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수)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다목적홀에서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의 주최로 국제심포지엄 ‘무용상해의 예방 및 교육시스템’이 열렸다. 예술가들 중에서 상해 발생의 빈도가 유난히 높은 무용가들의 상해예방과 재활지원 등 복지증진을 위한 제도 구축 마련을 위해 개최된 이 심포지엄에는 국내외 무용의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발제자로 초청되었다. Dance Post. Korea는 심포지엄에 앞서 일본의 손꼽히는 무용의학 전문의 에이이치 히라이시(Eiichi Hiraishi) 박사를 인터뷰하였다.
Q.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제할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A. 발제 제목은 “발레 무용수의 발과 하지의 스트레스 골절”이며 정형외과전문의로서 무용수들의 잦은 발의 상해, 하지 근육의 뭉침 현상, 그리고 피로골절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피로골절은 스트레스성 질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하중감과 함께 피로함을 느끼는 증상이다.
Q. 국제무용의학(IADMS)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기관인가.
A. 무용의학에 관심을 두는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의사들도 있지만 무용동작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바이오메카닉스를 전공한 연구자도 있다. 그리고 발레교사, 무용수, 필라테스 전문가, 무용트레이너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있다. 매년 각 나라를 순회하며 학회가 개최되는데, 작년에는 미국에서, 올해 10월에 24회 학회가 스위스에서 열린다. 나는 4번을 참가해 보았는데 한국 회원을 만난 적은 없다. IADMS가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Q. 어떻게 무용의학 전문의가 되었는가.
A. 정말 우연이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게이오대학교 의과대학 선배이신 오가와 선생님이 대단한 발레애호가였는데, 그분이 1994년에 발레무용수들을 위해 특별 진료소를 만들었다. 마키야 선생님, 모리이 선생님 등 일본의 대표적인 발레리나들이 이 진료소를 찾아 치료를 받았다. 오가와 선생님이 연세가 70세 가까이 되자 대신 맡아 줄 사람을 찾았고 내게 우연히 기회가 온 것이다. 사고로 오는 환자,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 등을 진료해 오다가 무용가들을 치료하면서 여러 사례를 접하게 되었고, 그들의 치료를 위해 연구를 하다 보니 무용의학 전문의가 된 것이다. 무용가들은 통증의 레벨이 높아지고서야 오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치료가 많이 힘들다. 사서 고생하는 것 같다(웃음).
Q. 일본에도 한국의 전문무용수지원센터와 같이 무용수 상해방지와 재활을 돕는 기관이 있는가.
A. 내가 소속된 도쿄 에이쥬종합병원에 무용클리닉을 열었는데 이곳이 일본의 유일한 무용치료 기관일 것이다. 아마 일본에는 한국에 비해 무용과도 별로 없고 해서 전반적으로 무용전문가들이나 기관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한국에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와 같이 무용수들을 위한 전문적인 기관이 있고, 또 이곳에서 무용가의 상해 예방과 재활, 그리고 교육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나는 무용가를 위해서만 일하지 않는다. 일반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주 1회씩 무용수나 움직임 전문가들을 위해 진료한다. 무용가들만 진료하다가는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다(웃음).
Q. 무용의학 전문의로서 상해 방지와 관련해서 무용가들에 조언을 준다면.
A. 대부분의 무용가들은 피로골절이 심해지고 통증이 극에 달해야지 병원을 찾는다. 너무 심해 무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무용가들을 보면 애처롭기도 하고 이해가 안갈 때도 있다. 사람마다 뼈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무용가들이 직면하는 상해의 종류와 증상이 다 다르다. 가장 적절한 조언이라면 통증이 있을 때 바로 병원에 가라는 것이다. 춤을 출 때 중심을 바로 잡고 테크닉을 정확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피로골절이 발생한다. 유럽에는 무용전문 메디컬센터가 있어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피로골절이 생기자마자 본인 스스로가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인터뷰_ 편집주간 최해리(무용인류학자,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