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미학: 신체미학- 솜에스테틱스』는 철학자들의 몸에 대한 인식을 다룬 책으로, 몸의 의식’을 향상시킴으로써 개인의 지식이나 행위, 즐거움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리처드 슈스터만 박사는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신체철학자들-미셸 푸코, 메를로-퐁티, 시몬 드 보부아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월리엄 제임스, 그리고 존 듀이의 몸에 대한 관점에 대해 통찰력을 가지고 매우 독창적인 시선으로 평가하고 한계점을 짚어내고 있다. 필자는 무용가, 안무가, 교육자, 무용단 대표, 휄든크라이스코리아 코치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대무용가 박소정 님과 함께 몸에 대한 담론과 그녀의 무용작업에 관해 살펴보았다. |
Q. 최근 커뮤니티 댄스와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으로 알고 있다. 간략한 자기소개와 근황을 알려 달라.
A. 현대무용가, 안무가로 활동하면서 콜렉티브콜라보(CollectiveCollabo) 대표이고 선화예고에서 현대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와 관련해서는 조용히 진행한 것이라 그리 많은 분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 작업은 최근이 아니라 3년 전부터 해오고 있었고, 그간의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올해 '신나는 예술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타 지역 순회공연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MBS(mind body study by feldenkrais heritage) 과정을 마쳐 휄든크라이스코리아에서도 코치를 겸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 중국의 '진싱 무용단'을 위해 상해에서 워크숍을 하고 왔다.
Q. 『몸의 미학: 신체미학 솜에스테틱스』라는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무엇인가?
A.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휄든크라이스 1기생 선생님들과의 스터디 모임에서이다. 함께 몸 공부를 하면서 인문학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작년 말에 이 책을 공부하게 되었다. 책을 읽어 보면서 많은 부분이 휄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과 저자 역시 휄든크라이스 및 알렉산더 테크닉을 각 3년간 공부한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은 휄든 방식인 ATM(awareness through movement: 움직임을 통한 인지)이나 FI(functional integration: 기능통합) 등등 내용과 많이 유사하게 다가왔으므로 이점에 특히 관심이 갔다. 이 책은 총 6명의 철학자들이 몸을 화두로 그들이 어떻게 몸에 대해 사고하고 있는지를 저자의 관점에서 풀어보는 형식이다. 이 부분 중에서 특히 ‘메를로-퐁티' 가 가장 흥미로웠다.
Q. 왜 ‘메를로-퐁티’가 가장 흥미로웠는지?
A. 휄든크라이스가 나타나기 훨씬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몸을 탐구하고 몸과 인지에 관해 사고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예술의 창조와 감상으로서의 몸의 형태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몸의 의식의 통합부분에서 몸에 대한 이해를 더 포괄적으로 전개시킨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춤이라는 것 자체도 몸과 의식이 따로 분리되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의 깨달음의 실질적인 이해를 강화시킬 수 있는 책으로 여겨졌고 이 점 또한 휄든크라이스와 춤의 접점을 찾은 부분 중 하나이다. 하나의 소마(soma)로서의 몸 의식을 단계적으로 풀어가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메를로-퐁티 편에서는 몸의 내적 감각에 주목하고 몸의 상태를 지시하는 신체자각에 대해 언급 한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가 자신의 내적인지를 통해 보다 더 몸을 잘 다룰 수 있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춤을 출 때, 신체적 지각, 관찰을 통한 훈련의 중요성까지 포함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여겨졌다.
Q. 21세기의 화두는 몸에 대한 인식과 지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휄든크라이스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어떤 부분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되는가?
A.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6명의 철학자들의 생각과 개념을 대입시키며 자신의 소매틱 관점으로 본 몸의 철학을 정립시켰다. 이 점이 내가 이 책의 매력에 빠진 이유이다. 이 책은 몸을 정신과 따로 떼어내어 보지 않고 하나로 생각하는 소매틱(Somatic) 관점으로 보면서 진정한 몸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휄든크라이스와 유사한 부분이 이 책의 어느 한 부분에서 특별히 강조되어 나오는 것은 아니고, 6명의 철학자들이 언급한 몸의 인지적 방법에서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막연한 명상이나 상상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실질적 몸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것, 몸을 명확히 인지하고 자각하는 법 등등은 휄든크라이스의 수업인 움직임을 통한 인지(ATM)와 동일했다.
Q. 어떤 측면에서 무용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가?
A. 움직임의 향상을 원하는 무용인, 자신의 움직임의 질에 대한 고민과 작업에 대한 고민 등을 가진 무용인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몸의 인지 방식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몸의 자각이란 지금 이 순간 몸이 어디 있는가를 찾아보는 것으로 몸과 지면과 관계를 통해 알아보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는 명확한 몸의 깨달음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움직임을 더 원활히 할 수 있게 된다. 완전한 몸, 몸성을 일깨우는 작업은 휄든의 방식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기도 하기에, 글을 통해 몸의 변화를 가져 온다면 어느 정도 책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특히 삶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몸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Q. 작품 <소마로의 여행>으로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에 관해 간략하게 이야기 해 달라.
A. <소마로의 여행>은 전부터 해오던 커뮤니티 댄스 작업의 연장으로, 작년 서대문 노인 복지회관에서 13주 동안 어르신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이 제목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몸적 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구체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고, 수업 후 자그마한 공연을 올리는 것으로 전체를 구성했다. 어르신들의 몸적 활동이 단지 이 수업 후에 좋아졌다고는 단정 할 수는 없으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더 잘 바라보게 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올해는 소외계층 순회문화사업인 신나는 예술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소마로의 여행>을 전국구로 확장해 진행하려고 한다. 단지 작품을 그대로 하는 것 보다 선정된 지역에 좀 더 가까이 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며 지역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작품 속으로 들어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전체 공연을 구상 중이다. 현대무용을 잘 접해보지 못한 주민들에게 좀 더 쉽고 편하게 춤과의 거리를 좁히는 기회로 삼고 싶다.
Q. 향후 무용작업과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또 다른 방식으로 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여름 이후에 캐나다 예술가와의 미팅이 있고, <소마로의 여행> 공연을 준비 중이며 서울댄스프로젝트 '춤바람 커뮤니티‘ 프로젝트의 전담예술가로서 다른 커뮤니티 작업을 하게 될 예정이다. 무용작업을 함에 있어서 특별한 방향성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동일한 것을 다루더라도 흥미를 잃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이 내가 이제껏 춤을 추어 온 이유이다. 현재의 작업과 앞으로의 작업들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인터뷰․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