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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작가

교체된 창작 세대의 리더 중 하나로서, 이동하

춤작가

Vol.123-2 (2025.11.20.) 발행


글_ 심정민(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사진제공_ 이동하



이동하는 이십 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창작을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인정받은 안무가로서 굵직한 축제와 경연에서 주목받고 수상하는 등 순탄한 활동상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끊임없이 창작자로서 많은 탐구와 고민 그리고 시도를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순수하게, 때론 격렬하게, 때론 과도하게 그러고 나서 비워낼 수 있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창작의 정석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진행 중한 창작의 길에 서 있는 이동하를 10월 16일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만났다. 


야구 소년이 현대무용가가 되기까지 


1987년 서울 생인 이동하는 운동선수가 꿈이었던 아이였다. 야구를 하다가 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운동을 그만두게 된 상황에서 당시 체육을 담당한 담임 선생이 댄스스포츠를 권유하셨다. 야구를 하던 사춘기 소년이 갑자기 타이츠를 입고 춤을 춘다는 게 너무 싫었던 그는 거부했다. 하지만 댄스스포츠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예정인 만큼 전망이 좋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가 한번 참관이라도 하라고 하셔서 처음 댄스스포츠 학원을 갔다. 한순간에 춤에 매료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라틴댄스를 배우게 되었다.


현대무용을 처음 한 계기도 댄스스포츠를 잘하려면 발레와 현대무용도 함께 해야 한다는 학원 선생의 말을 듣고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현대무용의 매력에 푹 빠져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1월부터 아예 전공으로 하게 되었다. 재능이 있었던지 반년도 안되어 한양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그리고 세종대학교에서 개최하는 콩쿠르에서 모두 1등 상을 휩쓸었다. 이후에는 어느 학교로 갈 것인가에 관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당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던 동아무용콩쿠르를 살펴보니 세종대학교 출신들이 많이 참가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었다. 대학교의 정문도 고풍스럽게 느껴져서 세종대학교로 진학을 결정했다. 


그 정문을 개선문 지나가듯 의기양양하게 입학했으나 곧 현실에 부닥쳤다. 그동안 개인 레슨만 받다 보니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선배들을 보니 기본조차 제대로 안 잡혀있던 자신을 깨달은 것이다. 이리저리 혼나면서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좌절하고 있을 때 최청자 교수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너만의 스타일이 있으니 남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기 것을 찾아가야 한다.”라는 말씀은 이후 자신의 춤 인생을 관통하는 정신적인 목표로 깊이 심어졌다.




세종대학교에서 유독 좋은 남자 무용수들을 많이 배출하다 보니 재학 시절부터 여러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었는데 첫 스타트가 최청자 안무의 <해변의 남자>와 국수호 안무의 <고구려>였다는 점에서 그의 가능성은 높게 인정된 셈이다. 4학년 때는 전국대학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받는 등 가능성을 실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던 차에 다리 쪽에 골다공증 비슷한 무혈성 괴사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안무가로서 빠른 성장과 무용계의 인정 


병역 면제로 인해 춤을 단절 없이 출 수 있게 되어서 기쁜 것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예술가로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안무를 시작하였는데 그 첫 작품이 볼레로 음악을 소재로 한 〈go-볼레로〉였다. 원래는 2014년 대학원 졸업 발표를 위해 만든 작품이나 이듬해 국제현대무용제(일명 MoDaFe)의 ‘스파크 플레이스(Spark Place)’에 참가할 수 있었다.-이후 한양대학교 에라카 동문무용단인 Rising Tide Dance Theater에 의해 2018년 생생페스티벌과 2023년 제주국제무용제에서도 재공연하였다. ‘스파크 플레이스’에서 이동하의 〈go_볼레로〉는 어찌 보면 찬란하게 실패한 공연일 수 있었다. 대극장 무대에서 펼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안무를 소극장이라는 작은 공간에 꾸겨 넣다 보니 동선이 일그러지고 서로 부닥치고 난리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공연에서 창작적 잠재력을 높이 인정받아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신작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크리틱스 초이스는 상을 받으면 다음 해 신작 발표의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하는데, 이동하는 ‘우수 안무가상→최우수 안무가상→재차 공연 기회’라는 3년 참여 사례를 최초로 이뤄낸 신진이었다. 그 과정에서 세 개의 대작을 완성했는데 2016년 〈Guernica Again〉, 2017년 <골콩드>, 2018년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가 그것이다. 이중 〈Guernica Again〉과 <골콩드>는 아래와 같은 평가를 받았다. 


이동하의 〈Guernica Again〉은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고찰을 집중력 있는 움직임으로 표현하였다. 전반부에 십수 명의 무용수들은 발진적인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추진력을 발휘하는 움직임으로써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최근의 젊은 무용가들이 놓치고 있는 탄탄한 안무적 짜임새을 갖춘 대규모 군무의 힘을 실현 시켰다는 점에서 이동하의 발전 가능성은 풍부하다. 중간지점에 소소하게 조작적으로 움직이는 남자 독무로 인해 다소 흐름이 끊기긴 하였으나 종장을 향해가면서 재빨리 페이스를 되찾아갔다. 벌거벗은 인간 군상들은 마치 죽음을 맞이하는 살아있는 시체처럼 보이는데 한(恨)과 절규를 머금은 몸짓을 각인시킨다. 그들이 빛을 쫓아 나가는 마무리는 마지막 탄환 하나를 감춰놓고 보여주지 않은 듯한 느낌을 남겼다. 더 긴 공연 시간을 허용받았다면 대작의 피날레를 시도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젊은 창작이 고착되어있는 현재, 이동하와 같은 재능 있는 젊은 안무가를 발굴한 점은 크리틱스 초이스의 성과다.


<춤> 2016년 5월호

이동하의 <골콩드>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며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는 작금의 젊은이들의 현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음악을 바탕으로 한 11명의 남녀무용수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그려진다.

무채색조로 낮게 깔리는 분위기에서 무용수들은 빠르게 걸으면서 규모를 갖춘 무리의 힘을 묵직하게 보여준다. 뚜렷한 목적을 상실한 듯한 몰려다님은 그 안에 심어진 다채로운 구성적 묘미로 인해 예술-감각적인 쾌를 불러일으킨다. 주기적으로 무수하게 쏟아져 내리는 종이는 물질만능주의를 상징하는 지폐다. 그때마다 무용수들은 머리를 위로 향함으로써 이를 추구하는 본능적인 욕망을 표현한다. 마지막에 젊은 영혼들은 절규나 항변과도 같은 몸짓, 이를테면 팔을 위로 크게 날리는 일체적 동작을 오래도록 반복한다. 절정감을 지난 후 꽤 오래도록 말이다.

규모를 갖춘 채 다채롭게 변화하는 구도, 기존의 기교와는 다른 신선한 움직임 창출, 무채색조의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가 깊이 새겨지는 가운데 무용수들로 하여금 능력치 이상의 움직이게 하는 역량까지 더해져 안무가로서의 자질과 열정과 노력을 확인시킨다. 이동하는 근래의 젊은 창작자들 중에서 안무 규모와 구성 있어서 긍정적인 인상을 새겨가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창작자다.


<춤> 20017년 6월호 

이후 대외적인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2018년 국제현대무용제 <골콩드> 초청과 서울예술단 <국경의 남쪽> 조안무, 2019년 부산국제무용제 AK21국제안무가육성공연 <관계> 최우수상, 2021년 서울무용제 경연 <잔인한 오락> 대상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서 <관계>는 핀란드에 초청되어 해외 진출을 준비하였으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성사되지는 못했다. 


창작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무 방식에 대한 물음에, 이동하는 ‘매번 접근방법이 다르다. 어떤 작품은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서, 다른 작품은 뚜렷한 주제 의식으로부터, 또 다른 작품은 움직임 모티프를 발전시키면서 창작에 임한다.’라고 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나만의 현대무용은 무엇인가?’의 이유를 찾는 데에 있다. 이는 창작에 관련된 모든 일의 이유를 찾는 데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이를테면 무대 위에서 왜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이유를 찾기 위해 레퍼런스 조사 등 리서치를 많이 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이유를 찾고자 하는 사고를 습관화하여 ‘왜 이것을 하는 거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 나서곤 한다. ‘왜 여기에 앉아서 이것을 먹고 있는지?’에 대해 누구와 약속이 있어 여기에 왔는데 허기져서 이것을 먹고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과 시선 등으로부터 작품을 구상하는데 예전에는 주로 과거에서부터 그 소재를 찾았다. 〈Guernica Again〉은 세월호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골콩드>는 자본주의의 모순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과거에 보고 느낀 것이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을 소재로 했다면, 처음으로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 것은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라는 작품에서다.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에서는 AI, 메타버스, 비트코인, 가상현실 등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관한 고찰을 담아냈다. 모두 디지털 혁신과 미래 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만큼 현재를 포함한 미래지향적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많이 사용했던 ‘데페이즈망 기법’을 끌어들였다. ‘데페이즈망’은 사물을 맥락과 상관없는 이질적 환경으로 옮겨 낯선 조합과 시각적 충격을 노리는 전치 및 전위법을 말한다. 무리하게 힘을 주기보다는 스스로의 예술적 본능으로 편안하게 짜본 작품인데 가장 많이 공연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확장된 소재의 최근 작업


이동하의 작품세계가 확장성 있게 변화된 시점의 창작 역시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로 꼽을 수 있다. 그 이전에는 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으나 좀 더 마음을 비우고 직관적으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많은 관객이 좋아해 줬다고 한다. 실제로, 그 전년도인 2021년 발표한 <잔인한 오락>의 경우 지원금 1500만원에다가 자비 4000만원까지 더해 이동하라는 존재감을 강렬하게 보여주려고 한, 소위 말해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작품으로 초창기의 예술적인 순수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큰 상을 받기는 했으나 예리하게 비판하는 평론가도 있었던 것이다.




이후, 과한 창작 욕심을 내려놓는 한 단계 높은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동하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면서 이러한 상상이 먼 미래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를 만들었다. 2022년 국제현대무용제와 대전예술의전당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초연된 이래로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경기아트센터 등에서 지금까지 여섯 차례 이상 공연되었다.


2024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우는 여자>를 통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과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미스코리아, 성매매, 낙태 등의 소재를 통해 여성체 본연의 가치를 탐구하는 <우는 여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어 문명을 발전시켜 오면서, 아름다운 몸이 문명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는 관념 속에서 특히 여성의 육체를 탐미적인 대상으로 부각시켰다. 이는 일종의 기호를 형성하여 성적 상품화와 자본화로 이용되기도 했다. 광고계에서도 실패하지 않은 세 가지 요소로 3B를 꼽곤 하는데 Baby(아기), Beast(동물), Beauty(미인)를 의미한다. 이렇게 소비되어 온 여성의 몸은 때로 사회적으로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그 기능적인 측면을 전면에 세워지기도 한다. … 이에 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동하의 <우는 여자>는 본연의 가치를 상실한 여성의 소외된 몸에 관한 진정성을 찾아 나서는 탐구를 진지하고 예리하게 이어 나간다. …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웹진> 2024년 9월

채 마흔이 안된 이동하는 안무가로서 여전히 젊은 편이지만 20대 중후반부터 활약해서인지 창작에 관한 성장의 단계는 어느 정도 거쳐왔다고 할 수 있다. 2021년부터는 툇마루무용단 대표라는 교체된 세대의 리더로서의 중책을 맡게 되었다. 좀 더 아래 세대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본인이 최청자 교수와 김형남 교수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아왔듯 그 가르침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 세대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스스로도 창작자로서 한층 넓어지고 깊어지는 과정에 서 있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비쳐 보인다. 여전히 지켜볼 가치가 있는 창작자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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