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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묻어난 무대, 대중적 고려도 필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초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대표 김희철)이 2022 예술단 세 번째 정기공연 <초월>을 18-23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가졌다. 이번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2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 생태계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과 김윤수무용단, 연희집단 The광대가 함께 했다. 다양한 전통예술의 총체인 전통연희극 단체를 지향하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은 김윤수라는 컨템포러리 한국무용가와 그 무용단, 연희의 특성을 잘 살려낸 연희집단 The광대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정동극장이 아닌 국립극장에서 또 다른 공간감을 갖고 기존의 색깔과는 다른 인상을 주었다. 신작 <초월>은 한국인의 초월적 미의식과 세계관을 진중하게 다루면서 무게감이 더해졌고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안무와 흥겨운 연희가 어우러졌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무명(無名)의 한 광대가 있고 비록 종이로 만들어진 인형이지만 그가 함께 춤추며 자식처럼 아끼는 종이 무동이 있다. 현실 세계 광대의 그림자이자 동시에 무의식의 주인인 그림자 광대 여명(黎明)이 현실 세계의 광대가 자식처럼 아끼는 종이인형에게 살아 숨 쉬는 생명을 주기 위해서 그 인형의 그림자이자 인형에 깃들어있는 존재인 무동과 함께 깊은 무의식의 세계 초월의 세계로 밤 여행을 떠난다. <초월> 작품은 이렇듯 조그만 광대 인형이 한국적 미의식을 지닌 존재로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이에 동화되며 내면에 잠재된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70분 공연은 8개의 장을 세 안무가와 The광대의 대표 안대천이 나눠서 안무하는 형식이었다. 각 장면마다 구체적인 캐릭터의 설정과 한국적 정서를 풍부하게 담아낸 춤이 뒤따랐다. 땅줄춤과 오광대의 놀이, 재주, 버나, 부포춤, 농악무, 학춤의 변용 등 다채로운 춤의 향연과 각종 연희, 소리의 하모니는 스펙터클하고 인상적인 이미지로 공간을 채웠다. 이는 장면구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방증으로 정동극장의 정체성을 드러낸 부분이기도 했다. 특히 권교혁과 방가람이 함께 안무한 4장 ‘초월’은 짧은 시간이지만 빛과 색, 음과 양, 흑과 백으로 표현되면서 남 여 중심 무용수와 군무들의 장면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출연해 좌중을 압도했다.




‘초월(超越)’이란 “어떠한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음”, 실존철학에서는 “무자각적인 일상적 존재의 입장에서 철학적 자각의 입장으로 넘어서 나아가는 일”을 의미한다. 즉, 자각으로의 이행인 초월은 작품에서 땅과 하늘,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듦을 의미한다. 제목 <초월>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품은 추상적 주제를 절제된 서사와 감각을 자극하는 초현실적 구현으로 표출했다. 평소 김윤수무용단은 정적이고 밀도 있는 추상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체 구성에서 김윤수무용단의 표상만, 권교혁, 방가람이라는 신세대는 장면 곳곳에 그들의 감성을 담았다. 반면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은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부분이 특징이었다. 이는 어찌 보면 정동극장이 위치한 지역적 장소성을 반영하는데 정동길과 덕수궁, 미술관 주변인 관계로 외국인들도 많고 정취를 즐기는 일반 관객들도 많이 오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볼거리와 한국적 이미지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보여주기 식의 전개는 많이 중화되었고, 절제되었다. 


무대조명은 단순하면서 효과적이었다. 음악은 연희집단의 타악 연주 이외에 전자악기를 이용한 실험적인 음악이 사용되었고 그로인해 더 현실이 아닌 느낌을 조성했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은 그간 무용극이 주였고, 그 장르의 특성상 메시지 전달을 위해 부득이 춤과 연희가 보조적 표현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초월>에서는 춤과 연희가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서사와 그 전면에 춤과 연희, 소리와 움직임이 핵심 주제가 되었다. 그리고 움직임과 서사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조금은 내려 두고 은유적, 상징적 춤과 연희의 본래의 모습을 시공간에 집중적으로 묘사하여 장면을 구성했다. 따라서 무용단원들의 진정성 담긴 춤과 타악 단원들의 순수한 몸짓이 인상적이었다. 세부적으로 현실세계의 인물과 성격이 다른 무의식 초월 세계 존재들의 움직임은 본질적이고 원초적이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구현되었다.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초월>은 작품 속에 한국춤과 연희가 지닌 낙관적이며 자연주의적인 세계관이 장구한 세대를 초월하여 전승되고 개인을 넘어서 후대로 이어져 우리의 정체성의 일부가 됨을 그려냈다. 이를 위해 우리만의 춤과 연희를 엮어 그 의미를 되살피고 현재의 지난한 삶에 위로가 되기를 희망했다. 무의식과 현재의 교차, 한국춤과 연희가 지닌 낙관성, 자연친화적 세계관을 다룸에 있어 영상과 오브제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되었고, 특히나 몸의로의 회귀, 그에 따른 진지한 접근과 질문이 담겨 있는 <초월>은 오랫동안 이러한 주제와 작법의 작품을 갈망해온 단원들의 마음을 담았다. 




<초월>은 감각적인 안무, 따듯한 정서와 스토리라인을 명확하게 보여줄 미장센과 진심을 담은 무용단원들의 노력이 빚어낸 무대가 그간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이 제공했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공연이 반가우면서도 난해한 주제와 움직임이 일반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무용과 연희의 구분이 명확해 연결성이 떨어지는 점도 엿보였기에 이를 조화롭게 이어가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럼에도 색다른 시도를 통해 동시대성을 확보하고자 한 국립정동예술단의 과감한 방향설정이 예술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아 발전해가는 계기가 되었음에 분명한 시간이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국립정동극장 예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