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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6-1 (2026.2.5.) 발행
글_ 한성주(본지 에디터)
전통은 동시대에 어떻게 존재하는가. 링크서울과 꼬레오(COREO)가 협업한 〈EP:2, TALCHUM〉은 이 질문을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던진다. 1월 21일 레이어스튜디오11(홍대)에서 열린 프리뷰 공연은 전통 탈춤이 지닌 세계관을 오늘의 사회 구조 안으로 끌어왔다. 무대가 된 레이어스튜디오11은 일반적인 공연장이 아니라 창고를 개조한 산업적 공간이다. 객석은 무대를 둘러싸듯 배치되고 무대는 패션쇼 런웨이처럼 길게 뻗어 있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과 벽면, 런웨이처럼 길게 뻗은 무대는 탈춤이 놓이던 전통적 마당과는 다른 환경이다. 그러나 이 낯선 공간은 오히려 탈춤이 지닌 본래의 속성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탈춤은 마을 한가운데서 사람들의 시선과 웃음 속에서 공동체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오가는 공간에서 이루어졌었는데 이번 공연은 그 장소성을 동시대의 공간으로 치환하였다. 이러한 공간적 선택은 본 공연이 탈춤을 단순히 민속적 유물로만 다루지 않겠다는 시도로 읽힌다.
공연 전 제공된 케이터링부터 〈EP:2, TALCHUM〉 세계관의 일부로 초대하였다. 탈춤을 주제로 한 음식과 전통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의 오감을 통해 전통이 현재의 라이프스타일로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술과 음식은 관객의 감각을 이완시키고 이완된 몸은 곧 무대의 리듬과 더 쉽게 접속한다. 전통이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감각의 경험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EP:2, TALCHUM〉 1부에서는 봉산탈춤의 원형이 무대에 오른다. 노장과 먹중, 양반과 취발이가 만들어내는 익살과 과장은 사회의 위선과 권력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양반의 허세와 무능, 파계승의 타락은 풍자의 언어로 폭로된다. 2부에서는 탈과 복식, 인물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신발'이라는 현대적 오브제와 현대무용을 결합해 그들이 폭로하는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남자 무용수는 정장 차림으로 오늘날의 회사원과 관리자를 연상시킨다. 전통의 가면 대신, 사회적 가면인 정장을 입고 무대에 선다. 겉으로는 단정하고 정제되어 있지만, 그 움직임 속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불안, 서로를 의식하는 시선이 흐른다. 바닥에 흩어진 신발들 사이를 지나가는 이들의 동선은 누군가는 선택되고 누군가는 남겨지는 듯하게 보여준다. 봉산탈춤이 조롱하던 양반의 권력과 위계는 이곳에서 경쟁, 선별 그리고 시선의 폭력으로 변주된다.
초록 원피스와 붉은 스타킹을 입은 여자 무용수는 봉산탈춤의 소무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인물로 읽힌다. 전통 탈춤에서 소무는 남성 권력과 욕망을 교란하는 존재로 단순한 유혹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흔드는 주체적 인물이다. 그의 몸은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면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동작 속에는 분명한 방향성과 자의식이 배어 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움직이면서도 그 선택에 전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통의 소무는 동시대의 여성 주체로 다시 태어난다. 2부의 무대는 가면과 정장, 신발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전통 탈춤의 인물들을 오늘의 사회적 역할로 재해석한다.

우원재의 힙합 공연으로 이어진 피날레는 탈춤의 해학과 힙합의 저항적 리듬이 가진 공통 분모를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무용의 서사적 완결성 측면에서 힙합 무대가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EP:2, TALCHUM〉은 전통을 보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 하나의 시도로 남는다. 봉산탈춤이 지닌 풍자와 에너지를 동시대의 공간과 감각 안으로 옮겨 놓으며 전통이 지금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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