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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학계의 지각변동: 신임 학회장들, 그리고 통합 학회의 등장

 각계각파로 분열된 연극계는 공통의 관심사가 발생하면 목적을 이룰 때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같이 달린다. 무용계는 남 뒷담화에는 한 목소리를 내지만 각계각파의 ‘으~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합과 단결이 어려운 곳이다. 작년 이맘때 무용학계에서 단합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단합의 배경에는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 지원 정책이 존재한다. 지난 정권에서 한국연구재단은 집중과 선택의 전략으로 우수 학회를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러 학회가 통합하는 ‘슈퍼 학회’일수록 혜택은 커진다는 전략이라서 유사한 학회들은 서로 연대를 제의하고 통합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용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한무용학회, 한국무용예술학회, 한국무용기록학회, 한국무용사학회 등 등재지 혹은 등재후보지의 학회장들이 모여서 대한무용학회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을 모색했다. 학회 조직과 학술지 발간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무용학계의 ‘슈퍼 학회’는 불발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이해관계가 맞물린 무용가들 간의 ‘으~리’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20일에 한국무용기록학회와 한국무용사학회가 통합을 이루어 냈다. 두 학회는 여러 차례의 통합추진회의를 가지면서 개발도상에 있는 우리 무용학자들의 역량을 집결해서 한국의 무용학을 정립하고 세계적으로 발전시키자는데 뜻을 모았다. 통합학회의 명칭은 무용기록학회와 무용사학회의 뿌리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무용역사기록학회이다. 기존 양 학회를 통해 활동해 오던 교수 및 연구자 70여명과 신진 학자 10여명을 추가로 영입해서 80여명의 이사들을 위촉하였고, 여기에 국내외 자문 20여명을 두어서 100여명의 임원진이 구축되었다. 그야말로 국내 최대 규모의 슈퍼 무용학회로 탄생한 것이다. 무용역사기록학회의 구심점은 한국학술연구재단의 등재지 『무용역사기록학』(연간 4회) 및 총서 발간이다. 그 외에도 국내외 심포지엄 및 공연 개최, 장학 사업 및 신진연구자 시상, 월례초청특강 등의 학술활동을 펼친다. 우선 이달 말에 『무용역사기록학』 33호를 발간하며, 오는 9월 13일에는 무용학자들의 연구윤리를 고취시키고 한국의 무용학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향후 과제를 모색해 보는 제1차 무용학 글쓰기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11월 14일에는 생태예술과 커뮤니티 댄스를 주제로 국내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당분간 이 학회는 기존 양 학회의 회장이었던 김운미 한양대 교수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공동으로 회장직을 맡는다고 한다.

 

 작년에 무용학회의 통합을 주도했던 대한무용학회는 올해 초에 김경희 성균관대 교수의 회장 임기가 만료되면서 회장으로 내정되어 있었던 박진희 상명대 교수가 회장직을 이어 받았다. 대한무용학회는 부회장단을 제외하고 거의 반수에 가까운 이사진들이 신진들로 교체되었다. 한국무용예술학회의 회장은 안병주 경희대 교수에서 김명숙 이화여대 교수로 교체되었다. 한국무용예술학회 또한 신진 연구자들을 신임 이사들로 영입하였다. 대한무용학회나 한국무용예술학회는 문화 융합과 창조 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듯 신임 이사들의 대다수가 예술경영이나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가들이다. 5월에 열렸던 두 학회의 국내 심포지엄 주제가 “융합 기술”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무용학을 “춤에 관한 문제를 학술적인 조사, 연구,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발견한 새로운 사실을 해석하여 이론화시키거나 실제 춤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결과”라고 한다면, 한국에서 무용학이 발현되기 시작된 것은 대학에서 무용교육이 실시되던 때와 같이 하니 50여년 남짓 할 것이다. 그런데 대학의 무용교육이 실기에 치우쳐 오다 보니 반세기 동안 우리 무용학의 행보는 더딜 수 밖에 없었고,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초부터 일기 시작한 무용학계의 지각변동은 국내 무용학이 급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글_ 편집주간 최해리(무용인류학자,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