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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평론가 장지원의 ‘님과 함께’ - 한국무용가 윤미라 님과 영화 〈트라이브〉를

 


 대사, 자막, 음악이 없는 파격적 설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트라이브>는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Miroslav Slaboshpitsky) 감독이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독창적인 연출로 담아내 2014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및 30여 개국의 유수영화제를 휩쓸었다. 특히 영화는 스토리를 통해 ‘TRIBE’, ‘TOGETHER’, ‘LOVE’라는 핵심 키워드를 수화로 표현한다. 필자는 유미주의적 작품으로 한국무용계에서 독자적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한국무용가, 경희대 무용과 교수인 윤미라 님을 만나 영화 <트라이브>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녀의 소소한 일상 등을 살펴보았다.


 


 

Q. 최근에 축하드릴 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히 근황을 알려주신다면?
A. 무용계의 모(母)학회라 할 수 있는 대한무용학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고, <달굿>으로 제7회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상과 상관없이 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2월에 전통으로 작은 합동공연이 있었고 4월 15일에 <풍류산방> 기획공연이 있다. 이 공연은 유경희, 이현영, 김유미 선생이 솔로 위주의 작품을 선보이고 12월에는 아르코극장에서 신작을 올릴 예정이다.

 

Q. 영화 <트라이브>를 어떻게 보셨는지?
A. 이 영화는 말이 없는 신체의 언어라는 면에서 춤과 공통점을 지녔다. 비록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춤과는 다르지만 청각 장애인들을 하나의 ‘트라이브(부족, 집단)’로 보고 그들 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이면을 언어가 아닌 신체의 언어로 대화하는 상황이 더욱 집중하며 보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우리와 다른 영역의 집단에서 일어나는 반문화적 상황, 여자를 성적개념과 도덕적 잣대 없이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측면, 듣지 못하기 때문에 동료가 옆에서 죽어도 모르는 상황 등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Q. <트라이브>에서 기억에 남거나 특별히 춤과 연관시켜 본 부분이 있다면?
A. 영화 속 남자들의 걸음걸이가 오랑우탄이나 침팬지와 같은 유인원류의 무리들이 구부정한 자세로 움직이는 것과 닮아있다. 의도적인 연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일상적 움직임을 짐승과 유사한 자세와 움직임으로 표현해서 인간이지만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앞서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듯해서 인상에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춤의 형태를 보았을 때 전후 세대의 일본과 독일의 춤이 음침하고 어두웠다면 우리는 신무용과 같이 아름답고 긍정적인 춤을 통해 고난의 세월을 해학적으로 풀어버리는 민족성이 있다. 그래서 <트라이브>와 같은 느낌의 춤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얼마 전 윤미라 무용단 기획공연 <안부>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들었다. 제자들에게 춤적인 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A. 나는 무엇을 강조하거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 세계는 스스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창작의 측면에서 나의 춤사위와 유사한 것을 원치 않는다. 제자들의 작품을 볼 때도 그 근간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의도나 주제가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의상 등 포인트 되는 한두 가지만 지적한다. 작품 전반을 수정하는 것은 안무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춤의 정신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할 수 있나?
A. 이 세상에 천재는 0.001%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들은 빨리 시들어버릴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천재가 아닌 사람들의 훌륭한 업적이 눈물겨운 것이다. 나는 조그만 재주가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지 않으며 소처럼 열심히 갈고 닦아 차곡차곡 쌓아가기를 원한다. 제자들에게도 반짝이는 잔재주를 지양하라고 강조하고 따라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인물들을 좋아한다. 좋은 무용가가 되기 위해서 평상시 작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타인의 작품을 많이 감상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늘 하던 대로 열심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바람’에 관한 주제로 12월에 공연될 신작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대한무용학회 회장으로서 이전 회장님들이 하시던 사업을 물려받아 재정적으로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