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대중성에 초점을 두고 젊은 감각과 실험성을 더한 안무가 조주현에 의해
안무자는 클래식 발레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작업을 시도해 심오하고 철학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는 두려움, 긴장, 열정, 사랑 등의 감정에 물음표를 던진다는 의도를 피력했다. 그러나 필자가 느낀 것은 내용이나 주제 면에서 발레의 고정관념을 넘어서고자 한 것인지 움직임 어휘를 통해 고정관념을 넘어서고자 한 것인지 명확치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을 모두 취하고자 하다 보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서이다. 보편성을 지닌 소재에 세련되고 감각적인 안무를 더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60분의 공연은 조용한 음악의 흐름 속에 오케스트라피트에서 소형 카세트를 들고 나온(서포트만 입은)남성이 섬세한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전형적 발레 테크닉이 아닌 뒤틀린 몸짓으로 서막을 열었다. 이후 무음악 속에 비닐 치마를 두른 남성들의 춤, 기계음과 부조화를 보이며 왈츠를 추는 커플들, 처음에는 흰색으로 나중에는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색깔에 따라 특질을 달리한 듀엣과 군무가 뒤따랐다. 후반부 피날레는 클럽을 연상시키는 음악과 조명 속에서 여성 무용수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상태로 에너지를 분출했다. 물론 곳곳에 담긴 클래식 발레의 조형미와 이와 상반된 해체 형식, 무대를 다양하게 분할하는 조명, 무용수들의 탄탄한 기량과 뛰어난 표현력, 다채롭게 사용된 음악 등이 더해져 이색적인 공간을 완성한 점은 인정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여성 무용수들의 재기발랄함과 아우라에 비해 남성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피곤에 지친 듯 가볍지 못하고 불안해 보였으며 여성 무용수들도 불안정한 싱코페이션(syncopation)에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들은 자연스럽지 못한 경향이 있었다.
컨템포러리 발레의 예술성과 대중화를 지향하며 발레기술의 진화와 움직임 접근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이 전달되었지만 발레에 대한 대중들의 벽을 깨는 것은 물 흐르듯 스며들어야 했다. 항상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예술계에 예술성이 확보되면 대중성은 자연스럽게 수반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보고 싶다. 물론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breaking the mold"가 아니라 "shaking the mold"인 것처럼 실험성에 주목한다면 이번 신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장해가는 한 명의 안무자 조주현을 보게 될 것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조주현댄스컴퍼니 제공 ⓒ최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