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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과 반복 속에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그리다: 〈CODE-강강:술래〉

판댄스컴퍼니(예술감독 이미영)의 〈CODE-강강:술래〉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우수작품 선정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의 일환으로 9월 16일 국립중앙박물관 용 극장에서 있었다. 판댄스컴퍼니는 ‘한 판을 벌인다’는 의미와 한국 춤을 통해 다 함께 춤판을 벌이자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번 공연은 창단 목적에 부합하는 구현의 장이었다. 2009년 이미영 교수가 판댄스컴퍼니를 창단한 이래 단체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자산인 한국 춤의 퍼포먼스와 교육에 초점을 두고 융복합 시대에 필요한 춤 네트워크 구축, 한국 춤의 보존을 위한 다분야의 콘텐츠 개발, 우리 춤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움직임 어법을 재창조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물인 이길현·장민혜 공동안무의 〈CODE–강강ː술래〉 공연은 이미 이전 공연을 통해 강강술래의 원형에 대한 연구와 현대적 재해석의 측면을 보여주었지만 새로운 변화를 꾀해 더욱 동시대적인 감성을 배가시켰다.


 


작품은 공간 속에서 강강술래를 통해 그 안에 내포된 놀이성, 순환성, 여성성, 상징성 등 다양한 특성을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 연결 지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강술래로 은유하고, 원형이 완성되기 위한 그 안의 작은 점들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감정과 관념으로 직조했다. 인간의 삶은 수많은 점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원으로 끊임없이 반복하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유기적 구조를 지녔다. 이러한 한국적 정서를 정적이다가 역동적이며 폭발적인 에너지로 확산시키면서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 과거의 강강술래가 담고 있던 춤사위는 현재의 움직임으로 변형되면서 그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CODE–강강ː술래〉는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삶은 순환과 반복이다”, 2장 “그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실제이기도 하고 허상이기도 하다”, 3장 “또, 실제와 허상의 순간이 어긋나거나 연결되는 것이 곧 춤이다”로 전체의 서사를 이어갔다. 강강술래가 펼쳐지는 공간의 중심이 되는 오브제인 달은 차고 기울어지고 다시 차오르는 순환과 반복의 상징이었다. 안무는 1장 “삶은 순환과 반복이다”의 주제에 부합되게 연속적으로 돌아가는 ‘팽이 놀이(spinning top)’를 통해 반복적인 순환으로 우리의 삶을 이미지화했다. 한국적인 팽이 놀이가 친숙하게 느껴지면서도 코드 ‘강강술래’를 입력하면 나타나는 영상은 코드가 보편화되어가는 오늘날의 현상을 담아 현대적으로 표현되었다. 네 명의 무용수는 사각의 형태를 유지하며 움직이고 이후 등장한 군무진들은 지향점을 향해 전진한다. 이들이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냈고, 원형의 형태를 만들며 다채로운 순간을 완성해갔다. 


 

 


2장 “그 속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실제이기도 하고 허상이기도 하다”에서는 태어나고 죽는 것을 회전하고 순환하는 원형의 이미지로 바라보고, 순간순간 삶을 구성하는 상황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군무 속 무용수들은 너무나도 정열적으로 단절과 반복을 거듭하는 움직임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부각시켰다. 강강술래 속에 여러 움직임을 반영하면서도 그 특성 중 핵심인 유희성, 즉흥성, 리듬성을 증폭시켰다. 이인무로 삶 속에서 사람들이 마주하는 감정과 상황을 그려내기도 하고, 1장과는 다른 군무를 바탕으로 무수히 많은 요소와 마주하는 순간을 다루기도 했다. 전체를 이끌며 타인을 관찰하는 듯한 한 명의 무용수는 그의 눈을 통해 세상과 맞닿는다. 거친 호흡, 강도를 더해가는 리듬, 흥겨움과 노여움의 감정이 교차하면서 우리는 성장해 간다.



3장 “또, 실제와 허상의 순간이 어긋나거나 연결되는 것이 곧 춤이다”에서는 아크릴 상자, 무수한 흰 공 등의 오브제를 통해 삶의 틀, 실제와 허상이 교차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집약을 상징했다. 춤으로 풀어내는 실제와 허상의 순간은 백색유희로 구현되는 공간 속에서 공을 통해 끊임없이 튕겨지고 구르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공처럼 우리의 모습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고, 공을 최대한으로 들어 올렸다가 한 번에 떨어뜨리는 모습은 내려놓기의 단면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CODE–강강ː술래〉는 요즘 유행하는 한국 춤과 다소의 간극이 있다. 물론 현대성을 장착하기는 했지만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전통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눈길을 끌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우수작품에 선정될 만큼 전통성과 한국적 정서를 담고, 안무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군무진들(김도은, 홍수정, 박미정, 장이정, 정도이, 김지효, 정미애, 박차희, 김은주, 장준기, 장지영, 러단, 진상의의, 김시은, 제지나, 이유림, 이수아)의 진정성을 담은 춤이 조화를 이뤄 빛을 발했다. 또한 강강술래의 주제와 의미를 잘 살린 연출, 음악감독 양용준과 조명감독 노상민의 조력도 작품의 발전적 변화에 기여했다. 결국 우리는 〈CODE–강강ː술래〉 속에서 순환, 반복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보았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판댄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