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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적 관점에서 본 뮤지컬 〈몽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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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7-1 (2026.3.5.) 발행


글_ 한성주(본지 에디터)

사진제공- ㈜에이콤



음악, 드라마(텍스트), 무용 등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뮤지컬에서 안무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을 넘어 극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서술하고 인물의 내면 심리를 투영하는 독립적인 언어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뮤지컬 〈몽유도원〉은 각 요소의 조화 속에서 춤을 통해 작품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구축해 낸 공연이었다.


뮤지컬 〈몽유도원〉은 2026년 1월 27일부터 2월 2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 등을 제작해 온 공연기획사 에이콤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작품으로 삼국사기 속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하는 최인호의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다. 왕 여경의 욕망과 도미와 아랑의 사랑이 충돌하며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비극적 운명이 펼쳐진다. 2002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약 24년 만에 음악과 영상, 조명, 의상, 소품, 안무 등 무대 전반을 새롭게 구성한 버전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수묵화 영상, 궁궐의 기둥 등과 국악적 음악 어법, 한국적 움직임이 결합 되며 한국적 정서를 중심으로 한 무대를 형성한다.


필자는 본 작품을 관람할 때 안무와 춤의 구성에 주목해 공연을 보았다. 안무를 맡은 서병구 안무가는 한국무용을 전공했으며 뮤지컬 〈명성황후〉, 〈프랑켄슈타인〉, 〈엘리자벳〉, 〈광화문연가〉 등 다양한 창작뮤지컬 안무를 맡아왔다.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작업 경험 속에서 형성된 집단 군무의 구성력과 한국적 움직임에 대한 이해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호흡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곡선적인 움직임과 상체의 유연한 연결, 완급을 조절하는 신체의 흐름은 서사를 감각적으로 들어내며 한국무용에서 느껴지는 ‘한’의 정서를 연상시키며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무용인 관점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1막에서 여경(민우혁)이 몽유도원에 처음 도달하는 순간부터였다. 꽃을 든 무용수들이 등장해 만들어내는 군무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부드럽게 전환 시키며 몽유도원이라는 공간의 성질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장면에서 군무는 서사를 설명하기보다 공간의 감각을 바꾸고 구축한다. 강강술래나 부채춤 등이 연상되는 움직임과 상체와 팔의 선을 강조하는 동작 구성은 한국적 춤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군무 역시 박자에 맞춘 정렬이라기보다 에너지와 호흡을 공유하는 방식에 가까웠고 이러한 움직임은 수묵화 같은 무대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공연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여경과 도미가 바둑 두는 장면이다. 바둑을 두는 모습을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번역한 앙상블 군무는 인물 사이의 긴장과 권력관계를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흑돌과 백돌을 상징하는 군무의 반복과 대칭 구조는 바둑판의 질서를 연상시키며 정지와 이동의 교차를 통해 장면의 긴장을 축적한다. 음악의 장단과 퍼커션이 고조될수록 동작은 단순히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힘의 방향과 무게 중심이 변화하며 긴장을 형성한다. 이 장면에서 안무는 인물의 심리적 대립을 설명하는 동시에 권력의 구조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장면은 움직임만으로 서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춤이 지닌 고유한 언어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몽유도원〉의 무대에서 움직임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를 넘어 작품의 정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음악, 무대 이미지, 조명과 결합된 안무는 공연 전체의 미감을 통일시키며 서사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그대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몽유도원”이라는 대사가 말하듯, 무용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몽유도원’은 특정한 공간이라기보다 움직임 속에서 형성되는 감정의 상태처럼 느껴졌다. 무대 위에서 이어지던 호흡과 흐름은 막이 내린 이후에도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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