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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커뮤니티 댄스 정립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 무용역사기록학회 제16회 국내학술심포지엄 리뷰



 최근 우리사회에 커뮤니티 댄스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이 직접 춤을 추어보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가 무용계에 새로운 공연주체를 수혈하며 활력을 불어넣었고, 새로운 유행을 이끌고 있다. 사실 커뮤니티 댄스가 일반인들에게는 무용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최근의 경향이기에 아직까지 그 개념이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우리사회에서 무용을 기반으로 하여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의 커뮤니티 댄스의 흐름과 그 양상을 집어보고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난 2014년 11월 15일 무용역사기록학회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 LG 컨벤션홀에서 제16회 국내학술심포지엄을 <공동체의 춤에서 생태예술의 춤으로: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역사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문화인류학자, 커뮤니티댄스의 현장 전문가, 무용학자, 문화행정가, 생태학자 등 다양한 시각에서 커뮤니티 댄스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그 미래에 대해 전망해 보았다. 


 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경만 교수의 “생태예술, 개념화와 실천의 모색들”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로 학회의 문을 열었다. 그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생태예술(eco-art, EcoArt)’ (조경만 교수는 발제문의 머리말에서 생태예술은 학술적으로 정착된, 혹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벤쿠버의 사진작가이며, 저술가인 캐루서(Carruthers B.)에 의해 유네스코 캐나다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서 이 용어와 개념이 다루어진바 있다고 했다.  『무용역사기록학회 제16회 국내학술심포지엄 자료집』(2014), 9쪽.)을 소개하며 생태예술을 보는 두 가지 인류학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생태계에 자리를 잡아 생태예술가가 생태계 속에 관여하는 생태예술이고, 두 번째는 자연을 연행(performing nature)하는 생태예술이다. 조경만 교수는 생태예술의 예로 한국 농촌의 전통연희와 북미원주민들의 활동을 예로 들며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자연을 가까이 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예술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제언으로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기조연설에 이어 부산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댄스 현장 전문가 강미희(美野아트댄스컴퍼니 대표)와 홍혜전(홍댄스컴퍼니 대표/ 영남대학교 교책교수), 그리고 무용인류학자 최해리(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강미희와 홍혜전은 자신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접촉 동작 춤을 통한 푸르미 청소년의 커뮤니티 연구사례”와 “서울의 커뮤니티 댄스 유형”이라는 발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을 위한 커뮤니티 댄스의 지역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소개했다. 최해리의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근원, 흐름, 확장”에서는 커뮤니티 댄스의 용어의 근원과 서구 커뮤니티 댄스의 원조로 꼽히는 영국의 상황, 그리고 한국의 공동체 춤에서 커뮤니티 댄스의 모습을 제시했다. 그리고 서구의 커뮤니티 댄스의 본질은 간과하고 형식만 표방하는 현재 우리사회의 커뮤니티 댄스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진단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최해리 박사는 커뮤니티 댄스의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사례, 즉 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 오레지나 교수의 ‘에코댄스’, 생태예술연구회의 리서치 기반활동, 현대무용가 최명현의 우각로 문화마을 가꾸기 사업을 소개하며, 한국의 공동체 춤 정신과 서구의 커뮤니티 댄스의 제도를 융합하여 한국형 커뮤니티 댄스를 창출할 것을 제언했다.




 종합토론에서 학술대회의 참가자들은 모두 현재 한국사회에 커뮤니티 댄스의 활발한 현상은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으로 그리고 학술적으로 공통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없는 것을 언급하며, 앞으로 커뮤니티 댄스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커뮤니티 댄스가 비록 외국에서 들어온 개념이기는 하지만 사실 우리 고대 역사속의 제천의식이나 또 공동체 문화 안에 이미 커뮤니티 댄스 형태의 춤활동이 있었으며, 근대화, 현대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우리 공동체 춤문화가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하는 커뮤니티댄스의 모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중지를 모으며 학술대회를 마쳤다.


 향후 수년간은 우리사회에서 커뮤니티 댄스 열풍은 계속되리라 본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잠재적 무용인구 또는 관객으로 유도하고 우리사회에서 춤의 중요성과 그 기여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댄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현재 공연예술로서 무용공연이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이와 더불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공연예술계 전체가 힘든 현 시점을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티 댄스가 튼튼한 동아줄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무림(舞林)에서 주(主)와 객(客)이 전도되는 상황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무용학자, 커뮤니티 댄스 현장 전문가 또는 안무가들이 한국형 커뮤니티 댄스를 정립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글_ 양민아(무용인류학 박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무용역사기록학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