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화두는 ‘융복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 문화 전반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총체적 양상을 보이는 현상은 이제 무용계에서 낯설지 않다. 학술발표회나 포럼에서도 영상을 활용해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선다든지 작품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공연으로 확대된다든지 하는 방법론은 기존에도 있어왔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무용전공 동문들이 깊이 있는 내용을 가지고 “우리 춤, 역사를 품고 미래를 열다”라는 의도에 맞게 한국춤으로 한정해 그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자 기획된 융합공연은 이색적이다. 지난 12월 17일 무용전용극장 M극장에서 김경숙 회장의 기획으로 한양대학교 우리춤연구소가 주관하고 우리춤포럼이 주최한 ‘제2회 우리춤포럼’이 이찬주, 황희정, 이현주 연구자의 발표로 이뤄졌다.
춤이론연구소 소장인 이찬주 연구자는 <그림 속 춤세상, 춤자료관 관장>을 통해 한국춤 작품에 나타난 풍류와 해학이 인물에 대한 애정 어린 작가의 시선임을 인식하고, 우리 춤의 고운 선과 흥겨움을 담은 동시에 서민의 삶을 잘 섞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낸 화가들의 그림 속의 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첫 번째 이야기 <무동>은 김홍도의 작품으로, 악사들과 춤추는 모습의 무동을 자세하게 그림을 보고 하나하나 설명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김중근의 <팔달판>으로 김중근은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독일 등 우리나라를 포함해 1004백 여 점의 그림이 전해지는 화가이다. 그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궁중 도화서 소속은 아니나 풍속도에 뛰어난 인물임에 주목했고, <팔달판>에서 상좌는 수직의 춤을 그리고 양반은 수평의 춤을 추었음을 밝혔다. 또한 김홍도의 수작이며 A4용지보다 크고 고운 채색이 돋보이는 김홍도의 <사당패놀음>을 통해 이 그림에 등장하는 17명의 인물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더불어 이 그림은 이찬주 본인이 파리에 머물며 발견한 작품임을 강조했다. 세 번째 이야기, <박접무>는 효명세자가 만든 춤으로 커다란 나비 문양은 춤추는 이에게 날아든 나비를 의미하며 향당교주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었고, 마지막 우리에게 친숙한 <학무>와 <처용무>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언급했다. 연구자는 본인이 연구한 4가지 작품이 모두 무동들의 춤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친절한 설명과 영상을 사용해 색감과 움직임을 살린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황희정 연구자는 <전통춤, 예술이자 문화재로 바라보기>를 통해 전통춤의 창조적 계승과 보유자 제도라는 충돌하는 두 세계의 화해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녀는 전통춤을 향한 두 개의 시선, 즉 전통춤과 문화재라는 두 축을 가지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은 지향적 속성으로 바뀌는데 창조적 계승을 향한 춤은 움직임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동작은 연행자와 분리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춤예술은 항상 움직이는 가변적 실체이며 일정한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사회적 유대 속에서 창조력을 발휘함을 인식하고, 이것을 문화정책적 용어인 ‘문화재’라는 틀에 가둘 수 있을까 라는 문제적 질문은 오늘날 우리 춤계에 꼭 필요한 질문임이 피부로 다가왔다. 더불어 각 공연은 개별자이며 춤의 매체가 바뀔 때 관객은 그 차이를 많이 느낌에 대해 언급했고, 이매방 선생의 시대별 살풀이춤을 영상을 바탕으로 해서 이해를 도왔다. 최종에는 이현주의 살풀이춤 실연이 있었는데, 이는 동일한 살풀이춤이지만 그것을 추는 개별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확연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마지막 순서는 전 국립창극단 안무자, 현 국립무용단 단원인 이현주 연구자의 <창극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무용의 역할>이었다. 그녀는 창극에서의 춤은 무용인들의 과제임을 역설했고, 창극의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연출, 음악, 무대 등 여러 전문적 요소들이 논의되고 협력되어야 종합극으로서의 창극이 될 것임에 주목해 미래지향적 방향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판소리춤에서는 판소리나 발림의 연구는 많지 않으므로 발림의 양식화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더불어 창극춤을 바르게 만들 것을 주장하면서 한국음악극이라는 형태를 만들어 세계보편적 양식으로 보급시키고 이와 같은 한국음악극에서 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함에 주목했다. 판소리춤과 창극춤의 시연이 있었고 또한 춤이란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크게 기여하므로 꼭 필요함을 언급하면서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을 춤으로 승화시켜 시연했다. 무용수(전정아)의 섬세하고 극적인 춤을 통해 심청 장면에서 심청의 마음을 추상적이면서도 가슴 절절하게 전달해 춤이 얼마나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발표와 시연이 끝나고 종합토론에서는 포럼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예측할 수 있었고, 주의를 집중시킬 발표내용이나 한국무용임에도 현대적 측면을 고려해 영상을 활용한 형식이 흥미로웠다. 또한 텍스트의 시각화라는 신개념학술공연을 의도한바 회를 거듭하며 충실한 내용과 심도 깊은 연구로 더욱 발전할 것을 기대해본다. 더불어 김운미 한양대교수가 우리춤연구소를 열고 우리춤포럼을 만들면서 주장했던 “論이 論으로 머물지 않고 體와 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근간을 꼭 구현해주기를 바란다.
글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우리춤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