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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춤의 해외진출, 세계적 소통만이 길이다: 무용역사기록학회의 제2회 무용포럼 ‘우리춤의 해외진출’

  작년에 국내 최초로 통합무용학회를 이룬 무용역사기록학회(공동회장: 김운미, 조기숙)는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학술지 『무용역사기록학』을 연간 4차례 펴내고 있다. 학술지 발간 외에도 무용역사기록학회는 무용학의 트렌드를 다루는 월례특강과 국내외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한국의 무용학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회는 올해부터 학문의 분야를 넘어 범 무용계의 현안을 다루는 무용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토),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회 무용포럼 <우리춤의 해외진출>은 한국 무용가/단체의 해외진출 현황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해외진출을 이론적으로 점검하는 학자, 자력으로 해외진출에 성공했던 무용가, 해외진출을 후원하는 문화공무원 등 우리춤의 해외진출을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다루었던 이번 포럼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였다. 포럼의 사회는 심정민 한국춤평론가회 회장이 맡았고, 최해리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가 ‘우리춤의 해외진출, 왜 어려운가’를 주제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최해리 대표는 “우리춤”이 갖는 의미와 한계라는 용어적 함의에서 발제를 출발했다. 질의시간에도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사실 ‘우리춤’ 이라는 것은 다원적인 용어이다. 이 용어의 혼선을 풀기 위해 먼저 살펴보면 ‘우리’라는 것은 지역적 기반을 토대로 한 동일한 문화 속에서 시간의 축적을 지닌 것과 동일한 시공간에서 공유하는 현실의 맥락까지를 고려한 의미라고 본다. 최해리 대표 또한 ‘우리춤’은 한국이라는 지역적 공간 안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춤에서부터 오늘날의 컨템포러리댄스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국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모든 춤을 포함해야 한다며 우리춤의 테두리를 만들었다. 이어서 그녀는 분단 이후 국위선양의 목적으로 국가의 절대적 후원 아래에서, 또 교류의 차원에서 시작된 우리춤의 해외진출이 지금은 국제적 명성, 창작성과 예술성의 가치에 따라 문화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하면서 해외진출의 현황과 문제점을 제시하였다. 특히 그녀는 해외용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우리 것’에 얽매이다 보면 문화장벽에 걸려 세계적으로 소통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면서, 우리춤이 세계적인 공연예술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이되 보편적인 심상에 호소할 수 있는 글로컬리제이션한 창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무용가들이 해외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또한, 대만의 클라우드게이트, 일본의 산카이주크와 같이 아시아지역에서 해외진출에 성공한 무용단이나 현재 세계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국악계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최해리 박사는 우리 무용계가 해외진출의 후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춤 전반에 대한 영문자료의 정비와 국제무대와 소통할 수 있는 무용과 출신의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무엇보다도 해외진출에서 우리 공연단이 받는 수출금과 해외공연단이 들어올 때 받는 수입금의 차이가 10배 이상이 나는 현 상황에 대해 민(民)과 관(官)이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우리의 해외진출 경험담’이라는 제목 아래에 세계적인 공연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컨템포러리 예술의 첨단 무대인 레드 캣에 초청받았던 와이맵의 김효진 대표와 벨기에 세드라베의 무용단원이자 Blue Poet 컴퍼니의 예효승 대표가 본인들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두 무용가들은 해외진출에 나섰던 계기, 진출의 경로와 한계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했으며, 그들에게 느껴지는 창작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세계무대에 대한 도전의식에 청중들은 박수로 응원해주었다. 마지막으로 해외진출의 공공지원에 대하여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사업본부의 안주은 시장개발팀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본부 창작지원팀의 무용담당 송미선  대리가 두 기관의 해외진출 관련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었으며, 참가자들과 열린 대화를 주고받았다.


  최해리 박사는 발제의 마지막에서 니짐 히크메크의 시구절인 “불멸의 춤을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라를 인용하며, 최승희의 명성을 능가할 우리 무용가가 반드시 등장할 것이라며 희망을 갖자고 말했다. 1930년대 최승희는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한국적 정서와 소재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면서 ‘세계적 무희’로 명성을 날렸다. 전 세계에 한국미의 춤태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것이다. 최승희가 세계무대를 주름잡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를 비교하면 예술의 본질과 삶의 본연적 이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철학과 예술사조의 급격한 변화, 디지털기술의 혁신 등으로 예술적 기호와 무대 테크놀로지는 크게 달라졌다. 우리춤이 해외진출을 넘어서 한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대적 감각과 요구에 부응하고 세계적 소통에 걸맞은 춤들이 보다 풍성히 나와 줘야 할 것 같다.

 

 

글_ 김윤지(한양대학교 강사, 무용역사기록학회 홍보이사)
사진_ 무용역사기록학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