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할프린의 인성교육과 예술치유”를 주제로 한 예술치유페스티벌이 3월 8일과 9일, 이화여자대학교 ECC에서 있었다. 안나 할프린(Anna Halprin)은 포스트모던댄스의 대표적인 안무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50대에 암과 직면하면서 삶의 위기를 갖게 된다. 춤과 예술을 통해 스스로 몸을 치유한 할프린은 자신의 놀라운 경험을 나누기 위해 타말파연구소(Tamalpa Institute)를 세웠다.
이번 예술치유페스티벌에는 타말파의 주요 지도자 호프만 소토씨가 강사로 초빙되었다. 지난 3월 25일에 이 페스티벌을 조직한 이화여대 공연문화연구센터 조기숙 소장이 우리 웹진
Q. 당신을 잘 모르는 한국 독자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소개해보겠는가?
A. 올해 69세이며 ‘여행자’라고 소개하고 싶다. 삶의 여행자일수도 있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타말파를 지도하거나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 속,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장소특이성무용(site specific dance)이나 환경무용(environment dance)과 같은 생태춤(eco dance) 공연을 펼치니까. 그리고 미래는 (한국말로) “몰라요.” 아마 미래에는 “몰라요” 춤을 추고 있지 않을까? 원래 내 전공은 무용이 아니다. 대학에서 스포츠를 전공했고, 운동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형제자매가 모두 운동에 탁월한 소질이 있는 역동성 넘치는 집안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운동을 한창 하던 1966년, 그러니까 22세에는 야구선수였고 24세 때 요가를 접하면서 또 다른 몸을 알게 되었고, 곧이어 인접 분야인 춤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성 수강자들 틈에서 레오타드를 타이츠 위에 입고 짧막한 다리로 어정쩡하게 서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28세 때 안나 할프린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춤의 세계로 진입했다.
Q. 당신을 무용으로 인도한 사람은 안나 할프린인데, 그녀와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A. 친한 친구가 여름방학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적으로 열리는 유명한 현대무용 워크숍을 소개해 주었다. 여기에 1주간 참가했는데, 이 워크숍이 연이어 북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안나의 타말파연구소(Tamalpa Institute)에서 또 1주간 있었다. 타말파연구소는 정말 아름다운 환경에 둘러싸인 곳이다. 안나가 나를 활짝 반겨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안나는 42세로 매우 아름다운 무용가였다.
Q. 암에 걸렸던 안나 할프린의 현재 건강과 근황은 어떠한가?
A. 94세인데 매우 건강하다. 올해만 해도 17개 국가에서 워크숍을 한다. 한마디로 그녀의 삶은 축복받은 것이다. 안나는 54세이던 1973년에 암에 걸리면서 공연을 중단하고 몸의 치유에 집중했는데, 이것이 타말파가 시작한 계기이다. 안나로부터 타말파가 비롯된 것은 맞지만, 창시자(founder)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안나는 타말파의 재료(source)를 제공했고, 그녀의 딸과 나, 그리고 동료 2명이 타말파의 기법과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그리고 지금도 타말파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타말파의 창시자는 우리 모두, 즉 5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분명하게 짚고 싶다.
Q. 이번 한국 방문의 주요 목적은 무엇인가?
A. 한국 타말파연구소 이정명 소장의 초청으로 왔다. 한국 타말파연구소는 해외에서 오픈한 타말파연구소의 첫 번째 분원이며, 현재 독일, 프랑스, 영국 등 4개의 해외 분원이 있다. 안나 할프린의 생애를 다룬 영화상영회나 나의 워크숍에 온 수많은 참가자들을 보면서 내가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무용사회가 매우 커지고 있고, 무용가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요구(Needs) 중의 하나가 예술치유인 듯 싶다.
Q. 예슐교육으로서 또는 예술치유로서 타말파의 핵심 사상은 무엇인가?
A. 삶과 예술의 과정을 통한 ‘움직임 의례(Movement Ritual)’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삶의 과정과 재료들, 그리고 집단적 문제들을 예술의 ‘여기-지금(Here and Now)'의 즉시성을 통해서 더 큰 의미를 찾도록 움직임, 표현예술, 치유예술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 궁극적으로 타말파는 개인적, 관계적, 사회적 차원의 변화와 성장이 목적이며, 건강, 심리치료,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해 움직임, 춤, 시각예술, 대화를 비롯해 여러 공연 기법들을 치료과정에 통합한다. 또한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중심으로 예술매체들을 통합한 체화 학습(Learning by Embodiment)을 강조한다.
Q. 작년 말에 휄든크라이스 MBS(Feldenkrais Method Mind Body Studies) 아카데미의 공동 설립자 미아 씨걸(Mia Segal)이 방한한 바 있다. 휄든크라이스와 타말파는 몸을 통한 치유라는 점에 유사해 보인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휄든크라이스는 신경-근육을 재정립(Neuron-Masculine Re-pattern)할 수 있는 테크닉 체계로 정말 뛰어나다. 이 테크닉을 개발한 휄든 박사가 자신의 몸에 부상을 입고 나서 신경-근육을 면밀히 연구한 끝에 개발한 테크닉이다. 특히 어린이나 몸의 트라우마 치료에 매우 효과가 높다. 유럽의 치유 커뮤니티는 거의가 다 휄든크라이스를 근간으로 한다. 단언컨대 휄든크라이스는 우리 세기 최고의 몸-정신 요법(Somatic Practice)라 하겠다. 나 또한 휄든크라이스를 배웠고 휄든크라이스의 영향도 받았다. 타말파에는 현대무용, 요가, 휄든크라이스 등 여러 테크닉들이 용해되어 있다. 그러나 휄든크라이스는 춤이 아니며, 춤으로 끌고나갈 시스템도 약하다. 이에 비해 타말파는 부토의 무용가들이나 창작무용가들이 안무법으로 많이 활용한다. 그러므로 타말파는 춤이 구심점이 되는 예술교육이자 예술치유라 하겠다.
인터뷰_ 조기숙(이화여대 공연문화연구센터 소장)
정리_ 최해리(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