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2014.11.12-2015.2.22).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독일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이 2012년부터 공동기획한 것이며,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바우하우스의 무대 실험을 다루는 전시다. 필자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행보를 하고 있는 현대무용가 최명현을 만나 바우하우스가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과 무용계와의 관련성, 그가 영향을 받은 부분 등을 살펴보았다. |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A. 원래는 남원에서 힙합, 스트릿댄스 같은 대중예술을 하다가, TV에서 뒷모습으로만 불경에 맞춰 춤추는 남성 무용수의 솔로를 보고 인식의 전환이 생겨 안무에 관심이 가면서 순수무용을 시작했다. 무용계에 들어와 인천전문대, 한양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데 특히 안무에 관심이 많아 조명 크루, 무대 디자인도 직접 해봤고 공간과 오브제 공부도 하면서 다수의 작업을 했다. 제작소도 1년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공연예술보다는 시각이나 영상 쪽과 협업 작업을 할 예정이며 장르를 말하기 어려운 지점을 찾고 있는데 극장에서 이뤄지는 공연형식이나 전시 퍼포먼스가 아닌 다원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예술, 디자인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20세기 예술․ 건축․ 염직․ 그래픽․ 산업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고, 모든 예술의 통합을 목적으로 사회 변화를 창출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교육시켜 왔다. 바우하우스의 무대 공방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21년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에 설립하였으며 1923년까지 연출가 로타르 슈라이어와 1929년까지 화가이자 안무가 오스카 슐레머에 의해 지도되었다.
Q. 이번 바우하우스전을 어떻게 보았나?
A. 예전에 오스카 슐레머의 영상을 봤었는데 그것이 바우하우스라는 학교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 나는 되도록 사전정보 없이 전시를 보고 이후에 브로셔를 보는데 칸딘스키의 색채나 이런 것들이 많이 묻어 나와서 흥미로웠다가 그가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인상 깊었다. 또한 그들의 미래지향적인 작업이 현대예술과 닮아있어서 놀랍기도 했다.
* 바우하우스 예술가들은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무대 세트, 의상, 인형, 춤과 장난스런 움직임, 빛과 소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대에서의 인간 육체와 정신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바우하우스의 무대 실험의 특징은 “놀이가 일이 되고 일이 파티가 되고 파티가 놀이가 된다”라는 요하네스 이텐의 말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Q. 유명한 바우하우스의 인물들 중 특히 영감을 준 인물이 있다면?
A. 미술가 칸딘스키의 영향이 크다. 내가 작업하는 움직임 구성의 메커니즘이 칸딘스키가 소리를 색채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던 것과 유사하다.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소리의 질감을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작업들의 체계를 잡아가려고 고민하는 지점이 그와 맥락이 같다. 칸딘스키가 바우하스에 있었기에 전시를 더욱 유심히 보게 되었다.
Q. 바우하우스와 연계해서 3일간의 워크숍이 있었다. 그 워크숍에서 어떤 것들을 하였나?
A. 바우하우스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대한 재단의 허락 하에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여러 한국 작가들의 작업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움직임과 사운드를 직접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 일상생활에서의 소리들을 휴대폰으로 녹음해서 공간디자인, 무대디자인 작가와 하루씩 작업을 해서 2조로 나눠 결과물을 만들어 제출하고 발표했다. 무용만이 아니라 시각작가, 디자인, 건축, 판화, 영상, 무대디자인 하는 분들과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단시간 내에 퍼포먼스로 만드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었다.
Q. 어떤 측면에서 무용계에 이 바우하우스 전을 추천하고 싶은가?
A. 오늘날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바우하우스가 그 시초였지 않았나 생각된다. 협업을 하면서 흩어져서 각자 작업하고 또 다시 모이는 것은 바우하우스에서 획기적으로 시도했던 부분으로 이미 오늘날과 같은 총체예술, 다원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창작 교육의 측면에서도 바우하우스전을 보면 좋을 것 같다. 무용계의 여러 작업도 이미 과거에 만들어졌던 것들이 많고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라는 점에서 현대미술과 상통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을 반복하며 장르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예술은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바우하우스 전시는 이처럼 예술에 대한 시각을 전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Q.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A. 솔로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무대 디자인쪽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재미있는 작업을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한 달에 한 곡씩 무료로 곡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처럼 ‘월간무용’(가제)을 계획하고 있다. 갤러리든 카페든 대안공간이든 극장 공간이 아닌 곳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작업을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작업을 할 팀을 꾸리고 있다. 퍼포먼스가 주가 되긴 하겠지만 무용수 섭외보다는 총괄 프로듀싱할 기획자, 영상, 음악 쪽을 담당하고 같이 할 인물들을 찾고 있다. 재미있는 작품에서 다양하게 협업하며 ‘월간무용’ 작업을 하려고 한다.
인터뷰·글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국립현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