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雅樂「源氏物語」』는 사토코지 저, 천리대학아악부 협력으로 만들어진 저서이다. 그 내용은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지은 일본 최고의 문학서적『겐지 모노가타리(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악을 설명하면서 궁중무용 장면들을 내비치고, 이를 아악 형상에 대비시켜 설명하고 있다. 한국무용가 국수호 선생은 이 책의 예술정신과 무악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신작 2015 국수호의 춤 <味摩之(미마지)의 舞樂(무악)>에서 일본의 미마지를 다루고 있다. 미마지는 서기 612년 백제 무왕의 지시로 일본에 춤과 기예를 전하러 가서 쇼토쿠태자를 만나 아스카 지역의 사쿠라이 언덕에 토무대를 만들어 놓고 귀족 자제들에게 춤과 노래와 음악을 가르쳤다. 이에『雅樂「源氏物語」』에 대해, 국수호 선생의 신작에 대해 담소를 나눠보았다.
Q. 최근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간단하게 근황을 말씀해주신다면?
A. 올해 상반기 중국 동북사범대학교 석좌교수로 3년간 임용되어 6월 한달간 1차로 중국을 다녀왔다. 이 기간 동안 한국춤의 가락과 장단을 가르쳤고, 한국 춤문화를 중국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오는 8월 6일 달오름 극장에서 한일수교 50주년 기념 공연을 하게 된다. 본 작품은 몇 년에 걸쳐 준비 작업을 해왔고 미마지 무악형식을 무대화한 것인데, 1999년 <그 새벽의 땅> 이후 기악과 무악을 재현한 것이다.
Q. 이번 작품에 사비를 들여 『雅樂「源氏物語」』를 번역해 참고하고자 했던 것으로 안다. 어떻게 이 책에 관해 알게 되었고 번역하게 되었는지?
A.『雅樂「源氏物語」』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일본 천리대학 사토교수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천리대학은 유일하게 미마지의 기악을 복원해서 공연하는 대학인데, 이번 작품을 위해 일본 사람이 생각하는 아악을 확실히 인지해야 했고, 따라서 아악에서 파생된 하나의 유형인 무악 재현시 제대로 아악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책의 정신과 미마지의 기여 등은 교과서 적이다.
Q. 책에서 어떤 부분을 참고했나?
A. 책에서 “무악의 근본정신이란 천지의 기를 관객에게 발산하는 것이 무악의 기본이다”라는 멋진 문구가 있다. 그것이 바로 무악의 기본 정신이고 춤추는 사람의 기본 정신이고 그 속에서 기를 받고 못 받고는 무용수와 관객과의 것이지만 무악 속에 우주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미마지는 우주를 움직이는 사람임을 연상하게 되었고 이후 미마지의 성격과 춤을 정하게 되었으며 미마지를 떠올리면서 책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나는 무악이 풍부한 춤이 아니라 고독의 춤이라 생각했다. 책의 내용보다는 무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것을 파헤쳤을 때 1400년전 문구들이 춤의 씨, 움직임의 씨가 되었다. 결국 무악의 정신과 미마지의 아악에 대한 기여, 재현의 방식 등을 참고하고자 했다.
Q. 신작 <味摩之의 舞樂>은 어떤 작품인가?
A. 백제인 무용가 미마지가 일본에 전해준 기악을 모티브로 한 창작품이다. 지난 40년간 일본을 오가며 한일 춤문화의 원형을 탐구했고, 미마지의 춤이 일본의 궁중무용 부가쿠(舞樂)로 발전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첫 시도하는 작품이다. 일본에서 미마지는 1400년전 일본 예술의 근본을 전한 인물로 기억되는데, 그가 남긴 예술사적 업적은 일본 역사서『일본서기』나『교훈처』에 기록됐다.
Q. 제목에 쓰여진 프로토타입이란 무엇인가?
A. 그것은 시범공연 형식을 말한다. 이번 한일 교류무대를 위해 다음을 기약하고 제작했으므로 '초견(初見)'이라는 부제를 달았고, 나와 일본의 사쿠라마 우진이 출연해 <프로토타입「味摩之」初見 · 能(노)「(井筒)」이즈츠>를 공연하는 것이다. 이는 1400년 전 유산을 무대에 올려놓음으로서 무용의 무형유산을 현실화한 작업이라 하겠다. 우선 견본으로 보이고 내년쯤에는 1시간짜리 무악을 12편정도 만들어서 한국춤의 무악의 형식기저를 만드는 전초전으로 삼을 것이다. 의상·음악·탈·소품·악기 까지도 1400년전 형식을 빌려 지금의 무대에 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Q. 작품의 특징은?
A. 우선 인도에서 중국을 거치고, 또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졌으나 한국에서는 사라진 '가루다'의 탈과 춤을 복원하는 것이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이다. 특히 일본 중요무형문화재 노(能)의 보유자인 사쿠라마 우진이 미마지의 후원자였던 쇼토쿠태자로 특별출연한다. 한편 사쿠라마 우진은 노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정통(井筒)이즈츠'를 공연한다. 여기에 내가 미마지로 특별 출연한다. 두 번째 무대는 11월 12일 일본의 국립노극장에서 사쿠라마 우진의 연출로 구성되는데, 국립노극장은 일본 전통예능 노의 배우들만 공연할 수 있는 곳이다. 사쿠라마 우진은 국수호와 그의 춤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 국립노극장을 설득하여 특별 무대를 마련한다. 프로그램은 한국과 동일하다.
Q. 관객들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어떤 것인지?
A. 우선 무악과 불교적 제의에 근본을 두고 남성춤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첫 장면에서 다카마스총 고분이 열리며 이후 스토리가 40분간 엮인다. 후반부 백제인의 자유로움과 영혼을 비조무(飛鳥舞)라고 춤으로 표현할 것이고 일본에만 남겨진 가루다 탈을 쓰고 추는 부분을 위해 목조각 인간문화재인 박찬수 선생이 탈을 직접 제작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보는 의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악사와 무용수를 합쳐 24명의 출연진이 이루는 대작을 보게 될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A. 우선 9월 4~6일 아르코대극장에서 북의 대합주 30주년 공연 <코리안 드림 영고>를 완성편으로 준비 중이고, 이것이 상암 경기장에서 올해 안에 20회 공연이 계약되어 있다. 10월에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 한달간 강의에 전념할 계획이며 11월 12일에 일본에서 <味摩之의 舞樂>을 동일하게 공연할 것이다. 또한 지난번 서울시립에서 만든 <신시>도 공연 예정이고, 내년에는 이번 작품을 한 시간 이상 작품으로 만들어 국수호의 무악 교과서처럼 완성할 생각이다.
인터뷰·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