social body>는 마치 던컨학교 스타일의 움직임으로 구시대적인 무대로 보였다. 반면 김재승과 장혜림의 <서린 숲>은 동작연구와 콜라보레이션의 창작성이 엿보인 무대로 오랜만에 심오한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김판선의 <About axis>는 움직임보다는 음악효과를 노린, 다소 지루한 실험무대였다. 정승희 안무, 조재혁과 박혜지 출연의 <물 위에 쓴 시>는 시적 무대이기는 했으나 다소 진부하고 움직임이 흩어지는 형태를 보여주어 작품 몰입을 방해했고, 아름다운 음악마저 간과되는 작품이었다. 이동탁과 이용정, 심현희의 <Paquita grand pas de deux>로 볼거리는 제공하였으나 졸업생으로서의 기품과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김동규 안무의 <MAUM>으로 역동적인 남자들의 움직임, 반복적인 비트의 단순한 움직임 속에서 마음을 동요시키는 무대였다.
18일의 재학생 공연에서는 조주현 안무의 <Love or Hate it>으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21세기 초반의 댄스 컬을 연상시킨 이번 무대는 발레 컬의 등장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러나 댄스 컬에 비해 장면 연결의 부자연스러움과 무대와 관객의 괴리감, 산만한 무대구성, 어설픈 클라이맥스 등은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안성수 안무의 <전통의 재구성(방아타령편)>은 서양 클래식음악과 한국 고유의 전통음악을 시각화 한 내용으로 한국무용의 팔 사위와 호흡을 이용한 무게이동이 움직임의 전부였다. 의외로 단순한 움직임과 무대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할 여유를 주었고, 무용수 신체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한국의 것을 그대로 재현시켰다. 전미숙 안무의 <A trip to nowhere>은 단순한 동작에서 풍기는 심오한 이미지와 분할 된 무대구성을 통한 시공간의 분리,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음악과 동작에서의 악센트는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어 극적 효과를 발휘하여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무용원 20년의 족적을 펼치는 이번 공연은 외국에 진출한 졸업생들의 축하메시지를 시작으로 졸업생과 재학생, 무형문화재 초청공연 무대로 장식하였다. 재능 있는 인재들을 선발하여 교육시켜 세계무대에 진출시킨다는 취지하에 성장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앞으로 보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실을 기하는 전문무용수 육성 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