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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몸에 대한 탐구, 침몰된 개념: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국립현대무용단이 2022년 시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올해 첫 공연으로 4월 1-3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 <몸쓰다>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안무가 안애순의 신작이다. 안애순은 80년대부터 활발히 활동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수많은 작품을 통해 컨템포러리 댄스의 선두주자로서 활약했다. 새로운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안애순은 이번에는 몸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따라서 <몸쓰다>는 무용수들의 신체에 깃든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춤으로 그려내고자 했다. 그녀는 스스로 얘기했듯 코로나19라는 현실 속 몸을 잃어버린 시대, 고민과 질문을 담은 무대, 춤과 무대의 전형성에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몸쓰다>의 안무 의도는 “몸을 쓰다”라는 문장을 ‘애쓰다’처럼 하나의 단어로 생각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쓰다’는 쓰다(Writing), 사용하다(using) 뿐 아니라 읽다(Reading), 해석하다, 소진하다, 남용하다, 도구화하다 등 여러 의미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안무 작업 속에서 다양한 몸의 언어를 만나고 구현했던 그녀가 <몸쓰다>에서는 안무가로서 지금까지 고민해 왔던 몸에 대한 질문을 토대로, 11명의 무용수들(강진안, 최민선, 조형준, 서일영, 강호정, 정재우, 박선화, 서보권, 박유라, 김도현, 도윤승)이 서로 다른 신체, 서로 다른 움직임 어휘로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특히 작품 전반을 무게감을 갖고 이끈 조형준과 최민선의 가늘고 긴 춤 선에서 나오는 분절적인 춤이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실질적으로 <몸쓰다>는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와 감각적인 조명, 음악이 신체 움직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스펙터클한 공연으로 완성되었다. 기존의 변화 없이 고정된 무대와는 사뭇 다르게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 점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변화가 잦아지면서 피로감이 느껴졌고 초반부의 신선했던 움직임이 안무가의 이전 작품들과 오버랩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무용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이해하기 힘든 접근이었지만 기호화된 몸이 써 내려가는 지워진 감정과 기억을 전한다는 전제는 많은 생각을 담고 있었다.

 


  

좋은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다가와야 한다. <몸쓰다>는 ‘몸쓰다’라는 의미를 확장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개념에 침몰해 오히려 몸의 순수함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기호로서의 몸은 기표와 기의라는 이중적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번 작품은 기호의 언어적 유희의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머리로는 깊은 사고를 요했지만 마음으로는 감동적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우수한 작품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즌을 시작하려는 의도를 알기에 안애순 안무가의 작품을 선택한 점은 현명했다. 그렇기에 이후의 공연에 있어서는 색다른 선택과 시도를 통해 중견 안무가의 안정감과 신진의 패기가 함께 어울리는 무대를 기대해볼만 하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국립현대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