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정체성을 가진 부산 춤판의 선물 같은 무용가 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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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작가

Vol.117-2 (2025.5.20.) 발행

글_ 이상헌(춤평론가)

사진제공_ 신상현

무용 공연은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많다는 의미는 숫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까지 포함한다.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직접 춤을 추는 춤꾼과 각 분야의 공연 스태프가 힘을 보탠다. 공연 스태프는 각자의 기술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스태프의 수준이 공연의 질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태프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무용 공연은 조명이 중요한데, 무용수의 신체와 움직임을 극적으로 강화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의 무용 공연 조명 대부분은 연극 조명에 가깝다.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무용 공연에 특화한 조명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무용가가 조명을 디자인한다면 연극과 다른 조명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신상현은 현직 무용가이면서 조명감독이다. 정말 흔치 않은 존재이다. 부산에서 유일하고 우리나라를 통틀어도 손꼽을 수 있지 싶다. 수많은 부산 무용 공연의 조명을 맡았고, 수십 편의 작품에 무용수로 출연했으며, 다수의 안무작도 있다.

신상현은 자신이 춤추며 살아온 여정을 담백하게 말했다. 어린 시절 여느 청소년들처럼 연예인을 동경해 그들을 따라 하며 놀다가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에 매료되어 연기와 춤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능이 생활의 전부가 되었다. 청소년기는 온통 춤을 추고 배우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체계 없이 열중한 나머지 피로도가 높았고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허리 부상으로 수술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 수술 후 2년간 재활을 거쳐 지금까지 춤을 추고 있다고 한다. 부산예술대학 연기과에서 연출을 공부하고 다시 동아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한 이력만으로도 춤 수련 과정이 독특하고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의 대답은 “어린 시절 (춤추는 일에) 소위 (심신을) 갈아 넣었습니다.”라는 짧고 간결한 말이었다. 지나온 시간은 현재의 바탕이다.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가 춤으로, 안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용가들은 인터뷰에서 춤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매우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신상현은 달랐다. 과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낸 것 같이 말한다. 아마도 그의 말처럼 과거에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갈아 넣어 얻은 것이 현재이고 현재의 자신에 과거가 투영해 있기에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상현은 2004년 제13회 전국 무용제에서 대상을 받은 〈벼랑 끝에서〉(김은이 안무)에 출연한 후 이듬해 APEC 특별기획공연 〈부산아리랑〉에서 주역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의 기량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를 증명하듯 동아대 동문 춤패 ‘한국 춤 모임 짓’ 정기 공연 〈햄릿 혈의 군주〉(2006)를 안무하였고, 연이어 〈얼어붙어 분열하는 덩어리〉(2007), 〈6月의 Requiem〉(2008)을 안무하였다. 20대 중반에 매년 안무한 경험으로 새 물결 동인 춤 모음 전 〈햄릿=i〉(2009), 생명 춤 페스티벌 〈오늘의 날씨〉(2011), ‘신상현과 춤 나누는 사람들’ 〈밀크캐라멜〉(2012)을 안무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부산 무용 판에 존재감을 다진다.

본격적인 활동을 동인 춤패 ‘짓’에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에게 무용가로서 큰 영향을 준 존재는 현재 대구시립무용단에서 활동하는 신승민 무용가이다. 신승민은 부산 현대무용의 전설적인 춤 단체 ‘M-note’의 중심인물이었다(‘M-note’에 관해서는 다른 기회에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당시 ‘M-note’에서 활동한 무용가들을 묶어 ‘M-note 동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M-note’는 활동 당시에 부산 춤판에 핵심적인 존재였다. 다른 춤 단체처럼 ‘M-note’도 여러 부침을 겪으며 여러 사람이 들락거렸는데, 지금까지 ‘M-note’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신승민, 박재현 등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무용가가 있어서이다. 신승민은 ‘M-note’ 활동 후반부까지 동료 춤꾼들의 구심점이었고, 그의 춤과 예술적 견해가 동료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신상현도 ‘M-note’의 멤버였고, 신승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M-note’가 해체 아닌 산회가 된 후 부산의 남성 춤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찾아 활동을 모색하였고, 신상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부산 거리 춤 축전-유체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초청작 〈중력의 무게〉(2017), 같은 행사에서 공연한 〈송구하오리다〉(2018)를 안무하였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휴지기를 갖다가 〈그리하여 능청이다〉(2022)를 공동 안무하고 출연하였다. 이어 영남 춤 학회 제5회 백결공연 〈말뚝이 vs 말〉(2023)를 안무하였고, 〈길을 잃다〉(2023, 안무 허경미)에 주역으로 출연하였다. 2024년에는 부산현대미술관 기획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展에서 〈욕망하는 장소: 표류하는 지표들〉을 공동 안무하고 출연하였다. 신상현의 활동은 춤에서 그치지 않았다. 연극을 공부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여러 무용 공연 조명을 맡아왔다. 신인급 안무자들이 연출과 안무까지 의논할 수 있는 무용가 출신 조명감독이 되었고, 중견 안무가에게는 무용 작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조명감독이 되어 주었다. 현직 무용가면서 조명감독이라는 독보적 위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역할이었다. 부산의 많은 무용가가 그에게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신상현은 뛰어난 춤꾼이며 조명감독이다. 그는 작은 움직임에도 깊은 성찰을 담는다. 자기 춤이 그러한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안무자의 동작을 소화하는데도 단순히 움직임을 익히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 결과 무대에서 그의 움직임은 깊고 풍성하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은 연극적 요소를 춤 작품에 잘 녹여 낸다는 점이다. 무용 작품에 맞는 연출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무용 연출을 연극 연출가가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미묘한 균열이 나타난다. 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연극적 메소드를 적용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신상현의 안무작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균열이 생길만한 장면에서 춤으로 절묘하게 메꾸어 무용 작품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춤으로 모자라는 메시지 전달과 탄탄한 구성력을 연출 기법으로 보강한다.

최근 들어 부산 춤판이 겪는 어려움이 다면화하고 있다. 현실에 한참 모자란 지원, 극장과 무용수 부족 그리고 능력 있는 스태프 구하기가 어려운 점 등이 안 그래도 힘든 무용가들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든다. 이런 현실에서 부산 춤판에서 신상현의 존재가치는 높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시골에 가서 작은 극장을 운영하고 싶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무용가와 조명감독이라는 그가 두 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꿈이라는 생각을 했다. 얼핏 소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원대한 꿈이다. 간섭 없는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꿈은 절대 작은 꿈이 아니다. 그가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부산 춤판에 좀 더 선물해 주기를 바란다.      

전세계의 독자들을 위해 '구글 번역'의 영문 번역본을 아래에 함께 게재합니다. 부분적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Please note that the English translation of "Google Translate" is provided below for worldwide readers. Please understand that there may be some errors.

CHOREOGRAPHER

Vol.117-2 (2025.5.20.) Issue

Written by Lee Sang-heon (Dance Critic)

Photo provided by Shin Sang-hyun

Dancer Shin Sang-hyun, a gift of the Busan dance scene with a unique identity

Many people participate in dance performances. The meaning of many includes not only numbers but also various roles. Dancers who directly dance and performance staff in each field contribute their strength until a performance goes on stage. Performance staff members each have their own technical expertise, so much so that there is a saying that “the level of the staff determines the quality of the performance.” Lighting is important for dance performances because it has an absolute impact on dramatically enhancing the dancers’ bodies and movements. However, most of the lighting for dance performances in Busan is similar to theatrical lighting. Some say that the difference is not great, but anyone who has seen lighting specialized for dance performances even once can tell the difference. If dancers design the lighting, they can create lighting that is different from that of a play, but such cases are extremely rare. Shin Sang-hyun is a professional dancer and lighting director. He is truly a rare person. He is the only one in Busan and one of the few in Korea. He has been in charge of lighting for numerous Busan dance performances, appeared as a dancer in dozens of works, and has choreographed many works.

Shin Sang-hyun candidly talked about his journey of living through dancing. As a child, like any other teenager, he admired celebrities and played around imitating them. Then, he became fascinated with dancing, singing, and acting, so he went to an academy where he could learn acting and dancing. Then, naturally, entertainment became his entire life. During his teenage years, he spent all his time dancing and learning. However, because he was so passionate about dancing without any system, he suffered from high fatigue and frequent injuries. Eventually, he had to have surgery for a back injury. After the surgery, he underwent rehabilitation for two years and is said to be dancing to this day. Just from the fact that he studied directing at Busan Arts College and graduated from Dong-A University’s Department of Dance, we can guess that his dance training process must have been unique and difficult. His answer was short and concise: “I put my mind and body into dancing when I was young.” The time that has passed is the basis of the present. This is because the process he has gone through is expressed in dance and choreography. That is why dancers talk about their dance from the beginning to the present in great detail in interviews. Shin Sang-hyun was different. He speaks as if he has let the past go by without much thought. Perhaps it is because, as he says, he has ‘put everything into’ the past. The present is what he has put everything into, and since the past is projected onto his present self, there is no need for a long explanation.

Shin Sang-hyun appeared in 〈At the Edge of the Cliff〉(choreographed by Kim Eun-i), which won the grand prize at the 13th National Dance Festival in 2004, and then played the lead role in the APEC special performance 〈Busan Arirang〉 the following year. This means that his skills began to be recognized from this time. As proof of this, he choreographed the regular performance of the Dong-A University alumni dance group ‘Korean Dance Group Jit’, 〈Hamlet Blood Lord〉(2006), and subsequently choreographed 〈Frozen and Dividing Mass〉(2007) and 〈June’s Requiem〉(2008). With his experience of choreographing every year in his mid-20s, he actively choreographed the New Wave Dance Group Exhibition 〈Hamlet=i〉(2009), the Life Dance Festival 〈Today’s Weather〉(2011), and ‘People Who Dance with Shin Sang-hyun’ 〈Milk Caramel〉(2012), solidifying his presence in the Busan dance scene.

It can be said that he began his full-fledged activities with the Dong-A University alumni dance group ‘Jit’, and the person who had a great influence on him as a dancer was dancer Shin Seung-min, who is currently working with the Daegu City Dance Company. Shin Seung-min was the central figure of the legendary Busan modern dance group ‘M-note’ ​​(I will explain ‘M-note’ ​​in detail on another occasion). I think the dancers who were active in ‘M-note’ ​​at that time should be collectively called ‘M-note Dong-in’. To that extent, ‘M-note’ ​​was a key figure in the Busan dance scene at the time. Like other dance groups, ‘M-note’ ​​went through many ups and downs and many people came and went, but the reason why ‘M-note’ ​​is still mentioned is because of dancers such as Shin Seung-min and Park Jae-hyun who showed outstanding performance. Shin Seung-min was the center of fellow dancers until the latter half of ‘M-note’s’ activities, and his dance and artistic views had a profound influence on them. Shin Sang-hyun was also a member of ‘M-note’ ​​and could not help but be influenced by Shin Seung-min.

After ‘M-note’ ​​was disbanded rather than disbanded, male dancers in Busan each sought to find their own independent roles and activities, and Shin Sang-hyun was no different. He choreographed the Busan Street Dance Festival-Fluid City Making Project invited piece 〈Weight of Gravity〉 (2017) and 〈I Feel Sorry〉 (2018) performed at the same event. After that, he took a break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nd co-choreographed and performed 〈So It's Nungcheongida〉 (2022). He then choreographed the Yeongnam Dance Society's 5th Baekgyeol Performance 〈Malttugi vs. Mal〉 (2023) and played the lead role in 〈Getting Lost〉 (2023, choreographed by Heo Kyung-mi). In 2024, he co-choreographed and performed 〈Place of Desire: Drifting Indicators〉 at the Busan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s planned exhibition 'This is not Busan. Tactical Practice'. Shin Sang-hyun's activities did not stop at dance. Having studied theater, he has been in charge of lighting for various dance performances from an early age. For rookie choreographers, he became a lighting director who was a dancer and could discuss direction and choreography, and for mid-level choreographers, he became a lighting director who understood dance works better than anyone else. If he were not a professional dancer and a lighting director, this would have been an impossible role. This means that many dancers in Busan have received absolute help from him.

Shin Sang-hyun is an excellent dancer and lighting director. He puts deep reflection into even the smallest movements. It is natural that his own dances are like that, but he is not satisfied with simply learning the movements when digesting other choreographers' movements. As a result, his movements on stage are deep and rich. Another of his strengths is that he is good at incorporating theatrical elements into dance works. He appropriately utilizes direction that suits dance works. In many cases, theater directors are in charge of dance direction, but in this case, subtle cracks appear. This is a problem that arises from applying theatrical methods without a complete understanding of dance. If you look closely at Shin Sang-hyun's choreography, you will not find such problems. In scenes where cracks are likely to occur, the identity of the dance piece is clearly revealed by exquisitely filling in the gaps with dance, and the message delivery and solid composition are supplemented with directing techniques.

The difficulties that Busan dance floor has been experiencing recently are becoming more diverse. The lack of support, the lack of theaters and dancers, and the difficulty in finding capable staff are deepening the worries of dancers who are already struggling. In this reality, it seems clear that Shin Sang-hyun’s presence in Busan dance floor will increase.

I asked him about his future plans. He answered, “I want to go to the countryside and run a small theater.” I thought it was a dream that was possible because he has two identities as a dancer and a lighting director. It may seem simple at first, but it is actually a grand dream. The dream of running a space where one can realize one’s own world without interference is by no means a small dream. I hope that he will continue to gift his unique identity to Busan dance floor until he can achieve his grand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