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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인간 내면에 관한 진솔한 사유: 김민우 <상냥한 호소>

2022 제36회 한국무용제전이 4월 17-29일 ‘춤, 사유의 발견’을 모토로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이번 무용제전에는 서류 심사를 통해 대극장 8개 팀과 소극장 12개 팀이 출전했다. 경연부문에서 본공연이었던 대극장 부문은 치열한 경쟁 끝에 김민우의 <상냥한 호소>(4.22.)가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안무자 김민우는 청주시립무용단원으로, 자신이 대표로 있는 DAN ART COMPANY의 작품 <상냥한 호소>의 안무를 맡아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이미 전국대학무용경연대회 대상(문화부장관상), 21세기 우수인재상(대통령상),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창무드림 프라이즈 ‘우수작품상’ 선정, 전국무용제 은상 수상,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SCF- 핀란드 초청작 안무 등 화려한 이력을 가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직접 출연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성들로만 구성된 작품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상냥한 호소>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문제로부터 출발해 존재적인 측면으로서의 본인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고자 의도했다. “마치 빛바랜 종이 한 장을 볼 때 우리의 지난 인생과 닮은 듯 회상하고, 힘든 겨울의 시기를 거쳐 월동하듯 또다시 봄을 기다리고 꿈꾸며 살아가는 자연적이고 반어적인 인생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라는 그의 말처럼 ‘무용수들의 모습은 자유롭지만 삶이란 상냥한가?’라는 질문에 처절하게 답하고 있었다. 김민우가 펼치는 자신만의 무대미학은 심플하면서도 압축적이고, 흐름은 생기 있고 입체적이었다. 다만 의자 장면은 작품의 전체 구성에서 선택적으로 제거해도 좋을 부분으로 생각되었고, 밀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했다. 

 

 


 

7명의 무용수들(최유민, 김민지(A), 이정연, 임시애, 최운, 신연수, 김민지(B))은 여성적 감성을 물씬 풍기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특히 조안무를 맡은 최유민은 가늘고 긴 선을 사용한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몽환적인 표정과 뛰어난 표현력을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연출에 있어서 화려한 영상이나 조명, 웅장한 음악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제목이 의미하듯 호소력 있는 몸짓을 보여주었다. 상냥하지만 응집된 내면의 힘을 지니고 다가 온 그들의 이미지는 반어법적인 표현으로 압도적인 중압감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하면서도 반복적인 움직임들은 파격적이면서도 흡입력을 지녔고, 엮이고 풀리는 구조 속에서 현대적인 춤사위는 한국춤에만 제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펼쳐졌다. 한국춤의 재구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상냥한 호소>는 스토리텔링 없이 춤에 집중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외적인 측면보다 인간의 내적이고 심리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김민우 안무의 힘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사유의 발견이라는 추상적 모토 때문인지 방대한 내용을 담은 여타의 작품들처럼 이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도 방대했지만 우리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깊은 여운과 잔상을 남기는 것은 그가 추구했던 방향과 무용수들의 훌륭한 기량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활동하며 중앙으로 영역을 넓힌 김민우의 등장은 실력만 갖췄다면 어느 곳에 있든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였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한국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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